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 패션쇼
10월 마지막 수업은 모델 워킹실이 아닌 일반 강의실에서 이루어졌다.
2개의 책상을 붙여 놓고 책상 위에는 스탠드 거울과 상체 반을 가릴 수 있는 다양한 색상의 색지들이 놓여 있었다.
5명이 조를 이루어 시작된 색채진단은 처음에는 웜(Warm)과 쿨(Cool) 색지를 교대로 얼굴 아래에 대보고 자신의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색지에 체크를 한 후 최종 판단을 하는 과정으로 나는 쿨톤보다는 웜톤이 잘 어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에는 계절별 진단으로 웜톤은 본, 가을 시트를 사용하고 쿨톤은 여름, 겨울 시트를 사용해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지에 체크를 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었고 나의 경우는 봄에 현저히 많은 체크가 나타나 나의 퍼스널 컬러는 웜, 봄톤으로 가려졌다.
학교 관계자들과 기획처장님이 자리에 앉자 쇼의 시작을 경쾌한 음악이 워킹룸 전체에 울려 퍼진다.
3명이 조를 이루어 1번 모델이 무대 중앙을 지나면 왼쪽 무대 아래에 포즈를 취하고 있던 2번 모델이 워킹을 시작한다.
2번 모델이 중앙을 지나자 무대 오른쪽 아래에서 포즈를 취하던 3번 모델이 출발해 Top에서 차례대로 포즈를 취한 후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온 1번을 중앙에 2번은 왼쪽, 3번은 오른쪽에서 삼각형을 이룬 뒤 동시에 무대 위를 워킹해 Top으로 나아간다.
Top 포즈를 마친 3 명의 모델이 동시에 ‘T 턴’으로 돌아서 무대 중앙에 기다리면 다음조 1번이 3명의 모델 사이로 지나가게 되고 이 모델이 지나가면 포즈를 취하고 있던 3명의 모델은 턴을 하고 무대로 돌아와 공연을 마친다.
마지막 수업이라 그런지 모델들의 동작은 슈퍼 모델 같이 부드럽고 의상은 세련되고 멋있다.
공연을 마치고 마이크를 건네받은 기획처장님은
“오늘 공연은 1년간 수업받은 시니어들의 무대가 아니라 세계적인 슈퍼모델들의 공연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수업 과정을 마친 모델들에게는 학교에서 발행한 <수료증>과 한국지식개발원에서 발행한 <모델지도사 1급 자격증>이 주어졌고 이 아쉬운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전문 사진작가의 사진촬영이 있었다.
세상사에는 불변의 진리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인간은 시간이 지나면 나이를 먹고 노쇠한다는 것이다.
시니어 패션모델 전문가 과정을 겪으면서 이 불변의 진리에도 예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니어 패션모델 수업을 받는 동안 1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나의 몸과 마음이 모두 더 젊어지고 더 건강해졌다.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에서 ‘점 이야기’를 했다.
사람들이 살아온 과정과 경험은 점으로 남게 되고 이 점들이 모여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날 때 삶의 그림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나도 2024년 내 인생 그림판에 큰 점 하나를 찍었다.
하지만 이 점의 내 삶의 그림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아직 나는 알지 못한다.
지난 10월 시민공원 공연을 마치고 강사님과 악수를 나누던 순간, 그의 눈에 살짝 비친 눈물을 보았고 그 눈물은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흘릴 수 있는 감격의 눈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 2024년 올해는 멋진 사람들과 한 판 잘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