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한 순간

근 몇 주째 연재를 하지 않았다. 파업으로 인해 환자와 내원객의 수가 많이 줄어서 소재가 부족했기도 했고 고민 끝에 결국 이직을 결심하여서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냈었다. 사실 이직에 대한 생각은 몇 달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다. 지금 내가 속해있는 회사와 병원의 계약기간이 올해 내로 만료가 되는 상황이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 재계약이 될 거라는 보장도 없었기에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고 며칠 전에 어떤 사건으로 인해 확실하게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응급실 보안요원을 계속하기엔 정신적으로 매우 지쳤고 위험을 계속 접하다간 내 생명이 위험해지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들어서 의료진들이나 병원 본관 안전요원들의 태도가 우리를 하대하는 듯한 느낌이었고 본관 안전요원에게는 자신들이 요청했던 부분을 왜 안 했냐고 나에게 엄청 따졌었고 황당한 건 나는 그 업무에 대해 지시받은 적도 없었고 들은 적도 없었다. 사실대로 말하니 몰랐다는 말을 들을 줄 알았다.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확인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더 따지는 것이다. 어이가 없었지만 업무에 있어서 감정을 담으면 안 되니 일단 참았었다. 그 일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어보니 나랑 같이 근무하는 동료가 주간조랑 교대할 때 전달받은 일이었는데 자신이 깜빡했다고 한다. 그 부분에서도 화가 많이 났었지만 그가 정중하게 사과해서 그 사과를 받고 넘어갔다.

의료진에게는 최근에 자해로 인하여 실려온 환자가 있었는데 심하게 자해를 해서 그런 건지 응급처치하는 내내 몸부림을 치는 것이었다. 나는 호출을 받고 출동을 하였고 상황이나 환자의 상태를 전혀 듣지 않았고 일단 피가 많아서 감염을 대비해 의료용 장갑을 끼고 응급처치에 대한 지원을 하였고 끝나고 나서 장갑을 벗었다. 아무래도 파업으로 인해 진료가 어려운지 다른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환자가 거동하기 힘들었는지 맨손으로 환자의 등을 손대자마자 의료진이 갑자기 나에게 맨손으로 환자를 만지지 말라며 듣자마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을 떼었다. 일단 환자를 보내고 손을 바로 씻었고 너무 찝찝한 마음에 의료진에게 그 환자에 대해 물어보니 에이즈에 잠복매독 그리고 천식을 동시에 앓고 있는 환자란다… 그 말을 듣고 매우 크게 당황하여서 괜찮은 거냐고 말했더니 태연한 말투로 손에 상처가 있거나 피가 묻은 게 아니면 괜찮다고 하였고 그래도 일단 괜찮다고 하니 안심했다. 이 상황에서 왜 전달을 안 해줬냐고 내가 따져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 의문이 들었던 게 올해 초에 결핵 환자가 왔었던 적이 있어서 도착하기 전에 결핵환자가 오니까 마스크는 필수로 착용하고 방진복과 의료용 장갑을 착용하라는 의료진의 전달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왜 전달을 안 해줬지 했는데 정신없어서 그랬구나 하고 넘어갔었다.

이번 사건들과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서 결국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다. 여기서 더 일하다간 내 생명에 위협이 가해지겠구나 라는걸 크게 느꼈었고 이 사건을 가까운 지인에게 말했더니 퇴사를 하는 게 어떠냐는 말과 이러다가 내가 위험해질까 봐 걱정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었다. 전부터 이직 또는 퇴사를 생각해 봤었지만 요 근래 생긴 사건들을 생각하면 퇴사를 하기엔 앞으로의 계획이 불투명해서 이직을 결심하게 되었고 준비하게 되었다. 이대로 더 하다간 내 자신을 잃어버릴 거 같았고 심지어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길 거 같기에 안 좋은 일에 휘말리기 전에 얼른 안정적인 직장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