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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아이들 4

까심

by 산내

<까심>

당시 동네의 관재인 직책은 리파아트가 맡고 있었는데, 그는 전임자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수장 두목은 키가 작고 마른 라히타였다.
그는 유약해 보였지만 싸울 때는 마치 화염을 집어삼키듯 재빠르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인물로 돌변했다.


‘사막쥐들’ 구역에는 고구마 장수인 자카리야라는 선량한 사람이 있었다.

자카리야는 오래전에 결혼했지만 자식이 없어, 어린 조카 까심이 부모를 잃자 까심을 데려와 함께 살았다.

그 후 까심의 사촌 동생 하산이 태어나서 하산은 아버지를 따라 고구마 장수로 나섰고 까심은 동네 양들을 맡아 키우는 양치기가 되었다.

까심은 양치기 일을 좋아했다.


그리고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막 옆 광장 끝 양철 오두막에서 염주와 향과 부적을 팔고 있는 나이 많은 야흐야를 찾아갔다.

까심은 야흐야를 무척 따랐고 그와 이야기를 할 때면 행복을 느꼈다.
까심은 야흐야가 동네의 과거와 현재를 훤히 꿰뚫고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까심은 사막쥐들 구역에서 재산이 많기로 유명한 까마르 부인과 결혼하여 이흐산을 낳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 깜깜한 밤에 사막에서 자발라위의 모시는 낀딜을 만나면서 자신의 안위보다는 기득권에 맞서 싸우는 구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까심은 자신의 소명을 실천하기 위해 가까운 사람들과 세력을 구축하기 시작한다.

그의 세력 중심에는 사디끄, 하산, 아즈라마, 샤이반, 아브 피사다, 함루슈가 있으며 이들은 체력단련이라는 명분으로 그동안 꾸준히 사람들을 모으고 조직을 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까심 일행은 어느 정도 조직이 구축되자 자신들의 재산을 찾기 위한 시도로 변호사를 고용해 법적 대항 방법을 시도하려 했지만, 변호사가 자신들을 배신하고 관재인에게 이 사실이 알렸다.
자신의 구역 사람들이 관재인에 대항하기 위해 단체행동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이 지역 수장인 사와리스는 두목인 라히타에게 불려 가 문책을 당하고 까심의 친구들을 철저히 감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화가 난 사와리스는 돌아오는 길에 만난 까심의 친구 쌰아반을 잡고 분풀이를 했고 까심이 달려들고 동네 사람들이 개입해 구타는 멈추었지만 그날 저녁 샤아반은 세상을 떠났다.

까심과 친구들은 동네를 떠나 안전한 사막에서 힘을 키우고 세력을 불리기로 결정했지만, 그동안 자신의 병을 숨겼던 아내 까미르의 병세가 깊어져 까심은 아내 옆을 지켰지만 까미르는 세상을 떠났다.


다음 날 아침 까심의 집은 안팎으로 조문객들로 넘쳐났다.
동네 사람들은 이해관계를 떠나 조문을 왔다.

까심은 홀로 슬픔에 잠겨 며칠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매일 밤 몰래 청년들을 찾아다니며 동네를 등지게 하는 일을 계속했다.

동네에서 사라지는 청년들의 숫자가 계속 늘어나자 동네 사람들은 영문을 몰라 의구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어느 날, 히잡과 외투를 입은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사디끄의 여동생 바드리야가 찾아와 까심에게 말했다.
“아저씨가 곧바로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오빠가 전하래요.
라히타, 잘타, 하자즈, 사와리스가 오늘 밤 아저씨를 죽일 계획이래요.”

“어떻게 그걸 알았지?”

“저희 오빠 말로는 야흐야 아저씨 친구였던 사람이 술에 취해 술집에서 그 비밀을 털어놓았대요.”


까심은 마을을 떠나 그들의 은신처인 산으로 들어갔다.

사막에서 만나 까심으로 산으로 안내한 사디끄가 목청껏 소리쳤다.

“자, 여기 여러분이 기다리던 까심이 우리 곁으로 왔습니다!”

