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핀
85세는 하늘로 가는 나이
남아있는 건 사진으로 된 얼굴 하나 있다
아이들은 싸움을 하고 티격태격 싸움을 하고
할머니가 죽었는데 아이들은 기를 쓰고 싸움을 한다.
엄마는 막내만 좋아하고 막내에게 쩔쩔 매고
큰 언니는 큰 딸이라고 막내는 막내라고 봐 주면서
아이들은 기를 쓰고 싸움을 한다.
막내가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자
둘째가 들어가서 머리채를 잡아채고 때렸던 모양이다.
우리가 없는 사이에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시누이 딸들은 싸운다.
무서운 게 없는 아이들은 할머니가 죽어도 싸운다.
오랜만에 모였으니 죽어라 싸우는 것 같다.
할머니는 사진으로 아이들을 보고 있다.
우리 어머니 훨훨 웃고 계신다.
나에게는 시어머니 아이들에게는 외할머니
그렇게 홀로 가는거다 아가야.
내가 너를 처음 봤을때, 너무 호리호리해서 내가 반대했었지.
너와 지하철을 탔을때, 뱃속의 아기를 걱정하며 소리소리 질렀었는데
그 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내 옆을 찾아오셨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덕분에 아이들이 싸우고 있어요.
저들의 오해가 모두 풀렸으면 좋겠어요.
상복을 입고서 분이 풀릴때까지 싸울것 같아요.
어머니는 편안히 누워계시면 됩니다.
세상 다 놓으시고 편안히 눈 감으시면 됩니다.
발톱과 손톱이 자라는 15번 안치실에서 어머니는 아이들과 우리들을 보고계실테지
하나도 안 아픈 것처럼 하나도 힘들지 않고 편안하게 가셨다.
어머니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어머니 안녕히 계셔요.
참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