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 대격변
주거 문화의 진화
아파트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투자 대상으로서의 아파트다.
입지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며, 잘 고르기만 한다면 최고의 재테크 투자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거주 공간으로서의 아파트다.
살기에 편한지, 안전하고 쾌적한지 등 실거주 측면에서 바라본 관점이다.
지금은 재테크도 가능하고 살기에도 편리한 두 가지 장점을 동시에 추구하는 아파트 전성시대다.
브랜드 아파트의 등장
1990년대 말부터 브랜드 아파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경제 호황기가 이어지면서 국민 소득과 생활 수준이 올라갔고, 아파트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졌다.
기존의 평범하고 천편일률적인 아파트와 달리 새로운 아파트 상품을 원하기 시작했다.
건설사도 이에 부응했다.
삼성은 래미안, 현대는 현재 힐스테이트의 전신인 현대홈타운, 대림은 이편한세상 등의 이름을 만들어서 아파트 시장 판도를 바꾸어나갔다.
이때 주목받은 것이 주상복합 아파트다.
타워팰리스를 필두로 새로운 주거 형태가 선보여지면서 기존의 아파트 설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타워팰리스는 미국의 팰리스 브랜드를 가져와 미국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와 똑같이 지은 것이다.
단순했던 아파트 공간이 세분화되면서 다양한 편의 시설이 갖춰졌고, 평면 구성 역시 진화했다.
커뮤니티 차별화
아파트 평면 설계의 다양화, 세분화를 넘어 새로운 차원의 아파트가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단지 안에 운동할 수 있는 헬스 시설만 있어도 인기였다.
지금은 고급 커뮤니티 시설로 사람을 끌어들인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아파트 단지에 수영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인피니티 풀로 진화하고 있다.
초록색 그물망이 쳐있던 골프 연습장은 스크린 골프장과 라운지가 있는 연습장으로 바뀌고 있으며, 필라테스나 요가 전용 공간으로 쓸 수 있는 GX룸, 사우나 시설은 물론 반려동물 샤워장까지 갖추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키즈 라운지, 전용 영화관, 카페는 물론 조식 서비스를 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의 차별화는 아파트 고급화와 같은 개념으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공사비가 증가하면서 덩달아 분양가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매달 내야 하는 관리비 역시 만만치 않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런 고급 커뮤니티 시설에 환호하자 새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 사이의 가격 차이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아파트 양극화
아파트 가격도 지역별로 차별화되고 있다.
넓게는 수도권과 지방이 갈린다.
수도권 안에서도 판교나 과천, 광교 등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으로 구분된다.
서울에서도 2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요지와 10억 원 안팎의 중산층이 사는 지역이 갈리고 있다.
서울 외곽으로는 10억 원대 미만의 아파트가 포진하고 있다.
지역별로 가격이나 수요 변화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지역 특성을 제대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서울은 강남 3구 외에 용산, 성수, 여의도 지역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이며, 20~30억 원 대의 아파트가 주류를 이룬다.
50억 원을 넘는 초고가 아파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포권역을 비롯해 강북 요지의 아파트 가격은 10억 원에서 15억 원 정도가 많다.
지역별 가격대별 아파트의 계층화, 양극화는 계속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 사는 지역과 아파트 가격대가 갈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아파트라는 규격화된 자본 상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이런 계층화가 쉽고 빠르게 고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슈퍼리치는 어떤 집에 살까?
한쪽에서는 고급 커뮤니티 시설이 강조된 신축 아파트가 인기를 끈다.
다른 한쪽에서는 고가 아파트 그 너머의 세상도 만들어지고 있다.
강북은 성북동과 평창동을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부촌이 존재해 왔다.
최근에는 도심형 타운하우스 형식의 고급 빌리지가 들어서고 있으며 여전히 과거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강남의 청담동과 삼성동 일부 지역에는 빌라 또는 단독 주택단지가 재개발되거나 고급화되면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이곳의 집들은 호가 100억 원을 가뿐히 넘기며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있다.
슈퍼 리치가 선호하는 주거 형태의 최근 대세는 단독형 타운하우스다.
과거에도 타운하우스가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경기도권에 주로 지어졌다.
집이 크고 관리하기 어려운 데다 서울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경기도권 타운하우스의 인기는 빠르게 시들어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울 도심권 한복판에 타운하우스 개념의 고급 단독형 빌리지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청담동이나 삼성동, 한남동이나 성북동 등 서울에서 땅값 높기로 소문난 곳이 중심이 되었다.
서울 도심과 가깝고 교통이 편하며 무엇보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데 유리하다.
대부분 1종 일반주거지역에 위치하기 때문에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웃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어 슈퍼리치들이 선호한다.
강남 지역에서는 경기고등학교 인근과 삼성동 아이파크 주변, 대치동 일부에 위치한 1종 일반주거지 등이 앞으로 단독형 고급 타운하우스로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강북에서는 성북동과 평창동, 용산정비창과 수송부지 인근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수송부지를 중심으로 한 인근 지역은 용산공원과 인접한 장점을 누릴 수 있어 고급 주거단지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고급 주거지에 지어지는 주택을 소비할 수 있는 계층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이들은 막대한 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주택을 구입할 때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 계층이다.
슈퍼 리치가 집을 바라보는 시각은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
100억 원 주고 산 집이 150억 원 되었다고 좋아하는 것은 일반인의 생각이다.
슈퍼리치는 사업 등 다른 일을 통해 돈은 넘치게 벌어들이고 있다.
슈퍼 리치가 제일 중시하는 것은 프라이버시다.
아무리 고가 아파트라고 해도 공동주택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거나 주차장을 오갈 때 필연적으로 타인과 섞여야 한다.
층간 소음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음악을 크게 듣고 싶어도 이웃의 눈치를 봐야 한다.
커뮤니티 시설이 고급화되어 있어도 보는 눈이 많으면 불편하다고 느낀다.
프라이버시 못지않게 연결성도 중요하다.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네트워킹하는 것이다.
끼리끼리의 문화를 만들어 외부인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배타성도 드러낸다.
강남이나 서초, 반포, 성수 등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사는 부자들이 단독형 주택단지에 관심 두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고급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양극화는 필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