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마저 영화적인。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2023)

by young

영화음악은 단순히 영화의 ‘배경’음악이 아니다. 영화와 음악은 서로 긴밀한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고, 영화 내용의 이해를 돕는 데 음악이 사용되거나 음악을 기억하게 하는데 영화 장면의 역할이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보통 영화배우들은 음악을 틀어두고 대사를 치며 연기를 펼치지 않는다. 음악은 영화의 사후작업으로써 수행되며 가미된 부가효과를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또한 영화 내에 존재하는 배경 소품과 사물과는 음악이 절대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영화에 보탬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안과 밖 모두에 존재하는 음악은 단지 디제시스냐, 비디지제시스냐 하는 논의를 벗어나서 영화 속 상황과 인물, 감정을 상징하고 개연성을 부가하는데 사용되는 양상을 파헤칠 수 있게 한다.





내가 특별히 음악이 인상적으로 기억나는 영화는 실사판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 2023)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많은 논란과 관심 사이에서 사실 크게 흥행하지 못한 채 막을 거두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에게 있어서도 이 영화 자체가 작품성을 가지거나 내용적, 연출적으로 훌륭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나 원작 영화의 음악 감독을 맡았던 알란 멘켄이 이번 실사판 영화에서도 다시 한번 음악을 총괄하여 새롭게 작곡하고, 또 기존 사운드트랙을 편곡해서 사용하는 등의 시도를 보여줬다는 점이 나에게 재밌게 다가왔다. 원작 ‘인어공주’(1989)의 OST는 총 20곡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들려오는 음악들이 그 제목과 주제별로 정리되어있는 앨범 역시 발매된 바 있다. 이번 2023년 버전의 ‘인어공주’ OST는 총 37곡으로, 마찬가지로 상황별로 그에 걸맞은 음악이 제시된다.


확실히 더 세분화되고 인물 각각의 감정을 잘 드러낸다고 생각이 드는 쪽은 후자이다. 전자의 경우, 워낙 영화사적으로 초기에 해당하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하고, 약간은 ‘오페라’스럽게 인물 한 명당 배정된 아리아를 수행하는 느낌이 든다면, 후자는 드디어 영화음악 같은 트랙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등장하는 뉘앙스를 준다. 이는 음악이 재생되는 시간 대비 침묵, 즉 정적이 흐르는 시간 역시 전자의 경우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데다, 애니메이션으로 처음 관객에게 자신을 각인시킨 작품임을 고려하여 실사판 영화에서 드러날 수 있는 부자연스러움은 음악이라는 장치로 해소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게다가 원작에서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왕자에게도 넘버로 서사성을 부여하고, 공주에만 초점이 맞춰져있던 원작을 탈피하여 상대역 인물의 내면에도 관심을 돌리고 있었다.




나에게 이 영화의 음악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특징은 기존의 멜로디를 차용 및 변형한 방식에 있었는데, ‘인어공주’라고 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Part of your world’의 선율은 이 영화에서 끊임없이 변주된다. ‘Triton’s Kingdom’ 트랙은 맨 처음 인어공주가 살아가고 있는 아틀란티스 궁전의 모습을 비추면서 바다 생태계의 아름다움이 묘사되는 장면과 함께 드러난다. 처음 듣자마자 인식되기는 어렵지만, 공주가 마녀에게 목소리를 빼앗길 때 부르는 ‘허밍’을 제시하는 현악기군에 더해, 후렴으로 다다르면서 드디어 분출되는 ‘Part of your world’의 상징 선율은 아직 주인공 그녀가 등장하지도 않았지만, 마치 이데픽스, 또 일종의 라이트모티프처럼 그녀의 존재를 예비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다른 예로는 ‘For the first time’이라는 트랙에서 마찬가지의 선율이 차용되는 방식인데, 가사로는 “Look at this stuff”에서 드러나는 순차 3도의 멜로디가 전위, 그리고 역행되면서 그녀가 처음 자신에게 생긴 발로 땅을 밟고, 태양의 따뜻함을 느끼는 상황의 황홀함을 표현하고 있다. 이렇듯 한 영화 안에서 각각의 영화음악이 드러나는 형태, 그리고 작곡가가 음악으로 영화를 연출하고자 한 의도는 많은 경우에서 다 다르게 발현되며 그만큼 영화음악이라는 분야가 얼마나 흥미로운가를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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