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이라는 아이

by 레이



아이를 만난 것은 지난 겨울쯤이었다.

키가 훤칠하고 하얀 피부를 가진 아이는 무용을 전공할거라고 했다.

진주 혁신복합센터 창작무용 등록을 하면서 만난 아이다.

아이는 새초롬하고도 골똘히 몸을 움직였고 팔을 절도 있게 올렸다 풀었다 하는 것이

마치 접신을 하듯 춤을 추는것이다.


쉬는 시간에 아이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고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교방굿거리 춤의 전수자 선생님은 작고 아담하여 손끝이 무용수처럼 하늘하늘했다.

창작무용을 배워보겠다고 한 동작 한 동작을 곧추 서서 따라했다.

팔 하나를 움직이려는데 내 몸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았다.

손끝 발끝을 모으며 선생님을 따라서 겨우 한 걸음 한 걸음을 옮겼다.


나풀나풀 긴 치마을 휘날리며 아이의 춤추는 몸짓은 남달랐다.

기본기를 익힌것도 같고 몸 동작 하나하나 힌 버릴것 없는 몸매였다.

사뿐사뿐 바닥을 버선발로 치면서 날아갈듯 말 듯

웃을까 말까 상커풀이 없는 나무랄데 없는 고운 아이였다.

오늘은 무용 수업이 끝나도록 아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빌려간 일본어 노트가 피리요한 오늘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이는 밝고 명랑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주소를 메모하고 네비를 켜고 달렸다. 넓은 사차선 도로를 지나 2차선 도로를 달렸다.

주소의 길은 가도 가도 나타나지 않는 깊은 산 이었고

누구에게 홀린듯 오도가도 못하는 산 길에서 다시 전화를 했다.


도대체 집이 어디야. 조금만 더 들어오시면 저수지가 보일거에요

그 저수지를 끼고 돌아서 그 길로 쭈욱 들어오시면 돼요.

다시 돌아갈까 도무지 집이라곤 있을리 없는 좁은 산길이었다.

저수지가 나타나고 저수지를 끼고 돌아 한참이나 더 들어갔다.

콘테이너를 이어 붙인 듯 길다란 집 한채가 나타났다.


차를 세우고 아이를 불렀다.

하얗고 멀쑥한 아이가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다.

집 안으로 안내를 하는 아이를 따라 들어갔다.

거실같은 곳엔 길다란 좌식 테이블이 있었고 주방에는 올백으로 머리를 묶은 아주머니가

손에 물기를 털며 나를 향해 환하게 인사를 했다.


여기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아이가 스무살이라고 했는데 엄마라고 하기에 여자의 나이가 많았다.

아이의 엄마 같지는 않은데 엄마라고 불렸다. 그리고 나타난 남자의 차림은 섬뜻했다.

하얀 위 아래 옷을 한복처럼 입고, 하얀 머리를 틀어올린 나이가 지긋한 남자였다.

긴 테이블에서 앉은채로 인사를 했다.


자초지종을 듣고 싶었지만 찻물을 끓여서 차를 내는 남자를 대각선으로 해서

네 사람아 주섬주섬 앉았다. 아이는 내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올백 머리의 여자는 맞은편 아이옆에 앉았다.

놀라셨죠. 여기는 그냥 사람사는 곳입니다.

저희가 이 아이와 인연이 되어서 이렇게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는 가끔씩 연락이 되었다가 안되었다가 하는 아이.

자신의 엄마는 무당이라고 했다.

잡신들이 엄마의 몸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해서 엄마의 몸이 좋지않다고 했다.

지금 아이는 지인이리고 하는 흰 옷을 입은 남자집에서 지내는것 같다.

엄마는 가끔씩 와서 한 달 정도를 지내다 다시 돌아간다고 했다.


아이는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을씨년스러운 겨울에 나는 무슨 신이 내려서

이 깊고 깊은 산속에 앉아있는 것일까.

아이는 지금쯤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Anyway,

아이는 세상에서 어떤 빛으로 살아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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