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카페 옥토버
햇살이 뜨거워지는 시간,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브런치 카페를 찾았다.
숙소에서 10분 거리인 카페에 도착하니 내부는 조용한데 끊임없이 배달 오토바이 기사가 들락거린다.
커피 2잔에 크로와상 치즈 샌드위치와 허니 토스트를 주문하고 카페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니 한쪽 벽면에 나무 그림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고 2015년 가을에 3호점 오픈을 기념한다는 글귀가 한글로 씌어 있다.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다.
그러고 보니 배달 시스템이나 500cc 맥주잔에 나오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왜 친숙한 느낌이 들었는지 이해가 된다.
치즈 크로와상 샌드위치에는 얇게 구운 달걀과 신선한 야채가 듬뿍 들어 있고 여기에 어울리는 소스가 뿌려져 있다.
샌드위치 맛에 만족하며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니 참 행복하다.
근처에 가고 싶은 카페가 또 있어 내일 아침도 이곳으로 오자는 말을 남기며 모자라는 현금을 보충하러 환전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여행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시간 날 때마다 여행 관련 블로거를 기웃거리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메밀꽃 부부>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자주 방문했다.
국어 교사였던 아내와 사진에 조예가 깊은 남편이 만나 세계를 여행하고 그 후에는 머물고 싶은 도시에서 ‘한 달 살기’하는 모습이 부러워 코타키나발루에서 20일 살기를 시도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딸아이가 호텔 엘리베이터에 만난 싱가포르 할머니가 이곳은 볼 것도 없는데 20일 동안 뭐 할 거냐며 근처 도시 여행을 추천했다는 말에 계획 수정을 검토해 본다.
가 보고 싶었던 라오스와 캄보디아는 직항 편이 없어 제외하니 싱기포르와 쿠알라룸푸르가 남는다.
1주일 여정으로 쿠알라룸푸르 3박 싱카로프 3박을 여행하는 1안과 쿠알라룸푸로 한 곳에서 머물다 돌아오는 2안을 놓고 딸아이와 상의하니 경비가 많이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1안보다는 2안이 좋다는 의견에 쿠알라룸푸로 숙소와 항공편을 확인 한다.
저가 항공 요금이 왕복 33만 원, 숙소 가격도 1일 6만 원.
나쁘지 않다.
별도의 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수화물을 중량을 줄이기 위해 숙소에 문의하니 무료로 수화물 보관이 가능하다.
그럼 수화물 한 개는 맡기고 1개의 캐리지만 가져가는 조건으로 검토하니 10kg 이하의 수화물 편도 가격이
9만 원.
비싸다.
그렇다면 굳이 쿠알라룸푸루를 가야 할까 하는 의문을 품고 숙소를 나서니 먹구름이 모여들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방으로 올러가 우산을 챙겼지만 스콜의 위력 앞에는 우산도 무용지물이라 숙소 건너편 <Upperstar> 바에 들어가 타이거 맥주 한 병과 망고 주스를 시켜 놓고 거세게 떨어지는 소낙비를 구경한다.
1시간이면 그칠 것으로 예상했지만 비가 그칠 줄 모른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 비속을 뚫고 식당으로 이동할 것인지 숙소로 돌아가 컵라면을 먹을 것인지를 고민하다 숙소로 발걸음을 옮긴다.
컵라면 2개를 준비하고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는데 젓가락이 없다.
젓가락을 구하려 아래층 식당에 들어섰지만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식당 구석에 놓인 까만 중국식 젓가락 2벌을 손에 들고 식당을 빠져나와도 누구 하나 간섭하지 않는다.
방으로 돌아오니 어느새 끓는 물이 컵라면에 부어져 있다.
컵라면에 소주 한잔, 나쁘지 않다.
비가 그치면 밖으로 나가 주위를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10시가 가까워졌는데도 비가 계속 내린다.
산책하려는 생각을 접고 뜨거운 홍차를 마시며 코타키나발루에서의 또 다른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