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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센트 Mar 11. 2024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다.

때는 입사한 지 2~3개월쯤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일하는 곳은 근무자가 2명이며 쉬는 시간이 오전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3시간씩 나눠서 교대로 쉬는 시간을 가지는 방식이었는데 정확히 쉬는 시간 시작하기 10분 전에 교통경찰 두 명이서 급하게 응급실에 방문하였다. 응급환자가 내원할 때 종종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경찰과 동행하는 일이 많아서 평소처럼 응대를 했다. 어떻게 왔냐는 질문에 교통경찰 선생님께서 침착하게 상황을 설명해 주셨다.


“순찰 도중에 임산부를 만나게 되었는데 아이가 나올 것 같다고 해서 일단 저희가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일단 빠른 조치를 위해 환자를 휠체어에 태워서 바로 진료 보게끔 하려고 했으나 경찰차에는 아무도 없었고 뒤돌아보니 환자로 추정되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다급하게 진료센터로 들어가 있던 것이다. 예상대로 경찰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환자분이었고 순식간이었다. 분명 진통이 오면 거동조차 불편했을 텐데 어떻게 달려갔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도 여전히 의문이다… 일단 같이 일하는 동료 선생님께 접수를 맡겼고 나는 간호사와 경찰 선생님들과 같이 환자를 진료센터 내에 있는 침상으로 안내하였다. 경찰 선생님들과 같이 센터에 나오면서 상황을 듣자 하니 순찰을 돌면서 환자가 도움을 요청하였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인계가 끝났고 순찰을 해야 했기에 근무지로 복귀하였고 나 또한 자리로 돌아갔었으나 갑자기 의료진의 호출로 인해 달려갔었고 환자가 안절부절못하지 못해 겁을 내면서 진료를 거부하는 상황이었다. 일단 나는 최대한 진정을 시키고 침상에 누워서 안정을 취하게끔 조치하였고 환자의 상태를 듣자 하니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이를 가진 상태에서 방황을 한 건지… 다시 생각해도 여전히 의문이다. 우선 환자에게 몇 가지 검사와 함께 산부인과 진료를 봐야 했기 때문에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고 보호자의 연락처가 확보가 안되어있는 시점에서 환자는 계속 안절부절못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자리는 지켜줘야 한다는 의료진의 요청 그리고 우리 팀은 쉬는 시간이었기에 병원 본관에서 근무하는 보안요원 선생님께 지원 요청을 드렸으나.. 몇몇 근무자들이 휴가를 가서 인원 부족으로 인해 지원이 어렵다는 답을 받고 나서 우리는 난감했었다… 또한 그들이 지원을 해준다고 한들 본관에서 해야 하는 업무도 있을 테니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못 비우는 부분도 있고 휴가도 상황에 따라 근무자 재량인데 이해는 갔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선생님은 고민하던 중 내 머릿속에서는 보호자의 연락처 확보가 우선이라 판단이 들었기에 결단을 내렸다. “일단 쉬는 시간을 반납하고 저희가 1 시간씩 교대하면서 환자를 지켜보는 방법으로 해야겠어요. 경찰에는 제가 연락해 볼게요.” 이 말을 하자 동료 선생님께서는 흔쾌히 알겠다고 하였고 나는 경찰에 연락하여 보호자와 연락이 되게끔 조치하기로 했다. 112에 연락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 선생님께서 오셨고 환자에 대한 조사를 하게 되었다. 그 옆에서 들으면서 나는 온갖 충격을 받았었다. 요약하자면 환자는 집을 떠나서 어느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는데 같이 타지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남자는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혼자 생활하다가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는데 상황을 들으면서 내 머릿속에는 ‘이게 맞나?’ 혹은 ‘이거 정상적인 상황 맞아?’라는 생각이 가득 채워졌다. 조사가 끝나자 경찰 선생님들은 다른 사건으로 인해 현장으로 출동해야 했고 해결하는 동안 보호자의 연락처를 확보하겠다고 하였다. 나는 일단 담당자로서 개인 연락처를 드렸고 그리하여 긴 시간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환자 옆에 자리를 지키는 동안 잠깐이나마 대화를 나눴었다. 대화 내용의 주 내용은 집에 보내달라는 말이었지만 진료 끝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계속 구했고 남자친구는 언제 오는지 계속 나에게 물어봤다. 여기서 내가 말실수를 한 건지 부르지 않았다고 답 하니 갑자기 울기 시작했고 병실에서 뛰쳐나가려고 했었으나 간신히 제지하고 진정시켰다.


한 시간이 지나고 동료 선생님과 교대 후에 경찰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답을 듣자 하니 보호자 연락처가 확보되었고 연락을 해봤으나 비협조적으로 나온다고 하여서 설득해 보겠다고 전달받았다. 그 말을 듣자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속에서는 분노가 가득 찼었다. 환자와 같이 지냈던 남자나 가족들이나 왜 하나같이 책임감이 없지라는 생각과 동시에 해결책이 안 보인다는 점에서 분노가 가득 찼었다. 근무하면서 감정을 싣지 말자고 다짐했었으나 그날만큼은 유독 화가 많이 쌓였었다. 일단 이 사실을 동료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께 설명을 드렸었다. 얼마나 분노가 가득 찼으면 내가 퇴근 시간이 넘어가도 어떻게든 해결하겠다고 당차게 말하였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라는 걱정에 일단 진정하기로 했다. 산부인과에서 진료받을 순서가 왔다. 그때 내가 자리를 지키는 순서였는데 의료진 측에서 산부인과까지 동행해 달라는 요청에 수락하였고 진료가 들어가자마자 나는 자리로 복귀하였다. 우연히 검사 결과를 듣게 되었는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해봤더니 반전인 게 아이는 없었다고 한다. 애초에 임신이 아니었던 건지 예측은 안되지만 진료가 끝났으니 수납하고 퇴원할 시기였다. 수납은 다행히 보호자만 연락이 되면 해결이 가능하다는 원무과 선생님 말씀에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퇴원이 문제였다.


시간이 흐르자 쉬는 시간이 끝날 때쯤인 새벽 6시, 경찰 선생님께 연락이 왔다.


“저희가 직접 환자분을 보호자께 데려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의료진 선생님께 전달드렸고 퇴원 준비가 끝나자 환자가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저… 오빠네로 가는 건가요? 아빠집에… 가기 싫어요…” 여기서 말하는 오빠는 그녀와 같이 지냈던 남자를 이야기한 것이다. 환자분과 잠깐 대화했을 때 부모님이 제일 무섭고 제일 싫다고 나에게 말했었고 대놓고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하면 분명 안절부절못하다 못해 안 가겠다고 버티는 게 분명했으니.. 마음에 걸렸지만 그 사람한테 가는 거라고 거짓말을 하였다. 환자가 퇴원하자 의료진 선생님들께서 고생 많았다고 고맙다고 연신 나에게 인사하였다. 교대 시간이 다가오고 팀장님께 이번 근무 때 생긴 일들을 전부 보고 드렸고 못 쉰 부분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서 보상이 가능한지 검토해 주신다고 하셨다. 인수인계가 끝나고 집 가기 전에 동료 선생님과 대화를 잠깐 나눴다. “해결돼서 좋은데 씁쓸하게 끝난 거 같아서 마음에 걸리는군요.” 그는 나에게 말해주었다. “저도 씁쓸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할 만큼 다했다고 생각해요. 고생 많았어요.” 그의 말을 듣고 해결되었음에 안심하기로 결정했고 그의 말대로 난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만큼 다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도 여전히 의문투성이지만 이 날 만큼 미스터리 한 이야기는 아마 없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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