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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합의 기반 수축

멀고도 가까운 미래: 수축사회[7]

by 진익

차세대 성장경로로의 질서 있는 전환(ordered transition)이 가능할 때 한국경제의 지속성장도 가능하다.

경제구조 변화가 다방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잠재적인 균형점이 여러 개이고, 민간 경제주체들의 선택에 따라 새로운 균형점이 결정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가 2개의 생산성 경로를 거쳐 성장해 오는 가운데 1998년 외환위기 전후로 경로 전환이 있었다고 가정해 보았다. 1980년 이후 자료를 대상으로 비선형 회귀분석을 통해 도출한 2개의 생산성 경로를 보면, 하위 경로에서는 1990년대에 이미 개선 속도가 둔화되었고, 상위 경로에서도 개선 속도 둔화가 시작된 것을 볼 수 있다. 차세대 생산성 경로에 대한 탐색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림.총요소생산성.경로와전환.png 자료: 한국은행 자료를 토대로 추정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기 위한 기반이 수축될 위험이 있다.

기존 경로에 의존하는 구성원을 포용하는 정책과 차세대 경로로의 혁신을 지향하는 정책이 병행될 것이다. 한국경제가 지속성장하는 새로운 경제구조에서는, 기존에 비해 보다 적은 수의 경제주체가 더 많은 양의 수요와 공급을 소화할 것이다. 차세대 관점에서 보면, 자동화 과정에서 고소득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이다. 그런데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보면, 사회안전망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력으로 노후에 대비해야 하는 만큼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려는 유인이 강할 수 있다. 전체 인구 중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한 기성세대의 비중이 높은 만큼, 기존 경로에 대한 고착(lock-in)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신뢰성 높은 정책 방향 제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기존 경로에 대한 고착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기존 경로에 머무르고 있는 사회구성원 비중이 90%, 새로운 경로로 전환한 사회구성원 비중이 10%라고 가정한다. 또한 경로 전환과 관련하여 강화루프(reinforcing loop)가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즉 개별 사회구성원이 기존 경로에서 새로운 경로로 전환할지를 결정할 때, 앞서 경로 전환을 선택한 사회구성원의 수가 많을수록 경로 전환 편익이 커지는 (혹은 경로 전환 비용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경우 초기 정책 개입의 효과가 충분히 크면, 시간이 경과하면서 새로운 경로로의 질서 있는 전환이 진행될 수 있다. 반면 기존 경로에 고착된 구성원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초기 정책 개입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 기존 경로를 벗어나지 못할 위험이 존재한다. 민간 경제주체들의 선택이 새로운 균형점으로 수렴해 갈 수 있도록 신뢰성 높은 정책 방향의 제시가 요청된다.


그림.초기정책대응.중장기효과.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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