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안티 와인 명가, 카스텔라레 포도원
알레산드로 첼라이는 카스텔라레 포도원의 의 소유주인 파올로 파네라이와 함께 프랑스 와인에 비하면
명성이 그저 그렇던 키안티 지역의 와인을 전통과 현대적인 마케팅을 조합하여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이다.
카스텔라레는 1968년 다섯 개의 작은 농가가 모여 만들었는데,
시작은 미미하여 간신히 키안티 클라시코 법규를 만족시키는 수준이었다.
이렇다 할 빛을 못 보다가 1970년대 말 파네라이가 사업에 참여하면서 일대 변화를 맞게 된다.
파네라이는 신문사와 잡지사 몇 개, 그리고 TV 채널을 가진 미디어 그룹의 수장이자
이탈리아 명품시계 파네라이사의 소유주이기도 하다.
자본력이 막강한 그는 거칠 것이 없었다.
대다수 키안티 포도원이 자체 양조 전문가를 두지 않고 컨소시엄에서 컨설팅을 받는데 비해
카스텔라레는 양조학자이자 와인 메이커인 알레산드로 첼라이를 고용해 곧 세 개의 멋진 작품을 만들었다.
가장 먼저, '이 소디 디 산 니콜로"는 토스카나의 전통 와인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토종 품종을 개발해 짚으로 된 바스켓에 담았던 그 옛날 그때 그대로의 신선하고
산도 좋은 와인을 다시 만들어냈다.
이 소디는 너무 어렵다는 의미인데, 가팔라서 말을 쓰지 못하고 손으로 일굴 수밖에 없는 이 지역의 땅을 가리키는 말이다.
산 니콜로는 이곳에 있던 1300년도의 성당 이름이다.
지금은 없지만, 이 성당 주변으로 최고의 포도밭이 자리 잡고 있었다.
레이블(상표)에는 새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 지역의 사라져 가는 멸종위기들로 환경 친화적인 카스텔라레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이 포도원은 제초제나 화학비료 등 화학물질을 전혀 쓰지 않고 사냥도 금지한다.
그러자 놀랍게도 사라져 가던 야생동물이 다시 돌아왔다.
파네라이는 후손들이 살아갈 땅에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더 나아가 환경을 지키기 위해 와인 수익금 중 일부는 멸종위기의 새를 보호하는 데 쓰고 있다.
두 번째로 파네라이와 알렉산드로는 프랑스 최고의 포도원인 바론드 라피트 로칠드와 합작으로 국제적인 감각의 작품을 만들었다.
로카 디 프라시넬로(Rocca Frassinello) 시리즈가 그것이다.
카스텔라레가 토스카나 품종인 산지오베제를 재배하고,
라피트 로칠드는 세계적인 프랑스 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과 멜로 등을 키워, 두 나라의 장점이 잘 융화된 와인을 만들었다.
세 번째 작품은 시칠리아 남부에 위치한 포도원에서 만들었다.
해발 250미터, 적당한 높이에 바다에서 6킬로미터밖에 안 떨어져서 지중해로부터 불어오는 해풍의 영향으로 기후가 부드러워 고품질의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지역이다.
페우디 델 피시오토 포도원에서는 2002년에 포도나무를 심어 2008년부터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메이드 인 이탈리아 콘셉트로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의 패션과 문화를 와인과 접목시킨 것이다.
이탈리아 최고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만들어낸 '톱 디자이너 와인 컬렉션'에는 디자이너 각각의 개성이 와인과 레이블에 표현되었다.
지금까지 베르사체, 발렌티노, 미소니, 캐롤리나 마렝고, 알베르타 페레티, 블루마린, 지안프랑코 페레,
지안바티스타 발리 등의 이탈리아 명품 디자이너와 함께 여러 종의 와인을 탄생시켰다.
디자이너들은 단순히 와인 레이블만 디자인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개성에 맞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포도 품종 선정부터 와인 테스팅 등 전반적인 작업을 함께했다고 한다.
한국에는 발렌티노, 브리오니, 미소니, 베르사체의 4종이 들어와 있다.
베르사체는 메두사 머리, 발렌티노는 강렬한 붉은 장미의 속살이 생각나게 하는 레이블,
미소니는 특유의 다양한 색의 기하학적 무늬를 표현하였다.
남성복의 전통을 자랑하는 브리오니는 새로 론칭한 여성복을 상징하는 스타일리시한 레이블을 만들었다.
이들은 이탈리아의 전통적인 장인 정신을 럭셔리 이미지와 적절히 조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장인의 작품은 분명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손맛으로 인간을 보듬지만
이는 인구가 많지 않던 옛 시대적인 생산 방식이다.
최상위층이 장인의 물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럭셔리가 되고,
이후 중상위층은 그것을 모방하고 이는 곧 대중화된다.
그렇게 되면 럭셔리는 의미가 없어지고 최상위층은 또다시 희소성을 찾아 떠난다.
장인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무엇이 진정한 럭셔리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