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 과잉 사회
베이비 부머들이 본격적으로 퇴직을 하면서 재취업시장 규모는 급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55~74세의 인구를 보면 지금부터 10년간 400만 명이 증가하여 1,600만 명에 이른 후, 20년 동안 이 숫자가 유지된다.
이에 따라 베이비 부머들이 앞으로 30년간은 '점진적 은퇴시장'을 통해 사회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의 점진적 은퇴시장은 많은 잠재성을 갖고 있으므로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고령사회는 시간부족 사회가 아닌 시간과잉 사회다.
직장을 다니는 젊은 층은 항상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은퇴 후에는 시간이 남는다.
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부족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여유롭게 만들지 고민했다면, 고령사회에서는 남아도는 많은 시간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활용할지 고민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 텔레비전 보기와 같은 소극적 여가를 일과 적극적 여가로 옮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텔레비전 보는 시간을 자신의 전문성과 기술 개발에 투자하면 좋다.
하나의 일에 1만 시간만 집중하면 전문가의 반열에 오른다고 하니, 텔레비전을 보는 3만 3,000시간의 3분의
1만 일하기에 투자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전문가가 되면 여러 가지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
시간만 남는 게 아니다.
1인가구가 많아지면서 공간이 남는 사회가 된다.
지금까지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1인가구가 증가했지만 앞으로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증가할 것이며, 고령층은 기존의 큰 집에서 가족이 같이 살다가 사별, 별거 등을 겪은 다음 혼자 사는 것이므로 혼자 큰 공간을 점유하게 된다.
현재 660만에 이르는 1인가구 수는 20년 후 900만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2005년에 1인가구 수가 불과 310만이었음을 감안하면 가히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우리나라 1인가구의 연령별 특성 변화다.
30대 이하 1인가구 수는 2005년 132만에서 2020년 245만으로 무려 113만 가구가 증가했다.
청년들의 주거 문제가 근래 핵심 이슈로 떠오른 이유다.
60대 이상 1인가구 수 역시 2020년 223만 가구로 2005년에 비해 125만이 증가했다.
지금까지 전 연령에 걸쳐 1인가구가 증가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령별 구성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향후 20년 동안 전체 1인가구 수는 여전히 240만이나 증가하지만 이 중 청년 1인가구 수는 오히려 27만이 감소하고, 고령 1인 가구수가 무려 250만이나 증가한다.
그리하여 지금은 고령 1인가구 수가 청년 1인가구 수의 0.9배에 불과하지만 2040년에는 2.2배, 2050년이면 3배를 넘게 된다.
1인가구의 주인공이 청년에서 고령으로 넘어가는 대역전이 일어난다.
1인가구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파생되는 변화가 있다.
여성의 수명이 길다 보니 고령 1인가구 중 여성가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현재 여성 1인가구 중에서는 70세 이상이 27.3퍼센트이고, 남성 1인가구 중 70세 이상은 8.8퍼센트에 불과하다.
앞으로 고령가구 수가 급증하면서 자연히 고령 여성가구가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2010년에도 현재 성별 구성이 유지된다면, 전체 1인가구의 25퍼센트가 70세 이상의 여성가구가 된다.
1인가구의 주거 점유 유형을 보면 20대 1인가구는 자기 집이 8퍼센트, 월세가 64퍼센트를 차지하는 데 반해 70세 이상은 자기 집에 사는 비중이 65퍼센트, 월세 비중이 20퍼센트다.
향후 청년 1인가구가 줄고 고령 1인가구가 증가하게 되면 1인가구의 주거 점유 유형도 월세에서 자가로 옮겨가게 된다.
지금은 청년 1인가구를 위한 주택수요가 월세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이런 추세가 약화될 것이다.
이런 변화에서 공간 효율성 문제가 대두된다.
1인가구 중 20대 이하에서는 방의 개수가 1~2개인 비중이 64퍼센트인 반면, 70세 이상에서는 방의 개수가 3~4개인 비중이 83퍼센트에 이른다.
1인가구의 흐름이 청년에서 고령으로 변하면 혼자 3~4개의 방을 갖고 사는 가구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1년에 몇 번 찾아오지도 않는 자녀의 방문을 대비해서 3~4개의 방을 보유하고 있게 되면 공간 효율성 문제가 나타난다.
아파트 중심이라 빈방을 임대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일본에서 빈집이 문제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빈방이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 1인가구가 청년에서 고령으로 바뀌면
①고령 여성 1인가구가 지배 가구가 될 것이고
②주거 점유의 유형이 월세에서 자가로 이동하며
③1인가구의 빈 공간이 많아진다.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공간과 관련해서는 고령자에게 최적화된 소규모 주택 공급을 통한 주택의 다운사이징과 주택을 활용한 현금 흐름 창출이 필요하다.
1인가구의 패러다임이 청년에서 고령자로 변하면서 아파트 공화국인 우리나라의 주거 패러다임 역시 변하게 된다.
주택활용, 주거, 자산 관리 모두에서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시간과 공간이 과잉인 시대, 해법은 1인 1기와 주택 다운사이징, 빈방 활용, 주택연금의 활용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