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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서, 칼을 품고 오나라로 떠나다!

초를 망친 비무극

by 산내

초 평왕은 채나라 땅에 있을 때 태자 건을 낳았다.

태자의 어머니는 변경을 지키는 군 인사의 딸이었다고 하니, 명문의 규수는 아니었다.
자연히 강대국 초나라의 태자 자리를 지키기에는 외가의 배경이 약했다.

그리하여 평왕은 태자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오사를 스승으로 삼고 비무극을 작은 스승으로 삼 았으니, 오사와 비무극의 잘못된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태자는 처음부터 작은 스승인 비무극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자 비무극이 선수를 치고 나섰다.

"이제 태자를 결혼시켜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평왕도 그렇게 생각하고, 태자의 지위를 단단히 하기 위해 강국인 진나라의 공녀를 짝으로 맺어주기로 했다.
신부를 맞이하기 위해 사절을 보낼 때 비무극도 태자의 후견인 자격으로 참가했다.


그 진나라 공녀는 미인이었다.

비무극은 틈을 놓치지 않고 평왕을 부추겼다.

"진나라 공녀가 절세미인입니다.
왕께서 스스로 취하시고, 태자에게는 따로 부인을 찾아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평왕은 이 여인을 총애했다.
이로써 비무극이 활동할 무대가 넓어졌다.

비무극은 다시 왕을 부추겨 태자를 왕에게서 떨어뜨려 놓았다.
진나라가 으뜸이 된 것은 중원의 여러 제후국에 인접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 초나라는 편벽한 곳에 치우쳐 있어서 으뜸의 자리를 다툴 수 없습니다.
만약 성보에다 큰 성을 쌓아 그곳에 태자를 두어 북방과 통하게 하고 왕께서는 남방을 거두어들이면 천하를 얻을 수 있을 것이옵니다."

평왕은 좋아라 그 말을 따랐다.


그리하여 태자는 성보로 가서 거대한 성을 만들었다.
성보는 초나라의 수도에서는 대단히 먼 거리에 있었다.
그 정도 공간상의 거리는 비무극이 어떤 일을 꾸미기에도 충분했다.
동시에 초나라는 오나라와의 각축장인 주래에도 성을 쌓았는데, 정치를 아는 이들은 하나같이 이를 한탄했다.


평왕이 비무극의 농간에 단단히 빠졌음에도 초나라가 무사하게 굴러간 이유는 그때까지 정치와 군무를 맡을 인재가 여전히 넘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무극은 나라의 동량들을 끊어낼 방책을 가지고 있었다.

태자를 성보로 보내자마자 그의 입이 빨라졌다.

비무극은 다시 평왕을 찾았다.

"태자 건과 오사가 장차 방성 밖의 세력을 이끌고 반란을 일으키려 하고 있사옵니다. 저들은 스스로 실력이 송나라 정나라와 버금간다 고 생각하고는 제나라와 진나라의 도움을 받아 장차 우리 초나라를 해치려 하옵니다.
모의는 모두 꾸며졌나이다."

평왕은 이 말도 곧이들었다.


왕은 그래도 친아들의 일인지라 태자의 스승 오사를 불러 확인했다.
입바른 오사는 직설적으로 왕을 꾸짖었다.

"군주께서 지난번 진나라 공녀를 태자 대신 취한 과실도 작지 않사옵니다.
어찌 또 참언을 믿으시옵니까?"


그러나 일단 달콤한 말에 길들여진 평왕은 이런 입바른 말을 용납하기 어려웠다. 왕은 기어이 비무극의 말을 믿고 오사를 체포했다.

그러고는 성보 땅의 사마 분양에게 명을 내려 태자를 죽이라고 했다.
태자 건은 황망 중에 가까운 송나라로 달아났다.


비무극은 오사를 죽이려 했지만 남아 있을 오사의 아들들이 두려웠다.

그는 오 씨 집안의 뿌리를 없앨 요량으로 다시 왕에게 고했다.

"오사의 아들들은 재주가 뛰어납니다.
만약 저들이 오나라로 달아난다면 반드시 우리 초나라의 우환이 될 것입니다.
오면 아비를 용서해 준다는 구실로 저들을 부르시지요.

그들은 효성스러우니 반드시 올 것입니다.
안 그러면 장차 걱정거리가 될 것이옵니다."


왕은 또다시 그 말을 채택해 사람을 보냈다.

"그대들이 온다면 아비를 석방해 주리라.
만약 오지 않으면 내가 아비를 죽이리라."


소식을 들은 자식들을 참담했다.

오사에게는 상과 원 두 아들 이 있었는데, 원의 자는 자서 즉 오자서였다.

형인 상이 왕에게 가려고 하자 오자서가 먼저 이렇게 형을 말렸다

"저들이 우리 형제를 부르는 것은 아버지를 풀어주려는 까닭이 아니라 우리 중에 달아난 사람이 있으면 후환이 될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인질로 잡고 우리 형제를 속이는 것입니다.

우리 둘이 가면 삼부자가 모두 죽임을 당할 것인데, 아버지의 생명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가면 원수를 갚을 수 없습니다.
다른 나라로 달아나 힘을 빌려 아버지의 치욕을 갚는 것이 낫습니다.
모두 죽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러자 형이 상이 타일렀다."
"자서야, 너는 오나라로 달아나라.
나는 아버님께 돌아가 죽으리라.
나의 지혜는 너에게 미치지 못한다.
나는 죽을 수 있고 너는 복수할 수 있으리라.
아버지를 풀어준다는 말을 듣고 당장 달려가지 않을 수도 없고, 어버이가 도륙을 당하는데 원수를 되갚지 않을 수도 없다.

사지로 달려가 아버지를 석방시킴은 효이고, 공을 이룰 수 있을지를 헤아려 일을 행하는 것은 인이며, 할 일을 가려서 나아가는 것은 지체이며, 죽을 줄 알고도 피하지 않는 것은 용이다.

아버지는 버릴 수 없고 명예도 포기할 수 없다.
자서야, 너는 앞으로 이 일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아들 오자서가 달아났다는 이야기를 큰아들 상으로부터 듣고 오사가 말했다.

"앞으로 초나라 군주와 대부들은 해가 진 후에나 밥을 먹을 수 있으리라."

전쟁터에서 허덕이다 밤에나 밥을 먹을 것이라는 저주였다.

그리고 오사와 오상 부자를 기다리는 것은 역시 죽음이었다.
아버지와 형을 잃은 오자서는 오나라 땅으로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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