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 - 1

by 잊숙

“정말… 이 집 말고는 없어요?”


“아유, 그렇다니까!

이 더운 날에 늙은이 데리고 이만큼 고생시켰으면 됐지.

이제는 더 보여주고 싶어도, 보여줄 방도 없으니까 알아서 하쇼.”


“참나, 그 돈으로 이만큼 돌아준 사람도 나밖에는 없을 거요. 아이고…”


나이보다 훨씬 지긋해 보이는 표정으로 너스레를 떠는 중개인과,

현관문을 번갈아 보던 나는 결국 한숨을 쉬고 말았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얼마 남지 않은 잔고를 확인했다.

잠시 동안 아무 말도 없이 서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이 작은 공장을 운영하시는 집의 아들인 나는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이제 정말 나 혼자 살아볼게요.”

그렇게 큰소리를 치며 서울로 향해왔다.


하지만 정작

내 몸 하나 뉘일 공간조차

제 힘으로는 구할 수 없다는 현실 앞에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모텔방.

고시원.

찜질방.


이제는 내 것이 아니더라도

‘정해진 곳’에서 출근하고

‘정해진 곳’으로 퇴근하고 싶었다.

그 단순한 일상이, 간절했다.


그래서 이곳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서울 외곽의 반지하.

창문은 철판으로 막혀 있고

습기 찬 공기가 벽지에 눌어붙은 방.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제는 이곳이

나의 하루를 시작하고 끝낼

유일한 장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