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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별로 여행 간 ‘미르’

by 산내

오늘도 어김없이 동쪽 하늘에 해가 뜬다.

비가 오든지 하루정도는 해가 보이지 않아도 좋으련만…
네가 떠난 새로운 하루가 다른 날과 똑같이 시작되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어제 우리는 너를 안락사시켜 화장한 후 뼈를 갈아 작은 도자기 항아리에 넣어 집으로 데려왔다.

18년을 살다가 간 너를 보낸 것이 ‘호상’이라며 애써 슬픔을 감추었지만 밤사이 너 없는 빈자리는 공허한 침묵으로 다가왔고 해가 뜨고 또 하루가 시작되니 너의 빈자리가 피부로 와닿는다.


너는 우리 가족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14년 전 어느 추운 겨울날 국도변을 하염없이 걷던 너를 발견해 데려온 사람은 손위 처남이었고 앙상하게 뼈만 남은 너는 몸에서는 몇 번을 씻겨도 땟물이 나왔다.
그 당시 동물병원 수의시는 너의 나이는 3살 아니면 4살로 추측했다.


그리고 우리는 너에게는 나쁜 버릇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유난히 식탐이 심했고, 지팡이를 든 나이 많은 남자를 보면 눈에 불을 켜고 덤벼들었고, 혼자 남아 있으면 집안 곳곳에 ‘마킹’을 하고 다녔다.



네가 없는 조용한 아침 내 귀에는 환청이 들린다.
‘아 또 미르가 이곳에 마킹을 했네’
이제는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이 고함 소리가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내는 아침에 일어나 밤사이 너 생각에 눈물 지었다며 너의 사진과 유골이 담긴 항아리를 정성껏 쓰다듬는다.

‘미르야!’

어제는 너를 태워 깅아지 별로 보냈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는 여전히 너와의 추억이 남아 있다.
그리고 슬픔이 밀려오자 다시 한번 ‘호상’이었다며 억지로 슬픔을 밀어낸다.


잘 가거라 미르야.

너는 우리의 아픈 손가락’이자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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