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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Dec 18. 2024

시니어 패션모델 도전기(4)

시민공원 야외 공연

방학특강

학생들이 떠난 부산 과학기술대 곳곳에 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정문부터 이어지는 주도로에는 도로보수공사가 진행 중이고 건물 내 복도에는 강의실 공사를 위한 재료들이 곳곳에 쌓여 있다.  

썰렁한 학교 분위기와는 달리 시니어 패션모델 워킹실에는 활력이 넘친다. 
방학 동안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한 특강이 개설되어 수업 시간 전인데도 부지런한 학생들의 워킹 연습을 하고 있다.  


수업이 시작되자 아라비안 스타일의 바지를 멋지게 차려입은 교수님이 무대로 올라온다.  

지난 특강 시간에는 다양한 가방을 들고 걷는 방법을 배웠는데 이번 시간에는 상의를 입은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벗고, 런웨이를 하면서 다시 이 옷을 폼나게 입는 수업이 진행되었다.  

처음 하는 동작이라 실수도 많았지만 그 실수마저 즐기며 두 번째 방학 특강 수업이 막을 내렸다.  

 
이른 저녁 시간 카톡방에 공지가 떴다. 

10월 17일(목), 부산 시민공원에서 야외 패션쇼가 결정되었다는 내용이다. 
공고를 보는 순간 처음해 보는 야외 공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렌다.  

 
현장답사

추석도 지나고 9월도 말에 접어들었지만 한낮의 햇살이 따갑다.

오늘은 현장답사를 하는 날이라 편한 옷을 입었지만 모델들의 옷차림이 세련되고 멋있다.  


모여 담소를 나누던 학생들 사이에서

“야 멋진 그림이네...”

“잘 어울리는 한 쌍 같아...”라는 말에 시선들이 중앙 광장으로 향했고 남학생과  이쪽으로 걸어오는 교수님의 모습이 너무 멋있다.



이번 시민공원 야외공연은  

1부는 행사의 Opening을 알리는 10시에 메인 무대 앞에서,  

2부는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오고 가는 광장의 중심에서 펼쳐진다.

먼저 현장 적응을 위해 1부 행사의 약식 리허설이 진행되었고 2부 리허설은 더위를 피해 건물 안쪽 공간에서 조별로 이루어졌다.  


오후 1시에 시작된 현장답사는 3시가 훌쩍 넘은 시간에야 마무리되었고 야외 공연이 처음인 학생들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질문을 마친 학생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났다.  



시민공원 공연

내일 쇼를 위한 현장 리허설을 해야 하는데 주위가 어수선하다.

메인무대는 설치 중이었고 무대 앞 공간이 너무 좁아, 오고 가는 4명의 모델이 교차해서 지나가기에  어려움이 있다. 
메인 무대 중심에는 대형 스크린 전기 연결작업이 한창이다.
무대 왼편에는 천막을 치고 음향장비들이 설치되고 시설물을 실어 나르는 트럭들이 곳곳에서 물건을 내린다.  


무대 앞 잔디밭에는 귀빈들과 행사 참여자들이 앉을 간이 의자가 준비되어 있고 뒤편 넓은 광장 양쪽으로는 행사참여 업체와 학교, 기관들이 사용할 천막 부스들이 세워지고 있다.  

혼립스러운 현장 분위기였지만 현장 리허설이 진행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되풀이해서 연습하고 자리를 이동해 2부 리허설까지 마치니 어느 듯 해가 기울었다.  

모든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슈트를 차려입고 두 번째 무대 의상은 옷걸이에 걸어 손에 들고 액세서리와 여분의 옷은 캐리어 넣어 집을 나선다.

약속된 시간보다 이른 7시 40분 공연 현장에 도착하니 무대는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고 오늘 행사를 위한 꽃단장이 한창이다.  

마지막 리허설을 마치자 무대 앞 레드 카펫의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어 전문 인부들의 손으로 단정하게 자리를 잡는다.  


오늘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성악가가 무대에 올라 <만남>을 부르기 시작하자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델들의 긴장감이 절정에 달한다  

경쾌한  음악이 시민공원에 울려 퍼지면서 오늘의 패션쇼가 시작되었다.


1부 첫 번째 무대는 짝을 이룬 모델들이 각기 다른 두 곳의 Top에서 포즈를 취한 후 반대편 끝까지 걸어가 돌아오는 컨셉이다.

첫 무대를 마친 후 10여 분간의 민요 공연이 이루어지는 시간에 두 번째 무대를 위한 의상으로 갈아입었다.  

두 번째 무대는 각각의 모델들이  두 곳의 Top에서 포즈를 취하고  되돌아오는 컨셉으로 진행되어 1부 공연을 마쳤다.  

시에서 준비한 김밥과 학교에서 준비한 간식으로 점심을 먹고 2부 공연이 진행될 중앙광장 입구 대기실로 이동했다.  


2부 공연 시간이 시작되기 전 래드 카펫이 광장 중앙으로 깔렸고 까만 의상을 입은 A반의 <오드리헵번> 공연이 시작되었다.  

모델들이 대형을 이루어 런웨이를 시작하자 양 부스에 있던 기업체 인원이나 행사에 참여한 관객들이 쇼장으로 모여들어 스마트 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B반 C반의 공연 중에도 군중들의 환호는 이어졌고 마지막 단체 사진 때에는 스마트 폰과 카메라를 들이 댄 관객들의 모델들을 둘러싸고 사진을 찍는 모습에 최고의 연예인이 된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공연을 마치고 강사들과 집행부 인원들은 학교 홍보 부스에 남았고 다른 모델들은 짐을 정리해서 공연장을 떠났다.  

내 인생 최고의 멋진  하루는 긴 여운을 남기며 이렇게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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