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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치즈

by 산내

이탈리아 사람들이 '신이 만든 음식'이라 칭송했던 치즈를 빼놓고 이탈리아 문화를 말할 수는 없다.

로마인들 또한 치즈를 즐겨 많은 치즈 관련 기록을 남겼고,

이후 이는 이탈리아나 서유럽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매일의 습관이 되었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비단 도로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이집트를 통해 그리스로 들어간 와인 문화를 서유럽 전체에 전파한 것이 로마인들이었듯이

치즈 역시 로마를 통해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갔다.

로마가 지배했던 그 넓은 제국의 곳곳에서 다양한 치즈가 생산되었으니,

상류층은 식민지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치즈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로마시대의 농업학자인 콜루멜라는 자신의 책에 치즈 제조법을 상세히 기록하였는데,

그 방법이 지금 만드는 방식과 다를 바가 없다. 로마인은 치즈를 사용한 각종 요리법도 개발하였다.


세계에서 치즈 생산량과 그 종류의 다양성에서 양대 산맥이라면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꼽을 수 있는데,

두 나라의 치즈 사랑 방식은 국민의 기질처럼 약간 차이가 있다.

프랑스인들은 치즈를 치즈로써 확실히 대접한다.

치즈를 식사의 한 코스로, 메인 요리 이후에 정식으로 와인, 바게트와 함께 격식을 차려 먹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이탈리아인들은 그들의 기질만큼이나 자유분방하게 즐긴다.

피자나 파스타를 비롯해 각종 요리에 수시로 집어넣고,

프로슈토와 먹기도 하고, 꿀이나 과일 잼에 찍어 돌체(달콤하게)로 먹기도 한다.

격식을 차리 식사의 한 코스로 즐기기보다 식생활 자체에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처음에는 치즈에 웬 꿀이야 하며 좀 생소해했는데,

먹다 보니 둘 사이의 조합이 꽤 잘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은근 중독성이 있었다.


이탈리아 치즈는 다른 나라와 달리 염소와 양의 젖을 많이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는 치즈 제조기술을 정립하고 전파한 로마시대부터의 전통이다.

목초지가 풍부한 포강(이탈리아 북부를 관통하며 흐르는 강) 유역은 소를 기르기에 적당했지만,

산맥이 가파른 다른 지역에서는 양이나 염소를 치기가 더 쉬웠다.


그래서 소를 키울 여건이 되지 않는 지역은 아직도 양젖으로 치즈를 만드는 전통이 이어져오고 있다.

양젖으로 만드는 치즈를 통틀어 페코리노라고 부르는데, 지역별로 맛과 모양이 다양해 같은 이름의 치즈라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또한 날씨가 추운 북쪽 지역에서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이탈리아 치즈의 왕이라 불리는 거대한 바퀴형 치즈)같이 수분을 빼서 딱딱한 경성 치즈가 발달했고, 따뜻한 남쪽은 모차렐라로 대변되는 말랑한 생치즈 종류가 유명하다.


전국에서 나름대로 치즈를 생산하다 보니 무려 450여 종이나 되는데,

이중 일부는 와인이나 프로슈토처럼 정부와 유럽연합에서 DOC 제도하에 목축 지역과 제조방법, 사료 공급지 등을 엄격히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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