남자들의 함성과 여자들의 환성이 울려 퍼졌고, 남자들은 그를 껴안고 여자들은 악수를 나누었다.


늦은 오후 시간은 남자들이 각자 몽둥이를 가지고 힘든 훈련을 하는 검술 시간이었다.
남녀 공히 힘들고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약간의 돈으로 장만한 음식으로 식사를 때운 뒤 검술 시간이 시작되었다.

까심이 훈련에 가장 열성적이었다.

그 결전의 날에 대비해 열정적으로 훈련하는 남자들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즐거웠다.


조직의 세력이 불어나고 체계를 갖추어 가는 과정에 기쁜 소식이 산속 오두막 사람들에게 울려 퍼졌다.

까심이 친구 사디끄의 동생인 바드리야와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까심은 많은 축하 인사를 받았고, 신랑 행렬은 오로지 달빛을 받으며 오두막 주위를 돌았다.
신랑 신부를 위해 사키나는 이흐산을 데리고 하산의 오두막으로 갔고, 까심의 오두막은 비어 있었다.


까심은 오두막 앞에 놓인 가죽 깔개에 앉아서 바드리야가 밀가루를 반죽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마음을 온통 빼앗을 만큼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그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리파아 구역의 넝마주이 쿠르다를 사디끄와 하산 그리고 친구 열 명이 둘러싸고 까심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까심은 그들을 반기기 위해 벌떡 일어났고 동네로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때면 늘 그랬듯이 여자들은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남자는 까심을 끌어안았다.


“쿠르다가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왔어.” 사디끄가 말했다.

까심이 궁금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사와리스가 오늘 다섯 번째 결혼을 해요.
오늘 밤 신랑 행렬이 지나갈 겁니다.”

“그를 공격하기에 오늘보다 좋은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아.” 하산이 열을 올리며 말했다.

좌중이 흥분했다.


“어느 날 우리는 동네를 공격하겠죠. 그런데 수월하게 공격하고 확실한 결과를 얻으려면 수장들을 처치해야 합니다.” 사디끄가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까심이 “오늘 신랑 행렬을 공격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공격은 수장을 없애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자정 무렵 산기슭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모두 몽둥이를 들고 까심을 따랐다.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오더니 행렬이 드러나자 춤 꾼에 둘러싸인 시와리스의 모습이 보였다.

바로 그 순간 하산이 휘파람을 세 번 불었다.
아즈라마와 그의 부하들이 행렬의 후미를 덮쳤다.
행렬은 삽시간에 혼란에 빠져 분노와 공포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산이 다시 세 번 휘파람을 불자 사디끄와 그의 부하들이 행렬의 중간 부분으로 돌진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문 뒤에 숨어 있던 까심과 그의 부하들이 사와리스를 향해 정면을 공격했다.

“개새끼!”란 욕설과 함께 사오리스가 사디끄를 가격하자 사디끄가 자신의 몽둥이로 막아내며 비틀거렸다.
사와리스가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려는 순간 화가 난 하산이 짐승처럼 사와리스에게 달려들었다.
사와리스는 하산을 향해 엄청난 힘으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하산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가격을 피하자 사디끄의 몽둥이 끝이 사와리스의 목을 찔렀다.
그 순간 몸의 규형을 회복한 하산이 힘을 다해 사와리스의 이마를 몽둥이로 가격했다.
피가 이마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사와리스는 몇 걸음 뒷걸음치다가 벌러덩 자빠졌다.

“사와리스가 죽었다.”



다음 날 동네 전체가 장례식장으로 변했다.
그다음 날 수장들은 분노와 증오심으로 치를 떨고 있는 관재인 리파아트의 집으로 모였다.

“수장 두목! 자네의 명성에 손상이 가게 됐군.” 리파아트가 교활하게 라히타에게 말했다.


리파아트의 말에는 수장들을 조롱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리히타는 분노로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그놈 주위에는 쥐새끼들만 있어요, 그 놈들을 해치우기란 식은 죽 먹기예요!” 라하타가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산속에 몸을 숨기고 있어요.” 하자즈가 말했다.

“우린 그 놈들의 통로를 찾아낼 때까지 산을 샅샅이 뒤져야 합니다.”잘타가 말했다.

