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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13. 2024

준비되지 않은 100세 시대(13)

아파트 공화국의 미래

인구가 늙어가고 감소하는 사회에서 아파트는 부의 증식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굳건하게 유지되던 아파트 공화국이 미래에 변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주거 공간의 과잉과 아파트 공화국의 미래를 데이터를 통해 한번 살펴보자.
 

2014년 최경환 부총리가 '빚내서 집 사라'라는 발언을 했을 때, 실제로 베이비 부머들은 집을 여러 채 매입했고 임대소득으로 노후를 준비하려 했다. 

당시 55~64세의 대출이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계속 증가한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때 산 집의 가치는 두 배가량 증가했고, 이는 많은 사람의 뇌리에 남아 있다.
이 기억을 이제 지워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위험한 수준으로, 중국과 더불어 가장 크게 증가한 나라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인구구조가 그 위험을 배가시킨다.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는 층이 두텁다. 
1차(1955~1963)와 2차(1968-1974) 베이비부머로 나뉘므로, 장기간에 걸쳐 분포해 있는 베이비붐 세대에게는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이 더디게 나타난다.  


올해 1955년생은 69세에 접어들고 베이비부머의 끝인 1974년생은 이제 50세로 활발한 경제활동을 한다. 

그러다 보니 1차 베이비부머의 고령화 영향이 덜 나타난다. 
현재 부동산시장이 이러한 착시에 빠져 있다. 
하지만 이런 구조의 인구 분포는 시간이 흘러 부정적인 영향이 가시화되면 백약이 무효일 정도로 걷잡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대비할 시간을 주는 반면 그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우선, 가구 수 변화를 살펴보자.
우리나라 가구 수는 2038년까지 계속 증가하여 정점을 이루고 감소한다. 

2020년부터 40~50대 가구 수가 처음으로 줄어들고 20~30대는 2030년을 지나면 거의 100만 가구가 줄어든다. 

신혼이거나 가족 구성원이 많아져서 실수요로 집을 구입해야 하는 20~50대의 가구 수는 이미 꺾였다. 
다만 60대 이상인 가구가 30년간 645만 가구나 증가하면서 전체 가구 수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 총 가구 수는 계속 증가하는 듯이 보이지만 우리나라 가구는 처절하게 늙어가고 있다. 
이들 연령층에게는 역세권의 비싼 집이 필요 없고 많은 방도 필요 없다.
  

게다가 1인당 소득이 과거처럼 빨리 증가하지 않는다. 
2000년에서 2017년까지 1인당 GDP는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세 배가 되었다.
엄청난 증가 속도다. 

좋은 집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리가 장기 저성장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했다. 
일본이 1990년대 장기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30년간 1인당 GDP가 정체 상태였던 것을 참조할 만하다.  


장기 저성장에 들어갔는데 어떻게 주택가격만 이전처럼 오르겠는가?

그렇게 오른다면 이후 버블 붕괴를 반드시 겪게 된다. 
주택, 특히 아파트에 집중된 부동산 자산을 분산해야 한다. 
부동산 자산을 다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독일에서 벤츠와 BMW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연금소득자라고 한다. 

오스트리아에서도 비싸고 좋은 곳에서 서비스를 받는 사람은 은퇴자들이다. 
고령화가 심각한 유럽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고성장 시기에 잘 준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유럽은 이민, 난민 등으로 주변국 젊은이들이 이동해 온다. 
이처럼 유럽은 1.5명 내외의 합계출산율과 이민자들이 고령사회를 지탱해주고 있다.
프랑스도 외국인의 출산율이 높다.
 
우리의 현실은 어떨까? 

합계출산율 0.7명 수준에 이민자는 별로 없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노인이 부자인데 우리는 노인이 빈곤하다.
우리는 인구구조 붕괴에 마땅한 대책이 없다.
기둥이 흔들려도 옆에 받쳐줄 수 있는 마땅한 지지대가 없다.  

한마디로 과거의 고성장·저부채 사회에서 저성장·고부채 사회로의 이행이 시작된다.
이렇게 되면 국가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충격에 약해지고, 충격을 받으면 회복하기 쉽지 않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자산 관리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내 자산을 어디에 둘 것인가'라는 문제다.
무엇보다 자산의 서식지를 글로벌 우량자산으로 옮겨야 한다. 

국내에 있는 안전한 자산이 안전한 것이 아니다. 
안전이라는 범위를 국가 내로 한정하지 말고 글로벌로 확장해서 보아야 한다.  


예금은 안전하다고 하지만, 국가의 시스템이 흔들리면 통화가치가 떨어지거나 물가가 오르면서 자산의 실질가치가 떨어진다. 
글로벌 차원의 안전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다.
미래의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젊은 층은 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는 산업경쟁력이 골고루 좋다. 

조선업부터 시작하여 화학,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등 산업 스펙트럼이 넓다. 
이런 나라가 흔치 않다. 
또 교육 수준과 교육열이 높고 질서도 잘 지킨다.
미시적인 것은 튼튼하다. 
문제는 국가의 틀이다. 
통화, 인구, 군사력, 지정학적 위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통화는 튼튼하지 않다. 
선진국이 되려면 통화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반면에 미국은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주택가에서 총소리가 심심찮게 들리고, 마약이 범람하는 등 미시적으로 보면 문제투성이인 것 같지만 국가의 틀이 튼튼하다. 
달러라는 가장 강력한 기축통화, 1위의 군사력, 1위의 해군력, 기업경쟁력, 태평양과 대서양이 동서를 지키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 탄탄한 인구구조 등을 갖고 있다.  

묘하게도 우리나라와 정반대의 특징이다. 

'가장 좋은 친구는 나와 가장 다른 친구'라는 말이 있다. 
자산도 내가 가진 것과 가장 다른 성질을 보이는 자산을 서로 섞으면 좋다. 
우리는 이제 자산 서식지를 글로벌 우량자산으로, 국가의 틀이 튼튼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이것은 애국심과는 별개의 행동이다.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가 노후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가져야 하는 자산의 구성이다.
국가 차원에서는 성장하는 국가의 부가가치를 수취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자산의 서식지를 글로벌 초우량자산으로 옮기는 것은 60년대생뿐만 아니라 그 자녀들에게 더욱 요구되는 자산 구성이다.


지금 자신이 가진 자산의 대부분이 아파트라면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서 현금흐름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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