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솅크먼, <맨 프롬 어스>
신의 존재를 믿느냐의 문제는 전지구적 차원의 역사에서 늘 작용하던 것이었다.
<맨 프롬 어스>는 주인공 존 올드맨에 대한 두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내놓는데, 마치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두 가지 방식의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신화라는 것은 초자연적인 것들의 행위가 모여 이루어진 일종의 이야기다. 어렸을 적 읽던 구전동화는 우리에게는 신화적 존재로 작용하기도 하며 다른 세계의 서사를 통해 모순적이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반성, 그리고 반영하여 제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여러 상징과 은유를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고, 단순히 제작된 이야기로써 재미를 주기도 한다. 즉, 모든 이야기는 그것을 읽고, 듣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존은 여러 역사적 사건들을 붙여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한다. 이에 대해 그 누구도 사실이다, 아니다를 논할 수 없지만, 그것이 마치 사실이기를 바라는 몇몇 동료들의 모습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 누구에게 그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신빙성 있게 진실로 들린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알고 있던, 혹은 믿고 있던 신념과 상식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온전히 크게 와닿기에는 무리가 있었을 것임이 분명하다.
역시나 한 동료가 자신이 가져오던 근본적인 지식이 송두리째 흔들려 힘들어하자 존은 자신의 이야기가 모두 거짓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다시 이전의 이야기들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 사실에 기반한 거짓말, 그리고 거짓말에 기반한 사실. 많은 부분의 사실과 조금의 거짓말, 혹은 조금의 사실에 덧붙여진 다량의 거짓말 등 스토리를 구성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무한하다.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실과 그 밖의 거짓말들은 모두 우리 인간이 살아가면서 만들어낸 것이다.
존은 결국 자신이 믿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준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곧 불멸의 존재이며 14000년을 살아 온 인간이라고 주장하며 신화의 원형을 제시하는 존은 곧 우리로 하여금 현재와 현실에서 그것이 나름의 방식대로 재현되고, 또 체험되는 현장을 살아가게 하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87분이라는 길이를 가지고 존과 동료들이 이야기하는 ‘집’ 안이라는 한 공간에서만 서사를 진행한다. 다양한 시각적 재미나 새로운 배경들의 등장으로 관객의 이해를 돕는 부분은 전혀 없었지만,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고 그들의 대화와 대사에만 온전히 몰입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영화이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지만, 신화를 믿는다는 것과 신화의 존재 이유 등에 대한 다양한 철학적 사고를 재고해볼 좋은 기회를 가졌다.
범세계적인 종교언어와 가까워져 보면서 만국 공통의 역사와 선험적 영감이 오늘날의 종교학 안에서 의례적으로 이해되는 양상에 입문해보기에도 아주 괜찮은, 훌륭한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