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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Oct 08. 2024

준비되지 않은 100세 시대(11)

고령사회 연착륙을 위한 10가지 과제

우리나라는 1965년부터 50년간 생산가능인구가 매년 1.8퍼센트 증가했다. 

반면 향후 50년간 생산가능인구는 매년 1.2퍼센트 감소하고 65세 이상 인구가 2퍼센트씩 증가한다. 
저성장이라는 난기류에서 인구가 급하강을 하는 셈이다. 
저출산 대책도 중요하지만 출산율 제고는 한계가 있다. 
 

젊은 층과 고령층의 인구 구성비 불균형에서 오는 문제를 해소해야 하고 고령자가 과다하게 많아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 
인구와 연계되는 고리를 파악한 뒤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시각으로 일관되게 대응해야 한다.  

그중 10가지를 추려서 짚어본다.
 
첫째, 경제 운용의 장기적 지향점을 바꾸어야 한다.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감소하는데도 경제성장률에 집착하는 것은 자칫 무리가 될 수 있다.
총량 지표에 집착하다 보면 자본이나 재정을 과다하게 늘리는 방식으로 고령화에 대처할 위험이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조짐이 보인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중심으로 흐르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사회 기반 시설에 과다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일본의 시골 도로에는 곰과 토끼만 다닌다는 말이 있다. 
총량적 지표보다 1인당 소득증가율, 취업률, 요소생산성 등이 중요하다. 
성장률이 아닌 이들 지표의 중요성을 높여야 한다.
 
둘째, 사람이 부족하고 자본이 흔한 시대에 맞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노동력이 흔하고 자본이 부족했다면 앞으로는 노동력이 부족하고 자본이 흔해진다.  

과거 성장 과정에서 과다해진 공장, 설비, 도로, 학교와 같은 실물 자본을 줄일 필요가 있고 사람의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다. 
 

실물 자본을 전용하고 구조 조정하여 합병하고, 미래지향적 소프트웨어 자본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중요 과제가 된다. 
과다 자본의 후퇴 전략이 필요하며 새로운 소프트웨어 자본을 갖추면서 인적자본을 고도화시켜야 한다. 
젊은이의 교육뿐만 아니라 중, 고령층의 재교육도 포함된다.
 
셋째, 정태적 균형이 아니라 동태적 안정을 모색해야 한다. 

5,000만 인구는 너무 많다고 비명을 질렀던 게 엊그제 일이다. 
하지만 이는 정태적 사고일 따름이다.  

인구가 2,500만 명에서 5,000만 명으로 증가할 때 우리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마찬가지로 5,000만 명에서 3,000만 명으로 줄어들 때도 엄청난 변화를 겪는다. 
 

학교 수가 급속하게 줄어들 텐데 그 과정에서 학교 건물이나 교사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령자 수가 급증하는데 요양 인력을 어떻게 확보하며 사망자 수가 급증할 때 화장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고령자가 생산가능인구에 비해 기형적으로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국가채무가 증가하는데, 국가채무 증가에 대한 국가 신뢰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동태적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숱하게 많다. 
정태적 균형 사고를 버리고 동태적 안정으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정태적 균형 사고는 물이 없는 물고기에게 당장 물 한 바가지를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바다로 데리고 갈 테니 기다리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때가 되면 물고기는 이미 죽고 없다.
그래서 케인스는 '장기적으로 우리는 모두 죽는다'라고 했다.
 
넷째, 축적된 금융자산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산업사회에서 금융사회로 비중이 옮겨가고 있다. 
경제학자 모딜리아니는 저축을 결정하는 요소가 인구구조라고 했다. 
노후를 대비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저축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베이비부머를 비롯해 젊은 층까지도 노후 준비를 한다. 
이는 노후 대비 저축이 증가하고 금융자산이 축적된다는 의미다. 
10년 전에는 금융자산이 GDP의 8배였으나 지금은 11배에 이른다. 
금융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여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해외자산과 국내자산의 매매 차익에 대한 과세 차이, 예금에 몰리게 되는 은행 중심의 금융산업구조 등을 고쳐가야 한다.
 
