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와 재산세의 최적점
우리나라는 1960년대 전후로 자녀를 5명 정도 낳았고 이들이 베이비부머를 형성했다.
베이비부머는 자녀를 2명 낳았고 베이비부머의 자녀들은 1명을 낳고 있다.
한편, 경제는 1960년대부터 고성장을 구가했고 특히 2000년대 이후 소득은 1만 달러에서 3만 달러를 훌쩍 넘을 정도로 급성장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가격도 크게 올랐다.
베이비부머의 부모들은 한국동란으로 재산을 잃었고 경제성장기에 얻은 소득은 자녀 교육에 투자해야 했다.
게다가 수명이 예상외로 길어지면서 사망 시 잔여자산은 적어졌다.
반면 이들의 자녀인 베이비부머는 그 수가 많다 보니 자녀로서 각자 받는 상속액이 적다.
또 고성장 시기에 스스로 돈을 벌어 스스로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와 그들 자녀의 관계는 다르다.
베이비 부머들은 고성장 과정에서 부를 축적했다.
덧붙여 이들은 인구 숫자가 많은 데 비해 자녀 수는 2명이 되지 않아 자녀가 받는 상속액이 많다.
부가 많은 베이비부머는 그만큼 자녀에게 많이 세습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상속 재산을 많이 받는 베이비부머 자녀와 그렇지 않은 자녀 간에 부의 편중이 일어난다.
부의 대물림이다.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가 나온 배경이다.
2000년대에 자산가격 폭등의 수혜를 본 상위 10퍼센트의 자산 계층은 자산을 자녀와 손주세대로 대물림하려고 한다.
손주의 수는 더욱 적으므로, 손주에 대한 증여세에도 관심이 많다.
상속은 사망과 함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지만 증여는 전략적으로 부를 이전하는 행위다.
자산가격이 급락할 때 증여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도 부의 전략적 이전 과정이다.
베이비부머가 그랬듯이 그들의 자녀 역시 상속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노력해서 부를 증진시킬 수 있지 않은가?
유감스럽게도 이들이 살아갈 노동격차사회와 저성장사회에서는 보편적으로 좋은 근로소 득을 얻을 기회가 줄어든다.
게다가 높은 근로소득을 얻는 직업조차 세습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속받는 재산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의 불균형이 자녀세대의 부의 불균형으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반론도 있다.
고령화로 인해 사망률이 낮아지고 오래 살면 생활비 지출이 증가하여 상속액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의 가게는 그렇지 몰라도 많은 부를 가진 가게는 생활비 지출이 많아진다고 해서 그게 부의 규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오래 사는 기간 동안 높은 자본 수익률로 재산이 늘어난다.
자녀가 좀 더 늦은 나이에 상속을 받지만 더 많은 금액을 상속받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령인구(65세 이상) 1명당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4.5명이지만 2040년이면 1.7명이 될 정도로 고령자 대비 젊은 인구 비중이 급감한다.
감소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이에 따라 베이비부머가 많이 사망할 시기인 2050년 전후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증여와 상속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며 부의 세습 문제도 대두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과세표준 30억 원 이상의 상속세율이 50퍼센트일 정도로 상속세율이 높기 때문에 세후 기준 부의 세습 문제는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만큼 편법이나 저항도 거세질 수밖에 없다.
또 사망 시에 한꺼번에 상속이 되면 부와 소비도 단층적으로 변할 수 있다.
숫자가 많은 베이비부머가 100세 근처에서 집중적으로 사망하는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사망 연령이 늦어지고 있지만, 100세 근처에서 사망률이 갑자기 높아지는데 이를 수명절벽이라고 한다.
최근 수명절벽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부가 사망 시에 한꺼번에 이동될 수 있다.
그와 함께 상속인의 소비도 갑자기 증가한다.
상속을 조금씩 이동되게 함으로써 소비 단절을 줄일 필요가 있다.
상속과 소비를 스무딩 시키는 것이다.
상속세율을 낮추면서 재산세율을 높이는 방식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재산세는 일종의 재산에 대한 감가상각으로 기능한다.
상속세는 종점에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며 재산세는 세수 기간을 분산한다.
재산에 대한 과세는 고령층에 대한 지원을 젊은 층의 소득만으로 부담하지 않고 자산이 많은 노령층에서도 부담하는 효과가 있다.
재정의 안전성과 소비의 단층적인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상속세율을 낮추고 재산세율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