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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내 Nov 19. 2021

국민가수(본선 3차전-팀 미션)

감정의 분산

국민가수는 우리 부부가 일주일을 기다리며 보는

유일한 TV프로다.


 출연한 가수들의 사연을 듣고 마음 아파하기도 하고

그들의 간절한 도전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진정성이 담긴 좋은 노래는 유튜브를 통해 반복해서 듣는다.


지난주 박장현이 부른 <한숨>은

처음에 느끼는 긴장감과 떨림이 시간이 갈수록 삶의 무게로 다가와

나 자신이 짐을 진 것 같은 무거움을 느꼈다.


 무대공포증으로 힘들어하는 박장현의 모습이

가사 내용과 묘하게 겹치면서 깊이 빠져들었다.

<가수가 된 이유>를 듣는 동안 나는 왜 김동현이 가수가 되었는지

한 편의 영화를 통해 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리고 한동안 그 노래의 가사와 현실을 혼동했다.
 완벽한 자신의 이야기고 자기의 노래였다.

 


목요일 저녁 시간 TV를 켰다.
 본선 3차전 팀미션이다.


 1등 한 팀은 전원이 다음 라운드로 올라가지만

그러지 못하면 팀원 중 누군가는 탈락의 아픔을 겪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300명의 방청객이 자리를 메웠고,

마스터들도 2년 만에 다시 찾은 방청객에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첫 팀이 무대에 오르고 노래를 시작했지만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다.
 현란한 동작으로 춤을 추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두 번째 팀은 마스터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세 번째 팀을 보다 TV를 컸다.
 기대했던 만큼 실망도 크다.


5명씩 팀을 이루어서 여러 조합으로 만든 무대가 산만했다.
 오랜만에 자리를 같이한 방청객이 산만했다.
  방청객 등장에 흥분해 보이는 마스터의 행동도 산만해 보였다.
 이런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진의 의도도 산만해 보였다.

 


아침 일직 눈을 떴다.
 어제의 산만함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 다 본다.

 

국민가수 시작 1시간 반 전, 나는 중요한 문제로 전화 통화를 했다.
 그동안 쌓였던 어려운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부담스러운 통화였다.


 통화 내용을 가지고 형제들과 의견을 나누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심한 의견 차이로 언쟁을 벌였다.
 통화 시간이 한 시간이 넘었다.


통화가 끝나고도 불편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았다.


부처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도둑의 눈에는 도둑이 보인다고 했다.
 아름다운 감정에는 아름다움이 보이고

산만한 감정에는 산만함이 보이는 것이 기본 이치다.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나와 다른 의견은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잘못된 시각이

나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었다.


 나의 잘못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누를 범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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