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미래: ESG 경제[6]
효율적인 재정시스템을 제도화할 수 있으면...
한국경제의 지속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재정지출을 확대하면서도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정된 재정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여 재정지출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재정준칙, 하향식 예산심의, 전략적 지출검토 등의 제도화를 검토해 볼 수 있다.
재정지출 증가 속도를 관리하기 위해 도입 가능한 제도적 장치 중 대표적인 예는 재정준칙(Fiscal Rule)이다. 동 준칙은 총량적 재정지표(재정수입, 재정지출, 재정수지, 국가채무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으로서, 이미 다수의 국가들이 재정규율 확보 차원에서 동 준칙을 도입․운영 중이다. 목표 설정의 대상이 되는 지표, 법적 근거, 제재조치, 회계기준 등에 따라 국가별로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데, 목표 설정의 대상 지표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수입준칙, 지출준칙, 재정수지준칙, 채무준칙 등으로 구분 가능하다.
재정준칙을 도입하고자 할 때 고려할 사항들 중 하나는 동 준칙이 경기순응적인 특징을 갖는다는 점이다.
경기 대응적 재정정책(재정의 자동안정화 기능, 재량적 재정지출의 확대 등)이 요구되는 경기침체기에 재정수지준칙을 엄격하게 운영하면 거시경제 안정성을 희생하게 될 위험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 유럽 국가들은 경제충격의 증폭을 우려하여 재정준칙의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따라서 재정건전성 유지라는 목표를 추구함과 동시에 일정한 범위 내에서 경기대응성을 유지할 수 있는 형태로 준칙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재정수지 중 경기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구조적 부분을 대상으로 준칙을 운영하는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재정지출 증가 속도 관리와 관련된 제도적 장치의 다른 예는 하향식(Top–down) 예산심의제도이다.
동 제도는 연도별 예산안을 편성할 때 거시총량을 먼저 결정한 후 사업별 예산안을 작성하는 것이다. 하향식 예산심의 과정은 3단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단계로 예산 총량(총수입, 총지출, 재정수지, 국가채무, 분야별․부처별 재원배분 등)과 예산심사지침을 본회의 의결을 통해 결정한다. 2단계로 상임위원회에서 부여받은 한도액과 예산심사지침에 준거하여 재정수반 법률안과 세부 예산안을 심사한다. 3단계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조정과 본회의의 의결을 통해 예산을 확정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재정소요점검(scorekeeping)을 통해 상임위원회가 예산심사 과정에서 재정결의안의 한도와 예산심사 지침을 준수하는지 확인하고 예산심사 과정을 총괄적으로 조정한다. 하향식 예산심의제도가 도입되려면, 국회와 행정부 사이 예산정보 관련 비대칭성 완화, 국회조직 변화 등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재정지출 증가 속도 관리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 중 다른 하나는 전략적 지출검토(spending review)이다.
동 제도는 외부환경의 변화를 고려하고 체계적인 방법을 적용하여 예산지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한편 기존 지출 중 효율성이 낮은 부분을 삭감하는 것이다. 지출검토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국가들을 상호 비교해 보면, 지출 효율성 추구라는 목표는 공통적이지만 구체적인 정의, 대상, 목적 등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위기 심화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존 재정사업을 구조조정하기 위해 동 제도가 활용되었다.
전략적 지출검토는 거시적이고 전략적인 측면을 강조하므로, 미시적 사업관리에 집중하는 재정성과관리를 보완할 수 있다.
기존 재정사업 평가제도는 사업별 평가를 수행하고, 전략적 지출검토제도는 해당 평가결과와 정책목표를 참조하여 재원배분을 조정하거나 지출구조조정 안을 도출하는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저성과․부실사업에 대한 지출을 구조조정하려는 전략적 지출검토가 실효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성과계획서․보고서의 거시․전략적 기능 강화, 성과평가 실효성 제고, 인프라 확충(성과정보 DB 구축, 정보공개) 등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 국회 지원기관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전략적 지출검토 보고서를 작성하여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정치적 합의 도출, 지출우선순위 결정 등을 지원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회 지원기관이 핵심 사업군(국정과제, 다부처 관련 사업, 분야 및 부문별 사업군 등)에 대한 선택적 지출 검토를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