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645년 제나라의 한 정치가는 임종을 앞두고 있었고, 그 앞에는 그의 군주(제 환공)가 앉아 뭔가를 묻고 있었다.
죽음을 앞둔 관중과 환공의 대화는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극히 드물게도 진실했다.
그들은 군주와 신하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한 전우이자 형제였다.
'중보(관중)의 병이 이토록 심하니 이제 숨길 수가 없습니다.
불행이 이 병을 떨쳐내지 못한다면 저는 누구를 써서 정치를 해야 합니까?"
관중은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자 환공이 묻는다.
"포숙의 사람됨은 어떻습니까?"
포숙은 군자입니다 천승의 나라라도 도로써 주는 것이 아니면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은 선을 좋아하고 악을 지나치게 미워합니다.
한 가지 악을 보면 종신토록 잊지 않습니다."
평생을 함께한 마음의 친구인 포숙에 대한 관중의 정당한 평가였다.
이 말에는 포숙에 대한 진정한 우정이 묻어났다.
'정치, 그것 정말 할 만한 것인가?
포숙은 좀 물러나서 인성을 보존하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아니었을까?
그러자 환공이 다시 묻는다.
"그럼 누가 맡을 수 있겠습니까?"
"습붕이면 됩니다. 그 사람은 잘 알면서도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좋아합니다.
신이 듣기로 덕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이를 인하다 하고, 재물을 나누어주는 이는 선량하다 합니다.
착함으로 남을 이기고자 하면 절대복종시킬 수가 없고, 착함으로 남을 기르고자 하면 복종시키지 못할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나라에 임해서는 남모르게 하는 일이 있고 가정에 임해서도 남모르게 하는 일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습붕입니다.
습붕 그 사람은 집에 있을 때는 공실을 생각하고, 공실에 있을 때는 가정을 생각합니다. 임금을 섬길 때는 두 마음이 없고, 그러면서도 자신의 몸을 잊지 않는 사람입니다.
나라의 돈을 가지고 길바닥에 나앉은 가구를 50이나 구제했는데도 구제받은 사람은 이를 알지도 못했습니다.
이토록 크게 어진 이 바로 습붕입니다."
환공은 또 나라를 편안하게 할 사람에 대해 물었다.
관중의 대답은 역시 습붕이다.
"포숙의 사람됨은 정직을 좋아하고, 빈서의 사람됨은 선함을 좋아하고, 영의 사람됨은 일을 능숙하게 처리하며, 손재의 사람됨은 말을 잘합니다."
환공은 이 네 사람 중에서 또 누구를 고르라고 한다.
그러나 관중이 보기에 이를 총괄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습붕이다.
"포숙은 정직함을 좋아하나 나라의 피치 못할 일로도 그를 굽히지 못하며, 빈서는 선함을 좋아하나 나라의 일로도 그를 멈출 수 없습니다.
영은 일처리에 능하나 만족하여 그칠 줄 모르고, 손재는 말을 잘하지만 신의로써 침묵할 줄 모릅니다.
신이 듣기로 만족하여 그치고 차면 비우면서, 백성과 함께 하면서 굽힐 때는 굽히고 침묵할 때는 침묵해야 국가가 안녕하다고 합니다. 습붕이 그럴 수 있습니다."
'관포지교'라는 명언을 남긴 관중이 죽기 전 절친인 포숙을 재상의 자리로 추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