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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센트 Mar 18. 2024

처음으로 받아보는 민원

여름날, 최고 온도가 극에 도달했던 시기였을 것이다. 그날은 유독 환자가 많은 날이었다. 응급실은 외래 진료처럼 접수한 순서로 진행하는 것과 달리 각 환자마다 중증도 순으로 진료가 진행되기 때문에 많은 내원객들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환자가 많은 만큼 기다리다가 지친 내원객들이 대부분이었으며 특히, 이번 편의 주인공은 한 아이의 어머니이자 나에게 억울한 내용으로 민원을 넣은 내원객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진료가 밀려서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린 내원객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만큼 최대한 신중하게 응대해야겠다 생각했었고 말과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였다. 응급실 진료센터에 들어가게 되면 환자 1명당 보호자는 1명밖에 못 들어간다(단, 의료진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다수가 출입이 가능). 이 부분은 입사할 때 팀장님께 질문을 드려보니 코로나 사태 이후, 감염관리로 인하여 정해진 거라고 한다. 이러한 부분도 통제하는 게 우리 업무이기에 신중하게 응대하는 만큼 통제도 확실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여느 때처럼 근무하다가 센터 내에서 의료진의 호출을 받고 갔었는데 이거 웬걸.. 분명 보호자는 한 명밖에 출입이 가능하고 아이의 어머니만 들어가 있던 걸로 아는데 어느 순간 아버님까지 들어와서 의료진께 큰 소리로 항의를 하고 있다. 대충 얘기 들어보니 예상한 대로 진료가 너무 늦어져서 불만이 생겼다고 한다. 아까도 서술했듯이 센터 내에 보호자는 의료진께 컨펌받은 게 아닌 이상 1 명밖에 출입이 불가하고 다른 내원객들도 눈치를 보고 있었기에 일단 제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앞섰다. 그중에서 제일 의문인 건 보호자가 왜 두 명이서 들어왔는지 여쭤봤다.


“지금 이거 안 보여요?”


아이의 아버지는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이렇게 얘기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싸우자는 건지 화를 한 번도 참지 않고 결국엔 감정이 격해져 보호자 두 명이서 들어오면 안 되는 이유부터 시작해서 다른 환자들도 아픈데도 기다리고 있고 중증 환자도 많은 상황에서 그렇게 소리 지르면 되겠냐고 의료진 편에 서서 한 소리를 했다. 두 사람은 할 말이 없는 건지 나를 째려보기만 했고 아이의 어머니는 나한테 협박하는 말투로 민원 넣겠다고 했다.


“당신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두고 봐.”


이런 말을 남기고 결국 귀가하였고 나도 잘못한 게 능청스럽게 민원 넣으라고 자신만만하게 얘기했으니.. 이 부분은 할 말은 없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아침에 팀장님께 인수인계할 때 전날 밤에 있었던 사건을 보고 드렸고 조만간 나한테 민원이 들어올 거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매도 미리 맞으면 낫다는 말이 있듯이 혼날 건 미리 혼나고 그 민원에 대해 미리 대비를 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예상한 대로 민원은 들어왔었고 민원 내용을 보니까 내가 대놓고 반말을 했다 하질 않나 손목을 막 잡았다고 하질 않나.. 내가 하지도 않은 행동들을 지어내면서까지 민원을 넣었다고 한다. 다행히 손목을 잡았다고 하는 부분은 안 그랬다는 걸 CCTV로 확인이 되었고 오히려 그 사람이 사원증을 보기 위해서 내 손목을 잡았다는 게 확인이 되어서 넘어갔는데 내가 반말했다는 부분은 음성 녹음으로 된 증거가 없어서 애매했지만 난 절대 그 자리에서 반말을 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했고 팀장님도 내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믿어주셨지만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말씀하셨다.


결국엔 이 일은 경위서 한 장 작성하고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는 되었고 다행히 징계 없이 무사히 넘어갔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이 사건을 맘카페에 올려서 내 신상을 밝히겠다고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다행히 이 부분은 팀장님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하셨고 만약 그랬으면 권고사직 당할 거 각오하고 법적인 다툼까지 했을지도 모른다. 이 일을 하면서 늘 느끼지만 별에 별 사건도 있고 별에 별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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