다섯째, 지금부터 20여 년간 계속 일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베이비부머들의 일자리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 

55~69세 인구는 900만 명에서 2030년에는 1,180만 명으로 280만 명이 늘어난다.
이들이 퇴직 전반기의 삶을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후기 고령자가 되었을 때 삶의 질도 결정한다.  

일찍 퇴직하여 소득이 없다면 장수사회에서는 노후 생활 전반에 악순환이 이어진다. 
그 부담의 최종 기착지는 정부다. 
은퇴자를 재교육하는 한편 고령자에게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탐색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어야 한다. 
 

지금 이러한 인프라에 투자하지 않으면 나중에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더 많아진다.
재취업 교육과 일자리 창출은 국가의 재정 부담을 덜고 생산을 통한 기여도 하기에 1석 2조의 효과를 가져온다.
 
여섯째, 고령자들의 요양 문제에 첨단 기술을 접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75세 이상의 후기 고령자 수는 2015년 270만 명에서 2035년 710만 명, 2055년 1,160만 명으로 매년 3퍼센트씩 늘어난다. 
튼튼한 요양 인프라를 구축해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근의 혁신 기술인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등을 적극 접목해야 한다. 일
본에 비해 20년 늦게 고령화에 진입하는 우리나라가 후발주자로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다. 
복지비용을 감당해야 할 정부가 주된 수요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수요를 잘 활용하면 혁신을 촉진할 수 있다.
 
일곱째, 고령사회의 소비 감소를 막기 위해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보완하는 한편 고소득층의 소비를 늘려야 한다. 

전자를 위해서는 고령자 간의 세대 내 소득 재배분이 우선되어야 한다.  

후자를 위해서는 나이 많은 고소득자가 소비할 수 있는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돈 많은 사람은 아플 때 아낌없이 돈을 쓰는데, 그럴 수 있는 서비스시설이 없다.
내수는 소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자산이 많은 사람에게 세금을 많이 부과하는 재분배를 통해 소비를 촉진하는 방법은 사회적 마찰비용을 초래한다. 
마찰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효과가 나도록 하려면 고소득 고령자의 소비를 늘려야 한다.
지갑을 빼앗는 것보다 지갑을 열게 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여덟째, 세대 간 문제에 대해서는 선노노 후노소(先後老)를 근간으로 한다. 

고령자의 보편적 복지를 줄이고 선택적 복지를 해야 한다.  

선택적 복지를 함에 있어서 고령자 중 복지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젊은 세대가 아닌 같은 세대의 부유한 사람이 지원하는 방안이다. 
양극화는 세대 내에서 해결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세대 간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아홉째, 자산사회, 고령사회로 변하는 것과 보조를 맞추어 세제 변화가 필요하다. 

세금은 소득에 기반하는 것을 원칙으로 보지만 자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완전히 추적하기 어렵고 자산의 증여와 상속도 모두 포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근로소득과 법인소득을 담당하는 청년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득세, 법인세로는 복지 지출을 감당하기가 어렵다.  

반면 자산을 보유한 노령층이 급속하게 증가하는 사회에서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재산에 대한 세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상속세를 활용할 수 있지만 상속세는 사망하는 시점에서 자산이 이전되는 것이라 소비의 단절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노령화 진행으로 인한 재정지출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높은 상속세로 인한 소비의 단절을 줄이기 위하여 상속세율을 낮추면서 재산세율을 높이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열째, 연금 개혁은 빠를수록 좋다. 

국민연금 5차 재정추계에 따르면 가입자 수 대비 노령연금 수급자 수의 비율인 제도부양비가 2023년 24퍼센트에서 2050년 95.6퍼센트, 2070년에는 138.3퍼센트로 증가한다.  

수지 차는 2050년-149조 원에서 2070년 -510조 원으로 급증하며, 이에 따라 부과방식비용률은 2023년 6.0퍼센트에서 2050년 22.7퍼센트, 2070년 33.4퍼센트로 증가한다. 

세대 간 연금 수혜에 큰 불평등이 생기는 것이다.  

고령화의 진행 속도가 빠른 만큼 연금의 개혁 속도도 지나치게 빠르다 싶을 정도로 진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공론의 장을 활성화하고 상시화 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정책 대안을 제시한 뒤 이에 대한 반대가 있으면 논의가 바로 수면 아래로 내려간다. 
토론의 장을 상시 열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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