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남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러한 남편을 대하는 아내의 태도입니다. 사실 퇴직·은퇴를 하고 나면 남편은 힘이 푹 빠집니다. 남편의 권력은 지갑(돈)에서 나오는 데 그것이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기죽고 우울해할 남편을 걱정하며 아내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동안 가족들을 부양하느라 고생했으니 이제는 푹 쉬라”고. 그러나 그 애틋한(?) 심정은 불과 1년을 넘기지 못합니다.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갈등 또한 비례적으로 커집니다.
그러다 보면 별 것 아닌 일로 다투게 되고 그것이 심화되면 경우에 따라 졸혼이나 황혼 이혼이라는 막다른 선택에 이르기도 합니다.
사실 퇴직을 하고 나면 가정의 주도권은 아내에게 넘어가는 수가 많습니다.
남편에 비해 아내들은 사회활동이 활발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남편이 성가신 존재로 남을 수도 있습니다.
가정의 평화는 누가 뭐래도 남편과 아내가 얼마만큼 화합하느냐에 있고, 남편의 퇴직과 은퇴 이후에는 아내의 태도에 더욱 크게 좌우됩니다. 퇴직 이후의 실질적 권력은 아내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퇴직·은퇴를 한 남편을 대하는 아내의 5 계명을 다룹니다.
1. 일상의 변화를 수용할 것
막상 퇴직하고 나면 이전에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양상이 나타납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괜한 위로임을 알게 됩니다. 출퇴근이 없어지고 월급이 없어지며 힘이 없어집니다. 현직에 있을 때 잘 나간다고 생각되던 남편일수록 추락의 실감은 더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일상의 변화를 일단 수용해야 합니다. 수용한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일단 퇴직 또는 은퇴의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남편을 보는 시선이 따뜻해집니다. 그래야 미래가 열립니다.
2. 인생 후반전의 가치를 공유할 것
퇴직이나 은퇴를 하고 나면 소위 인생 후반전이 시작됩니다. 생각을 바꿔보면 인생 후반전이야말로 진짜 인생입니다. 왕년에 잘 나간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왕년이야 어떠했든 간에 이제부터 멋진 인생 후반전을 만드세요. 그 실질적인 주인공은 바로 아내입니다. 아내가 자꾸 옛날을 회상하며 2막 인생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곧 불행의 시작이 됩니다. 부부가 함께 인생 후반전의 가치를 인식하고 그것을 공유해야 합니다. 그것이 노후의 행복과 보람을 창조하는 지름길입니다.
3. 삼가라, 남편 기죽이는 언행을
퇴직한 남편은 점점 어린아이 같아집니다. 잘 삐칩니다. 아내의 사소한 언사에도 기가 죽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 늘 듣던 말도 퇴직 이후에는 가슴 아프게 받아들입니다. 그것을 자격지심이라고 하죠.
남편이 기가 죽으면 그것은 그대로 가족 전체에 전파됩니다. 집안이 침울해집니다. '잘나도 내 남편, 못 나도 내 남편입니다. 잘났으면 잘난 대로, 못났으면 못난 대로 일단 긍정해야 기죽이는 언행이 나오지 않습니다.
명예퇴직(실제로는 강제퇴직)한 남편에게 "남들은 괜찮은데 왜 당신만 쫓겨났냐?"거나 "다른 집 남편들은 건강하던데, 왜 당신은 그렇게 골골거리냐?"며 결정타를 먹이지 마세요.
아무리 부부간이라지만 삼갈 말은 삼가야 합니다.
4. 사기를 북돋울 것
남편의 기를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사기를 북돋워야 합니다. 즉, 심기를 살려줘야 합니다.
남자들은 자기 자랑이 심합니다. 그것이 남자의 속성입니다.
직장에서 별 볼일 없던 사람도 퇴직하고 나면 자기가 엄청난 인재였던 것처럼 말합니다.
무용담을 펼칩니다.
남편의 말을 들어보면 자기가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났고, 자기가 마치 세상사의 심판관인 양 말합니다. 술 한 잔 걸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게 자기 자랑에 열을 올리는 남편에게 "빨리 샤워하고 잠이나 자요!"라며 면박을 주거나 "그렇게 잘났으면서 왜 승진을 못 했어요?"라고 아픈 곳을 찌른다면 살아나던 기도 죽습니다. 그러한 남편의 자랑을 누가 받아 주겠습니까? 아내가 아니면 누가 그 말을 들어주고 믿어주고 인정해 주겠습니까?
심기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격려하고 칭찬하는 것입니다.
"당신만 한 사람 없어요", "난, 더 이상 바랄 게 없어요", "당신이 최고예요", "당신보다 더 잘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이 정도 돼야 합니다. 농담으로라도 그렇게 하세요.
남편도 아내가 마음에 없는 맞장구를 치는 줄 압니다. 그러나 사기가 오를 것입니다. 그래야 남편과 아내 사이가 화기애애할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야 세상을 달관한 듯 늙어가는 맛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5. 오랫동안 함께할 지혜를 발휘할 것
오늘날에 있어서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는 노후에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핵가족인 데다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자녀들이 성공할수록 부모 곁에 없습니다. 더구나 아내와 남편의 평균수명은 7~8년 정도 차이가 납니다.
예컨대 남편이 아내보다 4살 정도 나이가 많다면 아내는 적어도 12년 정도 혼자 살게 된다는 계산이 됩니다.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셨습니까? 98세 된 할아버지와 89세 된 할머니의 사랑.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산소 옆에서 흐느껴 우는 할머니의 모습(마지막 장면)에서 무엇을 느낍니까?
결론적으로 뭐니 뭐니 해도 부부가 오랫동안 함께 살아야 합니다.
남편 홀로 너무 일찍 그 강을 건너게 하지 마세요. 일찍 그 강을 건널 확률이 높은 남편을 어떡하면 오랫동안 잡아 둘 수 있을까요? 그것은 아내의 지혜로운 처신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