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In the Belly of the Black

by 잊숙

집어삼켜진 낙원에서의 수년

겐트의 책상에 일거리가 높게 쌓여 이룬 산이 세 개째가 되었을 때,

그의 유능함이 더는 특별하게 여겨지지 않을 때, 겐트의 눈빛은 점점 검게 바래가고 있었다.

검은 것과 닮아가고 있었다.


고철이 뒤틀려 휘어지는 듯한 소리. 그것이 기쁨에 겨워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피곤에 찌든 그의 몸은 스트레스로 차올랐지만, 그의 영혼은 검은 것의 양분이 되어 앙상하게 말라갔다.

그가 검은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혹은 그 자신을 위해 무엇도 시도할 용기조차 내지 못할 때,


그의 연인, 로이스 레인은 온전한 그의 빛이었다.


퇴근 후 그녀와 함께하는 짧은 산책. 식탁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대화.

그 순간만큼은, 그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그러나 인생의 괴로움은 그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각자의 고통을 견디고 있었다.

로이스가 그를 위해 버텨 주었을 때, 그는 그녀를 위해 버텨 주지 못했다.


잦아지는 다툼. 그것들이 또 다른 일거리처럼 그의 책상 위에 쌓여 갈 때,

그는 선택을 해야 했다.


그는 이미 회사에서 야근을 하며, 하루를 빼 수업을 몰아 들어 학점을 채우고, 퇴근 후에는 운동을 했고,

업무시작 전 새벽과 운동을 마친 깊은 밤에는 잠들기 전까지 강의를 들으며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는 책임과 의무로 가득 찬 하루를 살았다. 날짜가 바뀌는 것만이,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언제부턴가 그의 하루는 끝나지 않았다. 그저 계속, 이어질 뿐이었다.


삶은 마치 달리기와 같았다. 숨이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간신히 호흡을 조절하며 허덕이고 있었다.

한순간이라도 발을 멈추면, 그의 두 다리가 끊어져 다시 뛰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그는 매일을 뛰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새벽에 일어나는 것에 실패했을 때,

혹은 퇴근 후 주어진 공부량을 채우지 못했을 때,


달리는 순간보다 더 괴로운 죄책감이 그를 내몰았다.


검은 것은 자비로운 듯했다.

그러나 한 번 그의 몸을 차지하자, 무서운 속도로 몰아갔다.

두 번 다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듯, 그가 생각할 시간을 단 1초도 남겨주지 않았다.


그가 멈출 때면, 그의 머릿속을 지배해 죄책감으로 그를 채찍질했다.

숨이 터져버릴 듯 달리거나, 쓰러져 채찍질을 견디거나.

그것이 그의 하루였다.


이제 그는 더는 아무것도 짊어질 수 없었다.

그가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은 이미 모두 내려놓았다. 이제 남은 것이라곤, 넥타이를 매지 않는 것 정도.


그는 쉽게 버릴 수 없는 것들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그가 그의 미래라고 착각하는 것과, 연인 중 하나를.


그가 가족과 가까운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려 할 때마다, 검은 것은 몇 번이고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겐트 또한 자신이 없었다. 그는 한 번도 온전한 자신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찢어지고 구멍투성이의, 보잘것없는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 두려웠다.


검은 것의 주변엔 많은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겐트, 그 자신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그가 문득,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맙소사. 그는 공포와 좌절감에 떨었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그는 이미 검은 것의 살가죽이 뒤집어씌워진 인형에 불과했다.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들조차도,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리라.

그의 괴로운 외침과 울부짖음이 들릴 리 없었다.

이미 검은 것은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온갖 달콤한 말들로 그들을 사로잡은 상태였다.


그의 인생 자체가 그것에게 집어삼켜진 것이었다.


그것의 배속에서, 그는 그렇게 천천히 죽어갔다.


아니, 소화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