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Blackflow

by 잊숙

이른 저녁,

사람들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 우주선이 조용히 지구의 한 시골 마을에 착륙했다.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었다.


쇳소리를 내며 숨을 몰아쉰 겐트는 가방을 챙겨 우주선 밖으로 나섰다.

그가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카페를 향해 걸었다.


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그의 발걸음이 빨라질수록,

누군가 당장이라도 그의 뒷덜미를 붙잡을 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


무언가 그의 뒷덜미를 낚아채기 직전,

그는 간신히 문 손잡이를 쥘 수 있었다.

다급하게 문을 열어젖힌 그는 뛰어들 듯 카페 안으로 몸을 던졌다.


놀란 눈의 점원과 시선을 마주쳤다.

그는 본능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의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커피를 주문한 그는

창밖을 바라보는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숨 쉬는 법을 다시 배우듯,

그는 가만히 앉아 있었다.


머리와 목구멍에서 단어들이 터질 듯이 밀려 올라왔다.

숨이 막혀왔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노트북을 켜고

넘쳐나는 단어들을 옮겨 적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미친 듯이 움직였다.

그러나,

쏟아지는 단어들의 속도를 따라잡기엔 너무 느렸다.


할 수만 있다면,

그의 머리 뚜껑을 열어 노트북 화면에 쏟아붓고 싶었다.


터져 나오는 글들은 노트북으로 옮겨지다 못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역류하는 맨홀처럼.

그의 주위로 단어와 생각들이 흘러넘쳐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목을 길게 뻗어,

차오르는 생각들 틈에서 간신히 숨을 쉬었다.


여전히,

그의 손가락은 미친 듯이 움직이며

어떻게든 그 모든 생각을 옮겨 적으려 하고 있었다.


그의 노트북이 유일한 배수구였다.


그의 손가락이 오타라도 낸다면,

겨우 수위를 유지하고 있는 생각들에 그는 파묻혀 익사할 것이었다.


얼마간 버티던 손가락이 삐끗거리며 자판에서 멈추었을 때,

그는 순식간에 잠겨버렸다.


공기 방울이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괴로움 속에서 허우적대던 그의 팔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그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



겐트가 검은 것의 가죽에 뒤집어씌워진 채,

그것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때.


그의 목소리와 열망은 순간의 빛처럼 반짝이며 스쳐 지나갔다.

그의 분노와 고통 섞인 몸부림은

평범한 일상 사이사이,

불청객처럼 불쑥 튀어나왔다.


그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때.

그가 사랑스러운 연인과 함께할 때.

그가 밥을 먹을 때.

그가 길을 걸을 때.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는 갑자기 경련하듯 몸을 떨었고,

평온한 일상은 짧고도 거친 발작에 찢겨 나갔다.


찢긴 가죽 사이로, 그의 하얀 손가락이 튀어나와 더듬거리며

밖을 향해 손을 뻗으려 하였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것은 충격적이고,

기괴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검은 것은 그를 완전히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영악한 검은 것은 숙주가 숨이 넘어갈 것을 우려해

가끔은 숨구멍을 열어주었다.


그는 선택해야 했다.


작은 숨구멍에 만족하며,

천천히 질식할 것인가.


아니면,

틈을 벌려 밖으로 뛰쳐나올 것인가.


어느 쪽도,

그에게는 괴로운 선택이었다.



그가 카페에서 조용히 눈을 떴을 때,

수평선과 바다는 같은 색으로 물들어

구분할 수 없었다.


하얀 노트북 화면에는

그가 두드려 옮겨 박혀있는 글자들과

깜빡이는 커서가

그의 다음 행동을 말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배는 그의 영혼만큼이나 비어 있었고,

몸은 출렁이는 바닷물처럼 차가웠다.


그러나,

그는 살아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그는 살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