밖에서 여느 때와는 다른 아우성 소리가 들렸다.
그 들은 모두 바짝 긴장했다.
관재인이 문지기를 불러 무슨 일인지 물었다.

“양치기 주끌라가 양들을 몰고 까심에게 가 버렸습니다.”


이른 아침 까심은 이상하리 만치 왁자한 소리에 일어나 즉시 오두막을 나왔다.
그의 친구들과 부하들이 흥분해서 허겁지겁 그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들이 복수하러 왔어.” 아래쪽 산 어귀에 집결해 있어.” 사디끄가 말했다.


까심이 산 정상을 바라보자 하산이 사람들과 함께 돌을 손에 쥐고 서 있었다.

“열 명이면 우리는 자기서 그들을 막아 낼 수 있어.” 까심이 말했다.

남녀 모두 오두막에서 나와 까심 주위로 모여들었다.
남자들은 몽둥이를 여자들은 만일을 대비해 준비해 둔 돌 바구니를 가지고 왔다.
맑게 갠 하늘에 아침 햇살이 퍼졌다.


라히타의 부하들은 강한 팔을 양옆으로 벌린 것처럼 늘어서서 진격해 오기 시작했다.

“잘타와 하자즈가 안 보여.” 사디끄가 말했다.

까심은 잘타와 하자즈가 포위대를 이끌고 산 밑에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그 둘이 필사적으로 산채에 이르는 산길을 공격해 올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지만 누구에게도 그 말을 하지 않았다.


까심이 부하들과 함께 공격하기 위해 돌진했다.
몽둥이들이 부딪치고 소리와 함성이 점점 커져 갔다.
까심 측의 남자들은 모두 라히타와 그의 수장들과 각개전투를 했다.

함루슈는 라히타의 몽둥이에 어깨를 맞아 어깨뼈가 부러졌다.
하산이 라히타에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그는 잽싸게 하산의 몽둥이를 피하고 이내 자신의 몽둥이로 하산을 가격했다.
바로 그때 까심이 순식간에 자신의 몽둥이로 라히타의 몽둥이를 막아냈다.


아부 피사다가 바람처럼 달려와 라히타의 세 번째 공격을 막아 냈지만 라히타가 냅다 그의 코를 머리로 받아 코뼈가 주저앉았다.
라히타는 정말이지 당해 낼 자가 없을 것 같았다.

이즈라마가 기습을 하려고 달려들었지만 오히려 라히타에게 턱을 얻어맞았다.
하산이 라히타에게 덤벼들어 서로 치고받으며 죽을 각오로 싸웠다.


통로를 지키던 여자들의 비명 소리가 점점 높아 갔다.
그녀들 일부는 달아나 그곳이 위험했다.
까심은 서둘러 사디끄와 몇몇 사람을 산등성이로 보내고 라히타에 덤벼들었다.

하산이 온 힘을 다해 달려들어 라히타를 밀치자 그는 한 발작 뒤로 물러났다.
하산은 그의 눈에 침을 뱉고 소리를 지르며 치명적인 타격을 한 방 날렸다.
그런 다음 성난 황소처럼 머리로 그의 배를 들이받았다.
라히타가 군형을 잃고 뒤로 나자빠졌다.
하산은 그를 타고 앉아 양손의 몽둥이로 있는 힘껏 그의 목을 눌렀다.
라히타의 부하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왔지만 까심을 비롯한 그의 부하들이 막아섰다.
라히타의 눈이 툭 튀어나오고 얼굴은 피가 흘러 벌겋게 되었다.
그는 다리를 버둥거리다가 숨이 막히는지 괴로워했다.
갑자기 하산이 용수철처럼 번쩍 일어나 축 늘어진 라히타의 몸 위에 서서 있는 힘을 다해 몽둥이로 그의 머리를 가격했다.
곧 두개골이 쪼개져 숨을 거두었다.

