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잔에 담긴 커피가 단숨에 그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투박하게, 그러나 누가 들을까 조심스럽게 커피잔을 내려놓은 겐트.
아무에게도 인식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주변으로 물 밀듯 차오르던 생각들이
노트북 화면으로 빨려나가자,
잠겨 있던 그의 귀가 열리며 주위 소리가 서서히 스며들었다.
트덕트덕.
철판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같은 대화 소리가 귀를 찔렀다.
그들의 말은 바닥에 부딪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리곤 연기처럼 떠올라,
구름이 되어 겐트의 주변을 유유히 맴돌았다.
그들이 단편적으로 쏟아내는 말들 사이에서,
눈을 감으면 그들의 인생이 영화처럼 상영되었다.
원치 않았다.
여자친구가 자신의 어설픔을 지적하며 헤어지자고 하는 현관.
문을 열고 들어선 앞사람이 도망치듯 가버려
닫히는 문에 부딪혔던 입구.
설거지를 하던 엄마와 소리치며 싸우던 부엌.
퇴근하는 남편의 지겹디 지겨운, 우울한 표정.
그들의 불편한 부분, 괴로움, 걱정, 그리고 즐거움.
그 모든 것들이 공기 속에 섞여 떠돌았다.
그들의 말은 혼자가 아니라는 안심과 함께,
주말 아침 듣기 싫은 이웃의 드릴 소리처럼 귀를 파고들었다.
당연한 듯 흘러나와, 확실하게 단어에 붙어 박히는 감정들.
그것이야말로 겐트가 열망했던 것들이었다.
⸻
좋다는 건 무엇일까?
밥은 굶어도 하루도 거르지 못하는 커피를 좋아하는 것일까?
커피를 마시면서 기쁨을 느끼는 것은 아니었다.
커피를 매일같이 마시는 자신이 좋은 것도 아니었다.
싫음보다는 높고, 좋음보다는 낮은 그 어딘가.
얼마쯤 싫어하지 않아야 “좋다”라고 할 수 있을까?
얼마나 미워해야 정말 “미운 것”이 되는 걸까?
말로 해버리면, 단어에 묶여 그대로 박혀버리는 것이
그는 몸서리치도록 싫었다.
⸻
검은 것이 그의 배를 비틀었다.
텅 비어 뒤틀리는 배, 차가운 몸.
집으로 돌아가 따뜻한 음식과 부드러운 이불속에 파묻히고 싶었다.
그러나.
고르지 못한 숨이,
텅 비어 뒤틀리는 배가,
한기에 떨리는 몸이,
그가 살아 있다는 증거였다.
오늘 밤 안에 반드시,
기어코 모든 것을 옮겨 적어야 했다.
밥과 온기에 굴복하는 순간,
그는 또다시 검은 것에 집어삼켜질 것이었다.
물에 잠겨 익사당할 것처럼,
밀려 나오는 생각들.
그것이 바로 나였다.
⸻
앎을 알 수 없고,
모름을 모를 때.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감정만이,
확실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