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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03. 2024

준비되지 않은 100세 시대(7)

주택연금 활용

아파트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집 하나로 주거와 노후 준비라는 2마리 토끼를 잡았을 뿐만 아니라 집을 통해 부를 증식했다. 

앞으로는 이 기억을 지워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많은 주택과 적은 현금을 보유하고 60년대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주택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주택에서 현금 흐름이 필요하고, 보유 주택의 가격이 과거처럼 많이 오르기도 어렵기에 수익률이 더 높은 자산을 선택해야 하고, 우량한 부동산 자산을 가져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60년대생에게는 보유 부동산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노후에 주택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주택연금이다.
 
주택연금은 일종의 역(逆) 모기지 상품이다. 

모기지는 주택담보대출을 일컫는데, 목돈을 빌리고 원금과 이자를 분할 상환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3억 원을 4퍼센트로 빌리고 20년에 걸쳐 원리금을 매월 181만 원씩 상환하는 것이다. 
역모기지는 이를 거꾸로 한다.
 

대출을 매월 조금씩 받고 나중에 목돈으로 상환한다.  

3억 원 주택을 70세에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월 90만 원을 죽을 때까지 받고, 사망하면 주택을 처분한 돈으로 한꺼번에 갚게 된다. 
그래서 주택연금은 소득이 아니라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
 
다만, 역모기지는 죽을 때를 모르기 때문에 대출 기간을 확정할 수가 없다. 

20년이 될지 40년이 될지 모른다. 

그 불확실성에 대해 역모기지 제공자(주택금융공사)는 가입자에게서 보증료(보험료)를 받는다.
그러니, 주택연금은 '대출금+이자+보험료'가 부채가 된다. 
 

주택연금의 중요한 특징 둘을 꼽으라면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자산의 배분을 바꾸어주는 역할이다. 

6억 원 주택을 70세에 종신정액 지급형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매월 180만 원(2023년 10월 기준)을 죽을 때까지 받는다. 
주택가격이 급락해도 연금액은 평생 변화가 없으니 고정된 현금 흐름이 창출된다. 
이는 매월 180만 원의 이자를 주는 만기 없는 채권을 갖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주택을 팔고 이 돈으로 채권을 사지 않더라도 주택연금은 소유권을 갖고 있으면서 실질적으로 자산을 교환하는 효과를 준다. 
주택을 국채로 바꾸는 셈이다. 
향후 부동산 가격이 양극화되는 상황에서 소외된 지역의 주택 한 채가 재산의 대부분인 사람은 생각해 볼 만한 특징이다.
 
주택을 채권으로 바꾸는 자산교환 효과는 노후 소득이 있는 사람도 자산을 재배분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부동산이나 주택의 비중이 너무 높은 사람이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부동산의 비중을 줄이고 채권의 비중을 늘려주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주택연금 가입 기준이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주택에서 12억 원으로 상향되었다. 
 

이렇게 되면 다주택자도 합산한 공시가격이 12억 원 이하이면 그중 거주하는 한 채를 가입할 수 있게 된다.  

한 채는 살면서 주택연금을 받고 다른 한 채는 임대를 주면, 현금 흐름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 변동에도 덜 노출된다. 
현금 흐름을 창출하고 자산 배분을 바꾸는 일석이조 효과가 발생한다.
 
그뿐 아니다. 질병 치료나 심신 요양으로 병원이나 요양소(시설)에 입원하는 경우 혹은 자녀의 봉양으로 본인의 주택을 떠나는 경우, 부부 모두 1년 이상 담보주택에 거주하지 않아도 주택연금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주택연금을 받고 있다가 요양원이나 자녀의 집으로 옮기고 기존 주택에서 월 임대료를 받아 지출금액으로 충당하면 된다. 
이럴 경우 주택연금과 월 임대료 둘을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의 비경제적 효과는 노후에 삶을 보는 관점을 바꾼다는 것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 수기는 넉넉지 않은 사람들이 평생 돈을 모아 산 집을 노후에 주택연금에 가입하여 현금 흐름을 얻는 이야기다. 

2023년 현재 주택연금 가입 가구는 11만이고 이들은 월평균 116만 원을 받는다. 
가입 주택의 평균가격이 3억 7,0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괜찮은 현금 흐름이다.
기초연금은 부부 기준 월 최대 51만 원이고,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61만 원으로 주택연금에서 받는 월평균 116만 원보다 낮다. 
 

그럼에도 현재 주택연금 가입률은 낮다.  

60세 이상에서 주택을 소유한 가구의 2.4퍼센트 정도가 가입했을 따름이다. 
그러다 보니, 주택연금 지급액은 가구 전체로 보면 월 1,276억 원, 연 1조 5,300억 원 정도다. 
단순 계산으로, 가입률이 5퍼센트 정도로 올라가면 매년 3조 원이 넘는 소비 지출 효과를 볼 수 있다.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가 죽을 때 자녀에게 상속하면 그 기간 동안 소비가 단절되는 데 반해, 주택연금은 당대의 지출을 늘려 소비 단절을 완화한다.
 
우리나라는 연금제도가 늦게 정비되다 보니 노후 소득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 

노후에 먹을 반찬이 별로 없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장수로 인해 먹어야 하는 끼니는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다들 허리띠를 졸라맨다.  

그나마 있는 굴비 반찬이 바로 주택이다. 
자린고비처럼 주택을 바라보고만 있을 게 아니라 주택연금을 통해 현금 흐름을 마련하는 수단으로 쓰는 게 좋다. 
이는 사회적으로는 잠겨 있는 고령자의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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