“라히타가 죽었다! 너희들의 수장이 죽었다.
그의 시체를 보아라!” 하산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들보다 먼저 패전 소식이 동네에 전해졌다.
소식은 순식간에 퍼져 이 동네의 명성은 그간 수모를 당해 앙갚음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생각만 해도 통쾌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사막쥐들’ 구역 사람들은 보복이 두려워 모두 도망을 가고 없었다.


자발 구역 사람들은 동네의 차기 수장 두목이 누가 될 것인지 궁금했고, 라파아 구역 사람들 역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불신은 강풍에 흙먼지가 말리듯 팽배해졌고 동네 사람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관재인 리파아트는 하자즈와 잘타를 불러들였다.

그들은 함께 앉는 것이 안전하지 않다고 여겨 응접실을 양분하여 절반씩 차지하고 앉았다.

그들의 편 가르기의 연유를 금방 알아차린 관재인은 한층 더 걱정이 쌓였다.


관재인이 그들에게 우의를 다지고 서로 협력할 것을 요구하자, 그들은 서로 악수를 하고 명세를 거듭했다.

그들은 복수의 날에 대한 준비를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고 질타와 그의 부하는 무깟탐 시장 앞에 진을 치고, 하자즈와 그의 부하는 성채 길 입구에 진을 치는 것으로 서로 합의를 보았다.


출정 전날 저녁 모든 해시시 소굴은 남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들은 밤늦도록 와인과 맥주를 마시고 해시시를 피우며 잔뜩 취했다.

하자즈와 부하는 거나하게 취해 기분이 좋았고, 부하는 그를 리파아 구역의 한 건물 앞까지 대려다 주고 인사를 한 뒤 그 자리를 떠났다.
그는 문을 밀어 제치고 통로를 따라 걸으며 흥얼거렸다.

하지만, 그 순간 등 뒤에서 소리 없이 나타난 누군가 한 손으로 그의 입을 막고 다른 손으로 그의 심장을 칼로 찔렀다.

자객은 하자즈가 바닥에 쓰러지며 소리를 내지 않도록 그를 꼭 붙잡고 있다가 바닥에 내려놓았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동네 사람들은 자지러지는 비명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리파아 지역의 수장 하자즈의 집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통곡과 비명 소리가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와 섞여 야단법석이었다.

리파아 구역 사람들은 지하실에서, 집에서, 카페에서 그곳으로 달려왔다.
이내 잘타와 그의 부하들도 달려왔다.


“동네의 수장 두목이 된 걸 축하해요, 잘타!” 슬픔에 잠긴 한 여자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이렇게 비통한 날 여자들의 입 좀 다물게 할 수 없나?”라고 잘타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또 다른 여자가 큰 소리로 말했다.

“까심과 사막쥐들은 산에 있는데 하자즈는 동네 사람들과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있는 자신의 구역에서 살해됐다고요.”


“미친년! 저년의 말을 믿는 사람은 모두 미친 거야.
만약 너희들이 계속 이런 식으로 굴면 까심이 도모한 대로 우리는 서로를 죽이게 돼.” 잘타가 소리를 질렀다.

그때 항아리 하나가 날아와 잘타의 발 바로 옆에서 깨졌다.

잘타와 그의 부하들은 뒤로 물러났고 그는 곧바로 관재인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가 떠나고 나자마자 소란이 일었다.
리파아 구역의 남자들과 자발 구역의 남자들이 격렬하게 말다툼을 하자 두 명의 여자가 그들처럼 말다툼을 시작했고 아이들도 저희들끼리 싸움이 벌어졌다.

급기야는 두 구역의 남자들이 몽둥이를 들고 모여들었다.
관재인은 하인들과 부하들을 이끌고 집 밖으로 나와 두 구역 사이에서 걸음을 멈추고 목청껏 소리쳤다.


“이성을 찾아라. 분노는 하자즈의 살인자인 당신의 진짜 적을 도와주는 것밖에 안 돼.”

“누가 당신에게 그걸 알려 주었습니까?
어떤 사막쥐새끼가 감히 우리 동네에 들어옵니까?” 리파아 구역의 사람이 소리쳤다.


“음모에 놀아나지 마라.
그러지 않으면 까심이 전염병처럼 소리 소문 없이 너희들을 덮칠 거야.” 관재인이 다시 소리쳤다.

