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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Nov 08. 2021

마르쉐 그리고 F1963

(나눔의 미덕과 옛 것을 새롭게 만드는 지혜)


 

청명한 주말 아침 현대 모터 스튜디오(부산)에서 열리는

마르쉐 행사장에 가기 위해 서둘러 하루 일과인 산책을 마쳤다.


 현대 자동차라는 상호는 친숙한 이름이지만

현대 모터 스튜디오라는 이름은 생소하고 위치도 알 수가 없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행사장 입구에 도착하니 11시 전임에도 들어가는 차량이 많다.

차를 주차하고 행사장으로 가는 대나무 숲길이 처음 오는 낯선 곳임에도 정겹다.


마르쉐 행사는 수도권에서는 자주 열리지만, 지방에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행사장 입구에 도착하니 마르쉐를 소개하는 짧은 글이 눈에 들어온다. 


자연과 이웃을 배려하는 삶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삶,

그 삶으로부터 우리의 나눔은 시작됩니다.


생태적인 농사를 짓는 농부의 작물과 그 작물로 만든 자연적인 먹거리

부엌과 식탁에 어울리는 수공예품까지

 


 

이러한 취지를 기초로 20개 정도의 가게들에 직접 재배하고 만든 제품을 소개하고 있어

1시간 남짓이면 전체를 둘러볼 수 있었다.
 아직 많은 대중들에게 호응을 받는 단계는 아니지만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이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었다.


거제도에서 키운 표고버섯,

밭에서 직접 가져와 아직 흙이 그대로 묻어 있는 고구마,

옛날 어머니들이 사용하시던 수세미를 사서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행사장을 빠져나오면서도 F1963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왜 이곳에 이런 공간이 있는지 알지 못했다.


화장실을 찾아 들어간 건물 내에 YES 24시 중고 서점이 있었고,

그 중고 서점 내부에 남아 있는 기계 장비들을 보고서야 이곳이 스토리가 있는 곳임을 알았다.


이곳은 고려제강이 와이어를 생산하던 공장이었지만. 2016년부터 새 삶을 시작한 곳이었다.


 F 1963에서 F 공장을 의미하고 1963 

고려제강이  공장을 완공한 연도를 의미한다

고려제강 수영공장에서는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간 와이어로프를 생산했으며,

이후 공장이 이전하여 창고로 쓰이게 되었지만,

2014 부산 비엔날레 특별전시장으로 사용된 것을 계기로 

2016 리모델링을 거쳐 전시장으로 재탄생했다.


F1963  개의 콘셉트로 공간이 꾸려진다.

1. 학술회의, 공연, 음악회 등이 펼쳐지는 

2. 카페, 맥줏집 등이 들어선 상업공간

3. 2016 부산 비엔날레 전시장으로 쓰이던 곳으로 도서관, 서점 등의 문화공간

 


YES 24시는 중고서점이지만 규모도 굉장히 컸고 다양한 책을 전시하고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카페에서는 맛있는 커피와 다양한 빵도 판매하고 있어

커피 한잔을 놓고 가을의 청취를 만끽했다.

 


대장동 개발 의혹, LCT 연관 뇌물 사건이니 하면서

큰 개발 사업에는 의례히 관련된 부조리가 사회를 불안하게 했고,

개발 후에는 개발이익이 일부 투기세력에게 돌아가 서민들의 기를 꺾어 놓았다.


15년 전 즈음,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 여행에서 오래된 석탄창고를 개조한 식당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면서 그들이 옛 것을 살려 활용하는 지혜가 놀라웠지만,

그 기억이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남을 줄은 몰랐다.


2013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스페인 북쪽 공업도시 빌바오를 찾아갔고

그곳에서 보았던 구겐하임 미술관은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

스페인 북부를 대표했던 공업도시가 철강산업의 쇠퇴로 기울어졌고

도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 구겐하임 미술관이었다.


 그리고, 구겐하임 미술관은 빌바오의 명소가 되었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 미술관을 자랑스러워한다.


하늘이 유난히 푸른 2021년 가을,

우연히 찾은 F1963에서 해운대나 태종대에서 느끼지 못했던 시민으로의 또 다른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다른 문화와 서로 조화를 이루어가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경험했고,

아파트 숲 속에서 옛 것을 지키는 지혜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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