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창국수
오전에 호텔 주위 골목을 둘러보다 유난히 현지인들이 많은 식당이 맛집으로 곱창 국수가 유명하단다.
그런데 오후 4시가 마감시간이라 서둘러 식당으로 향한다.
오전에도 손님들이 많았는데 오후 3시 역시 빈자리가 없다.
겨우 자리를 찾아 쌀국수와 덧밥 그리고 콜라를 시키니 먼저 얼음을 채운 플라스틱 컵과 캔 콜라를 갖다주고 뒤 이어 국수와 덧밥이 테이블에 놓인다.
국수의 진한 육수와 닭고기 덮밥의 소스에서 깊은 손맛이 느껴졌다.
말도 통하지 않아 시그니처 메뉴인 곱창국수를 먹지는 못했지만 두 사람 식사가 16.5링깃(5,000원 정도), 가성비 높은 식사에 만족하며 근처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숙소 에어컨 성능이 너무 좋아 방안이 춥다.
온도 조절 장치가 있어 온도를 높였지만 여전히 춥다.
더운 나라에 와서 패딩을 입고 생활해야 한다는 사실이 프런트로 전화를 하니 호텔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접이식 사다리를 들고 나타나 천장을 열고 게이지를 조절하고는 에어컨 바람을 확인하고는 작업을 마쳤다며 방을 떠난다.
떠나면서 방 온도를 28도로 세팅했지만 여전히 패딩을 벗지 못할 만큼 춥다.
오후 5시 날이 어두워지며 빗방울이 떨어진다.
걸어서 시장 구경 하겠다는 생각을 접고 수영장 옆 바에서 생맥주를 주문하니 소낙비가 내린다.
바 지붕 위로 굵은 빗줄기가 내리고 하늘은 잿빛인데 먼 하늘엔 빨갛게 노을이 진다.
구름 사이로 보이는 붉은 태양, 그리고 내리는 굵은 빗줄기 참 낯선 풍경이다.
맥주를 한잔 더 시켜 마시는 동안 빗줄기는 굵어졌다 가늘어졌다를 계속하며 그칠 줄 모른다.
한 시간가량 퍼붓던 비가 그치자 해변가 도로를 걸으며 코타키나발루의 풍경을 눈에 담는다.
야시장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 숙소 근처의 해산물 시장에서 저녁을 먹는다.
큰 새우 두 마리가 60링깃 중간 크기의 게 두 마리가 30링깃 좋아하는 맥주를 주문하니 50링깃, 맥주 가격이 15,000원 정도로 너무 비싸다.
최종 가격을 120 링깃으로 정하고 자리에 앉으니 검은 비닐봉지에 숨긴 맥주를 조심스럽게 탁자 위에 놓는다.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인지라 술 판매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접하다 보니 참 불편하다.
본의 아니게 불법으로 마신 술이지만 씽씽한 해산물에는 술을 곁들여야 제맛이다.
저녁을 마치고 껍질을 깐 망고를 사서 숙소로 돌아와 먹으니 망고 고유의 향에 싱싱한 단맛이 난다.
순식간에 망고 한통이 눈앞에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