“원한다면 까심더러 그렇게 하게 두세요.
하지만 잘타는 결코 우리의 수장이 될 수 없어요.”

“우린 끝났어. 우린 이제 파멸이야.” 관재인이 외쳤다.


“잘타보다 파멸이 훨씬 낫지.”

리파아 구역에서 날아온 벽돌 하나가 자발 구역에 있는 사람들 사이로 떨어졌다.
자발 구역에서도 똑같이 응수했다.
관재인은 급히 돌아갔다.


양쪽에서 벽돌이 쉴 새 없이 날아들었다.

두 구역은 삽시간에 피비린내 나는 싸움에 돌입했다.

돌팔매질이 도를 지나쳐 극한으로 치달았다.
리파아 구역 사람들은 수장 없이 싸우면서도 오랫동안 싸움을 끌었지만 잘타의 백발백중 치명적인 타격에 무릎을 꿇었다.

갑자기 여자들이 창문에서 소리를 질러 대기 시작했다.


그녀들의 함성은 남자들의 아우성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여자들이 겁에 질려 동네의 동쪽 끝과 서쪽 끝을 번갈아 손으로 가리켰다.

여자들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들은 대저택 앞에 있는 까심을 보았다.
그가 몽둥이를 든 남자들을 거느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다른 쪽 끝에는 하산이 무리를 거느리고 다가오고 있었다.
그곳에서 소란스러운 경고의 함성이 들려왔다.
마비된 것처럼 공격이 중단되었다.
그러고는 얼마 전까지 던지고 맞고 하던 사람들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연합하여 두 무리로 나뉘어 공격자들과 대항할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까심이 외쳤다.
“우리는 아무도 해칠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에겐 승자도 패자도 없습니다.
우린 모두 한 동네 사람들이고 한 조상의 후손들이며 부동산은 모든 사람의 것입니다.”


새로운 음모다!” 잘타가 소리쳤다.

“당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사람들을 싸움터로 내몰지 마세요.
원한다면 혼자서 그 자리를 지키세요.”

“공격하라!” 잘타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는 까심의 무리를 향해 돌진했다.
남자들 몇몇이 그를 따랐고 또 다른 몇몇은 하산과 그의 부하들을 공격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슬그머니 집으로 돌아갔고 망설이던 사람들도 그들의 뒤를 따랐다.
잘타와 그의 졸개들 만이 남았다.


잘타는 분노에 눈이 멀어 까심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두 남자는 격렬하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싸웠다.
까심은 조심해 가며 잘타의 공격을 민첩하게 막아 냈다.
수적으로 우세한 까심의 부하들은 잘타 일당을 포위한 후 수십 개의 몽둥이로 승리를 거두었다.


하산과 사디끄는 까심과 싸우고 있는 잘타를 공격했다.
사디끄가 잘타의 몽둥이를 막아 내는 순간 하산이 몽둥이로 연이어 세 차례 잘타의 머리를 내리쳤다.
잘타는 몽둥이를 떨어뜨리고 도살당한 소처럼 앞으로 꼬꾸라졌다.

그것으로 싸움은 끝이 났다.


까심은 부하들을 이끌고 관재인의 집을 향해 갔다.
문과 창문이 모두 굳게 잠겨 있었다.
몇몇 사람이 힘을 합쳐 문을 열었다.
까심이 들어가고 부하들이 뒤를 따랐다.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관재인과 그의 가족은 하인들을 다 데리고 도망치듯 집을 떠난 것으로 보였다.

이제 까심은 명실상부한 동네의 지도자가 되었다.
부동산을 맡아볼 관재인 자리에 올랐다.

사막쥐들 구역 사람들도 자신들이 살던 곳으로 돌아왔고, 수장들이 무서워 동네를 떠났던 다른 구역의 사람들도 야흐야를 앞세우고 돌아왔다.


까심은 부동산에 나온 수익을 공평하게 분배했다.
각 개인의 몫은 미미했지만 공평하고 존중받는다는 느낌은 엄청났다.

까심의 시절 동네 사람들은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던 형제애와 사랑과 평화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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