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請牒

혼돈의 글쓰기

by 아웃렛

요즘 결혼식을 준비하는 중이다. ‘스드메’라는 그 말로만 듣던 새로운 세상에 홀린 듯이 있다 보면 어느새 상담직원께서 나를 ‘신부님’이라고 부르신다. 어색함도 잠시 숫자를 들으면 정신이 아득하다. 나는 번 적도 없던 것 같은 견적 숫자를 듣자 하니 결혼식이란 인간사 최대 행사이긴 하구나 싶다.

다른 많은 파트part들은 대개 마음에 드는 작업을 해줄 만한 업체를 고르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면, 청첩請牒은 그야말로 혼례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분위기와 취향, 인간관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일차적으로는 청첩장을 직접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창작하는 이가 오롯이 녹아있다. 청첩장 제작을 아웃소싱outsourcing한대도 ‘편지’라는 글의 갈래 안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그 결혼식의 스타일이 잘 드러날 수밖에 없다.

‘청첩請牒’은 문자 그대로 잔치에 초청하는 편지글인데, 누가 누굴 언제 어디로 초청하는지를 밝혀야 한다는 점에서 문투 자체에 발화자-독자 관계까지 느껴진다. 1)옛 식으로 매파가 혼주의 지인들께 보내는 서첩이라면은 혼주까지도 높여 부르는 말로 적는다. 2)하지만 비교적 가까운 과거처럼 혼주가 본인들의 지인들께 써 보내는 형식이라면 그들의 관계에서 할 수 있는 나름의 격식이 있는 인사말이 들어갈 테다. 3)한편 요즘의 청첩장이라면 예비 신랑신부가 그들의 결혼식을 준비하고, 또 그들의 지인들을 중심으로 하객을 구성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에 모던modern하고 “귀염뽀짝”한 형식을 취하곤 한다.

나 또한 요즘의 흔한 남녀의 모습이지만, 대례복을 입는 전통혼례 형식을 따르기로 했다. 그래서 청첩만큼은 격식조를 지키는 예스러운 방식을 더 고수하고 싶은 생각이다. 해서 문헌들도 찾아보고 어떤 풍습이 문투를 바꾸게 했는지도 공부하며, ‘오롯한 나만의 청첩’에 혈안이다. 몇 주째 전통 청첩 형식과 씨름을 벌이는 중인데도 불구하고 한 번은 어른들께 지적을 받았다. 제삼자인 매파가 주변인들을 초대하듯 혼주의 이름에 “씨”를 붙였기 때문이다. 내가 놓쳤다. 편지를 안 써 버릇하던 사람도 아닌데도 마치 대필을 하는 느낌이랄까.

여느 예비 신랑신부들처럼 보통대로 하는 것이 시간도 절약하고 돈도 아끼는 것이라지만, 그 ‘보통’이 참 어려운 지점이다. 그 누구도 결혼식을 대충 진행하려고 하지는 않을 거니까. 서두에서부터 돈 이야기를 하기는 했어도, ‘돈’ 때문에 ‘그것’을 선택하는 일도, ‘그것’을 선택하는 이유가 ‘돈’이어서도 안 될 말이다. 인간사 최대 행사를 알리고 초대하는 글, 인간사 최대 행사의 결을 잘 담아낼 수 있을 글. 어렵다. 브런치보다도 어렵다. 각자의 청첩은 각자가 알아서 쓰자고 할까 그랬나 보다.

그래도 어떡해, 해야지. 안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