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 - 2

by 잊숙

피 섞인 호흡을 몰아쉰다. 뜨거운 숨이 식을 새 없이 이어지고, 그것의 발걸음이 마치 방향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점점 나를 향해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덩굴에서 내려와 뛰기 시작했다.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생각할 겨를 없이 달렸다. 벽이 지나가고 똑같은 풍경이 반복됐다. 처음 보는 길인데, 이전에 지나간 적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계속 도망치고 있었다.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되레 더 분명해졌다. 발자국보다 반 박자 빠른, 가까워지는 기척. 나는 다시 덩굴을 밟고 올라섰다. 안개가 차오르기 시작한 벽 너머, 아무도 없었다.


그들. 허공을 응시하던 사람들. 미소가 걸려 있었던 존재들은 모두 사라져 있었다.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게. 더욱 소름끼치는 것은, 그 존재들과 함께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듯 조용해져 있었다는 사실이다.


나는 숨소리마저 조심하며 벽 아래로 내려왔다. 몸을 웅크린 채 걷기 시작했다. 걷고, 미끄러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미로의 모서리를 돌았을 때


그것은 내 눈앞에 있었다.


너무 자연스럽게. 벽과 벽 사이, 덩굴이 감긴 그림자 속에서 그것이 나타났다. 멀지 않은 거리. 그것은 마치 거울을 보듯 벽을 응시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은 표정. 입꼬리가 정확하게 올라간, 사람 얼굴에 걸린 미소. 하지만 그 미소는 무언가를 숨기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것도 감추지 않는 얼굴이었다.


나는 벽에 기대, 가까스로 입을 틀어막은 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신발에 미끄러지는 흙알갱이 소리와 그것의 기괴한 소리가 어울려 퍼졌다.


이내 그 소리는 점점 형태를 갖추더니 익숙한 문장으로 변했다.


“죄ㅗㅅㅇ”

“죄소ㅇㅏㅂ니ㅏ”


그것은 분명 사람의 말을 내뱉고 있었다. 소리가 그 형태를 갖추어 가는 과정 자체가 더욱 끔찍하였다. 형태를 이루어가는 기괴한 소리는 벽 곳곳에 숨어 있던 또 다른 그것들을 자극한 듯했다. 고요하던 미로 속에서, 소리가 주고받듯 이곳저곳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그 울림들은 쉴 새 없이 나의 고막에 찔려 박혔고, 머리는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는 고열에 나는 비명을 질렀고


그 순간, 무언가가 ‘툭’ 하고 나의 옆에 떨어졌다.


지난밤 급하게 올린 결재서류. 그것은 어떤 결재도 받지 못한 채, 어린 시절 학습지를 떠올리게 하는 형상으로 올려져 있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애써 미소 짓고 있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