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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Sep 29. 2024

준비되지 않은 100세 시대(3)

비정규직으로 시작되는 인생 후반

베이비 부머들이 퇴직하자 생각지 않은 일들이 일어났다. 

중소도시에서 광역도시로 발령받았을 때 대도시의 집값이 너무 비싸서 주택담보대출과 직장인 신용대출을 받았는데, 바로 신용대출을 갚으라는 독촉 전화가 왔다.  

또 두 자녀의 학자금대출을 갚으라는 공문이 날아 들있다. 

저축한 돈은 딸의 혼사에 들어갔고 아들의 전문대학원 학비는 엄청났다. 
이를 감당하려니 60세에 직장을 나오고도 쉴 수가 없었다. 
더 팍팍한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주택가격 상승에서의 소외, 자녀 교육비 및 결혼비용 부담이 영향을 준 것이다. 
또 하나, 자녀들이 독립해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자녀를 모두 부모가 떠안으려는 관점의 영향도 있다.  

자녀의 교육비 부담은 큰 데 반해 자녀의 독립은 늦어지는 게 당면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퇴직 연령은 빠르다 보니 당연히 퇴직 후 비정규직 노동시장에서 오랫동안 일할 수밖에 없다. 
그러지 않으면 노후 준비가 어렵다. 
퇴직 후 재취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60년대생은 인생 후반을 독서하며 여가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으로서 노동시장에 다시 들어가 일하며 보내야 한다. 

많은 수의 60대가 재취업시장에 뛰어들어 비정규직으로 70대까지 일을 한다.  


퇴직자들의 재취업 유형별 비중은 57퍼센트 취직, 17퍼센트 창업, 25퍼센트 단순노무로 나타났다. 

동종창업과 이종창업 모두 소규모 자영업 창업이 가장 많았으며 가맹점 창업이나 일반 자영업 비중은 낮다. 
단순 소자본 창업을 가장 많이 한다는 뜻이다.  

단순 소자본 창업은 시작은 쉽지만 경쟁이 치열해서 성공률은 낮다.
재취업을 보면, 전체적으로 단순 소자본 창업과 단순노무를 합한 비중이 30퍼센트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이게 60대 재취업시장의 현황이다.


재취업의 특징을 동적으로 파악해 보면 그 열악함이 더해짐을 볼 수 있다. 

재취업 일자리는 2~3회 이상 바뀌는데 퇴직 후 재취업 시에는 이동 차수가 높을수록 근무조건이 열악해졌다.  

우선, 첫 번째 재취업 때는 동종취직이 가장 많았으나 그다음 이동에서는 동종취직 비중이 낮아지고 단순노무 비중이 가장 높았다. 
단순노무는 첫 번째 재취업에서 25퍼센트를 차지했으나 이후에는 거의 37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 유형별 만족도

재취업 시 소득이 하락된 정도를 살펴보면, 동종취직은 32퍼센트 감소한 반면, 이종취직은 41퍼센트로 감소폭이 컸으며 단순 노무일을 하는 경우 49퍼센트로 가장 컸다.  

일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도 동종취직> 이종취직 > 단순노무의 순서로 높았다. 

물론 소득도 차이가 났다.  


경력과 관계된 경우 소득이 36퍼센트 감소되었지만 경력과 무관한 곳으로 이종취직한 경우 임금 감소폭이 47퍼센트나 되었다. 

자신의 전문성과 조금이라도 관련성이 있는 직종으로 재취업한 경우, 소득과 만족도 모두 높았다. 

자신의 퇴직 전 일과 관계있는 일을 퇴직 후에 이어가는 것이 소득이나 만족도면에서 낫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동 유형별 재취업 과정  

재취업 방법 1위를 차지한 것은 무엇일까?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직장 동료, 지인 등에게 일자리 소개를 부탁한 경우였다.
동종취직은 그 비중이 50퍼센트에 이르렀고 이종취직도 36퍼센트였다.  

단순노무는 지인 소개 이외에 정부의 재취업 센터를 방문해서 일자리를 구한 경우도 많았다. 

일반적으로 퇴직 전 유예 기간 동안 이력서를 넣고 그동안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인사청탁으로 다음 일자리를 구했다. 
아니면 퇴직한 것을 알고 지인이 먼저 연락해오기도 했다. 
이종취직은 동종취직과 달리 자격증 취득과 재취업 교육기관 이수를 통해 직장을 구한 경우도 많았다.


흥미 있는 것은 재취업의 성공 요인이다.
동종취직자의 경우 '현직에 있을 때 경력을 잘 쌓고 관리한 것'이 1위를 차지했고 '인적 네트워크'가 그다음을 차지했다. 

자신의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가 성공 요인이었던 셈이다.  


반면에 이종취직은 '눈높이를 낮추고', '필요한 자격증을 미리 준비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으며, 단순노무의 경우에는 '눈높이를 낮추고 지속적으로 구직을 시도한 것'이 48퍼센트라는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자신의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가 있으면 동종취직을 시도하고, 없으면 필요한 자격증을 준비해야 하며, 이것도 어렵다면 눈높이를 낮추어 단순 노무직을 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경력을 잘 관리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잘 쌓은 사람이 재취업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종취직, 이종취직 모두에서 인적 네트워크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리고 경력과 무관한 일자리로 옮기는 데는 자격증이 중요한 요소가 되며, 이종취직이나 단순노무에서는 눈높이를 낮추는 게 성공 요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퇴직 전 경력 관리, 네트워크 관리, 자격증 준비, 눈높이 낮추기'가 재취업 생존 비결이다.

<출처: 60년대 생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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