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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Nov 10. 2021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

내가 치과를 찾아야 하는 이유




오늘 오후 잇몸 치료를 위해 치과를 찾았다.

오래전부터 잇몸질환 치료를 위해 출입한 치과는 세월이 가면서 찾는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어느 때와 같은 방법으로 부분 마취를 받고 갈고리 모양의 도구로 잇몸 치료를 마치고

지혈제를 물고 나오는 간호사가 안쪽 어금니 신경치료와 섞은 치아를 때우는 날짜를 잡자고 했다.

 머뭇거리며 말을 못 하는 나를 간호사는 의아해하며 쳐다보았다.


집에 가서 용기를 내어 다시 시간을 잡도록 하겠습니다”하는

나를 보고 간호사는 웃으며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동안의 오랜 경험으로 신경치료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통도 따른다는 사실을

아는 나에게는 결정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 사실을 아는 간호사는 웃음으로 답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나는 보수천 근처의 전셋집에 살았다.

주인아주머니는 나보다 2-3살 정도 나이가 많은 아들과 함께 사는 과부였고,

왕사탕을 만들어 집 앞의 새벽시장에 내다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1000cc 맥주잔을 반으로 자른 크기의 족자에 설탕을 녹여 준비된 틀에 붓고,

손잡이 나무막대를 꼽고, 기다리면 왕 사탕 2개가 틀에서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든 왕사탕을 비닐로 포장하여, 고무줄로 묶어 다음날 새벽 시장에 내다 팔았다.


늘 혼자서 일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명절 전이나 바쁜 성수기에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럴 때마다 아주머니는 어머니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나를 보내 일손을 돕게 했다.


나에게 왕 사탕 포장하는 일은 당시 큰 즐거움 중에 하나였다.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이라 나에게 단 것을 마음껏 먹을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아주머니가 설탕을 녹여 틀에 붓다 보면 실수로 넘쳐흐르는 경우가 발생했다.

넘쳐흐른 부분은 다시 녹여야 했지만, 나는 이 부분을 떼어내어 먹었다.


아주머니도 일을 시키는 입장이니 굳이 먹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일이 끝나면 아주머니는 불량품으로 시장에 내놓지 못하는 왕 사탕을 내 손에 쥐어 주니

나는 이 단 것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점점 깊이 빠져들었다.

 


단 것은 내게 즐거웠던 시간보다 훨씬 긴 고통의 시간을 주었지만

나는 유전적으로 치아가 약해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근에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 나에게 주어진 고통은 과거에 잘못 보낸 시간의 보복이다.”라는

 나폴레옹의 말이 생각났다.


단 것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대가로 고통받아야 한다면 이제 나에게 선택권은 없다.


하지만, 과거의 실수를 통해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현명함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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