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 - 4

by 잊숙

형광등이 깜빡이는 일이 잦아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루에 한두 번.

그러다 이틀, 사흘 뒤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찰나의 깜빡임이 반복되었다.


‘전구 수명이 다 된 건가.’

처음엔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 깜빡임은

갈수록 나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특히 ‘내가 무언가를 보려고 할 때면’

언제나 타이밍이 절묘했다.

우연이라기엔 이상할 만큼 정확하게.


밖에서 돌아와

현관문을 열고 방안을 응시할 때.


옷을 갈아입으며

무심코 거울을 보다 방구석에 시선이 닿을 때.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다가 문득 눈을 들어 주변을 볼 때.


그 순간마다,

형광등은

살짝, 깜빡였다.


마치, 나의 시선 밖 무언가를 숨기려는 듯.


“요새 지훈 씨 눈빛이 좀 이상하지 않아?”

“항상 피곤하고… 사람이 너무 어두워졌던데.

가끔 보면 좀 무섭다니까.”


내가 다가가면

짐짓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급히 사그라드는 목소리들처럼,


형광등은 깜빡이고 나면

짐짓 모른 척,

“지이잉—”

울음소리를 내며 무심한 얼굴을 했다.


그 점이 더 소름 끼쳤다.


한 번은,

형광등이 깜빡이던 그 찰나—

빛이 사라지던 순간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정확히 말하면,

천장 모서리.


그늘이 지지 않아야 할 그곳에

어딘가 움푹 파인 **‘어둠’**이 보였던 것 같다.


내가 다시 고개를 들어 바라봤을 땐

그 무언가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나는 형광등을 끄고

급히 창문을 열었다.


밖은 어두웠고,

철판에 가려진 창문 틈엔

야속하리만큼 가로등 불빛 하나 들어오지 못했다.


창문을 등지고

미끄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은 나는

한동안 조용히 방안을 바라보았다.


백색 불빛이 사라진 방 안은

확실히 어두웠다.


하지만

방 안 구석 어딘가.


그 어둠은

내가 아는 밤의 어둠색이 아니었다.


무언가.

아… 무언가.


나는 그 어둠을

지긋이 바라보며

자세히 보려고 했다.


그때였다.


꿈틀.


온몸의 피가 식는 느낌과 함께

소름이 척수를 관통해

머리를 향해 내달렸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재빨리 스위치를 찾아 형광등을 켰다.


찰칵.


방 안은 다시 익숙한 백색으로 돌아왔다.


가라앉았던 공기는

다시 마른 먼지처럼 가벼워졌고,

구석구석, 모든 그림자가 사라졌다.


나는 느껴지는 한기에

이불을 쓸어 담고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아도

형광등의 지잉— 울음소리는

빈틈을 비집고

내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골수를 울리는 것 같았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형광등이 나를 ‘내려다본다’.


형광등이 줄곧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


그날 밤,

나는 불을 켠 채로

버티다 잠에 들었다.


그리고—


한밤중.

느껴지는 오한에

졸린 눈을 깜빡이며 깨어났다.


아니.

깜빡이는 건

내 눈이 아니라…


형광등이었다.


그리고,

나는 느꼈다.


누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