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준비
‘세상 참 알 수 없다.”
‘S’를 만나기 전까지 나는 ‘코타키나발루’라는 지명을 알지 못했고 관심도 없었다.
2024년 3월 ‘시니어 모델 전문가 과정’에서 만난 ‘S’와는 4월에 접어 들어서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여성 모델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분위기에서 자연스럽게 남자 모델들은 우리만의 공간을 만들어 서로를 알아 갔다.
걷기를 좋아해서 백두대간 트랙킹을 갔다 왔다는 말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산티아고 순례길로 이어진 대화는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서형, 혹시 버킷리스트로 정한 여행지가 있나요?
느닷없는 질문에 ‘S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저의 버킷 리스트에는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트랙킹인데 그전 과정으로 코타키나발루 트랙킹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코타… 코타…? 어려운 발음에 더듬거리는 나를 보며,
“코타키나발루.”라는 지명을 정확하게 바로잡아 주었다.
그 후 코타키나발루는 내 기억 속에 남게 되었다.
1년으로 계획된 시니어 모델 전문가 과정 수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10월의 하순, 2025년 1월 1일이면 소멸되는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를 활용할 방법을 생각했다.
25,000 마일이 소멸시효에 걸려 자동으로 사라지니 물건을 구입하든 여행을 하든 선택해서 사용해야 했다.
캄보디아, 라오스, 오키나와, 중국 서부(리장) 등 몇 곳이 여행 후보지로 떠올랐지만 아시아나 항공 마일리지 사용과 부산에서 출발하는 여행지를 우선해서 찾아보니, 에어부산에는 코타키나발루 직항 편이 있고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사용 가능하다.
프리랜서로 서울/부산을 오가는 딸아이와 같이한 식사 자리,
“11월에 바쁜 일정이 많아?”라고 묻자,
“그렇게 바쁘진 않아요.
1개 있는 약속도 변경이 가능하고요. 그런데 왜요?”
“코타키나발루를 여행할 계획인데… 너와 같이 가는 게 어떨까 해서...”
“좋죠. 11월이면 가능해요.”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거든다.
“잘 되었네요. 두 사람이 갔다 오면 되겠네요.”
아시아나 항공 사이트에 접속해 마일리지 항공권 예매를 시도하자 딸아이의 항공권을 끊기 위해서는 가족회원으로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고 마일리지 공동 소유 승인도 받아야 한다.
서류를 작성해 가족회원 신청을 마치니 승인까지 최대 1주일을 기다리라고 한다.
‘할 수 없지.
무료 항공권 받기가 쉬울 리가 없지.’
화요일 오후, 카톡이 울리며 가족회원 신청이 완료되었음을 알린다.
다행히 11월 9일 떠나고 11월 28일 돌아오는 좌석이 남아 있어 마일리지를 공제하고 유류할증료와 세금을 지불하고 항공권 예약을 마쳤다.
코타키나발루 숙소는 호텔에 머물면서 장기로 머물 숙소를 찾아보기로 하고 해변가에 위치한 하얏트 레전시 호텔로 3박 4일 예약했다.
지난해 유럽 대도시 여행에서는 도미토리 숙소마저 20만 원을 넘었는데 하얏트 호텔 가격이 12만 원 정도니 부담스럽지 않다.
‘그래 인생 천만년 사는 것도 아니고 딸아이와 가는 여행인데 좋은 숙소에도 머물러 보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