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출발
오랜만에 찾은 김해국제공항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인다.
첫 번째로 코로나로 한산했던 공항청사가 다시 활력을 찾았고,
두 번째로는 청사를 확장해서 우리기 이용할 에어부산 카운터는 확장된 ‘D’ 구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어진 수화물 허용 중량이 15kg인데 1.5kg를 초과한 내 가방은 직원의 재량으로 발송되었지만 3kg를 초과한 딸아이는 가방에서 물건을 빼고 중량을 맞추어 보냈다.
200석 남짓한 항공기내에는 드문드문 빈자리가 보인다.
운 좋게도 우리 열 가운데 좌석이 비었다.
비행기가 정상 고도에 들어서자 승무원들이 식사를 들고 지정된 좌석에만 가져다주는데 10명 남짓으로 많지 않다.
에어부산으로 탑승한 승객들에게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고 아시아나 항공으로 탑승한 승객들에게만 식사가 제공되었다.
식사를 마치자 안전벨트 경고등이 켜지고 기류변화로 인해 비행기가 심하게 흔들리니 좌석에 앉으라는 멘트가 수 차례 반복된다.
앞 좌석에 3 명의 어린 딸을 동행한 부부가 앉았는데 제일 어린아이가 울기 시작해 좀처럼 그치지 않는다.
고참 승무원이 달래 보지만 가고 나면 또 운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자 젊은 엄마가 어쩔 줄 몰라한다.
우리 좌석 주위에는 젊은 학생들이 많다
단체 여행인지 얼굴에는 여행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는 모습이다.
코타키나발루를 항공기내에는 젊은 층이 압도적으로 많다.
가족을 동반한 경우에도 젊은 부부가 대부분이다.
코타키나발루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곳인 모양이다.
현지 시간 자정에 가까워 도착한 코타키나발루 공항, 예상보다는 규모가 크고 늦은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붐빈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거리에는 자정이 넘었지만 활기가 있고 상가에는 불을 켜고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
처음 대하는 코타키나발루 거리는 중국과 싱가포르를 섞어 놓은 듯하다.
11월의 코타키나발루의 날씨는 습하고 덥다.
숙소 수영장에는 어린아이들과 어른들이 어울려 물놀이를 한다.
수영장 야자수 사이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이국적이다.
숙소에서 아침을 챙겨 먹고 주위를 둘러본 재인은
“헬스장도 좋고 사우나도 있네요.”라며 만족을 표한다.
떠나기 전 좋은 숙소를 예약했지만 조식을 포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안 아내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좋은 숙소에 머물면 돈 아낄 생각 말고 맛있는 식사도 하고 그러세요.”
작은 것에 너무 쫀쫀하게 군다는 것을 잘 아는 아내의 조언에 체크-인 하면서 조식을 신청했는데 다양한 음식을 접시에 담아 테이블로 돌아온 딸아이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그래, 아내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법이다.’
오전 수영장에는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들이 많았는데 오후에는 서양 여행객들이 주를 이루며 선베드에서 책을 읽기도 하고 바에서 음료를 시켜 마시기도 한다.
수영복을 갈아입고 물속에서 놀다 보니 한낮의 햇살이 따갑다.
2시를 넘어서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늘진 선베드에 누워 그 바람을 만끽한다.
‘천국이 따로 없고 이곳이 천국이구나.’
시원한 물속에서 나와 선베드로 가는 도중 키 큰 동양인을 만나,
니 스 부스 중구어렌?(너 중국 사람이야?)
워 스 중구어렌, 니는?(그런데 너는?)
워스 한구어렌. 렌시 니 흥 가우싱.(나는 한국 사람인데 만나서 반가워.)
워 시환 한구어.(나 한국 좋아해)
워 시환 중구어.(나도 중국 좋아)
이렇게 어설픈 중국어로 시작된 대화는 영어로 이어졌고
주말을 통해 여자 친구와 중국 선진에서 코타키나발루를 찾은 Mr. Sun과 여행에 대한 대화가 한동안 이어졌다.
한참 후 우리 선베드를 찾은 Mr. Sun이 이제 자신은 돌아갈 시간이라며 사진을 남기고 싶다고 하자
옆에서 지켜보던 딸아이가 사진을 찍어 준다.
그러고는 기회가 되면 선진에서 만나자는 인사를 남기며 떠났다.
‘여행은 낯선 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