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광등을 끌 수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불을 켜놓은 채 잠을 청하려 애썼다.
하지만 졸음이 겨우 눈꺼풀을 덮으려 하면,
꼭 그때 형광등이 깜빡였다.
형광등을 끌 수 없었다.
빛이 꺼지면, 가려져 있던 무언가가
그 틈 사이로 기어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끌 수 없었다.
잠들 수 없었다.
잠을 거의 못 자다시피 하고 회사에 나가
정상적으로 일을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지훈 씨, 요즘 뭘 하고 다니길래 그렇게 피곤해?
연애라도 해? 뭐 하든 잠은 좀 자가면서 해.
회사에서 자는 건 좀 아니잖아.”
“죄송합니다, 팀장님…”
처음엔 “괜찮냐”던 사람들도,
이제는 나의 태도와 성실성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에도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
집 앞 카페 마감 시간까지 버텼다.
어떻게든 형광등과 마주치는 시간을 늦추기 위해서.
하지만 결국 돌아가야만 했다.
형광등의 빛은 점점 날카로워졌다.
그 백색은 피곤한 나의 눈꺼풀을
칼날처럼 베어내는 것 같았다.
둥그런 조명은 이제 단순한 전등이 아니라,
내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는 눈동자처럼 느껴졌다.
나는 점점 날카로워졌고,
작은 소음에도, 사소한 빛에도
몸이 경련하듯 반응했다.
백색빛이 피부에 닿으면
살이 따끔거릴 정도였다.
형광등은 더 자주, 더 빠르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 깜빡임은 너무 짧아서
마치 내 눈이 피로에 못 이겨
순간 감겼던 건 아닌지 헷갈릴 정도였다.
하지만 문제는,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방 안의 풍경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달라졌다는 것이다.
벽지의 얼룩이 더 짙어져 있고,
구석에 둔 가방의 위치가 어딘가 달라 보이고,
책상 위 컵의 손잡이가 다른 방향을 향해 있었다.
내 시야가 의심스러워졌다.
피로가 눈꺼풀을 짓누르고,
잠은 머리카락 끝에서 미끄러지듯 도망쳤다.
낮에도, 밤에도
형광등은 나를 밝히고
나는 형광등을 감시했다.
내가 눈을 감으면 형광등은 깜빡였고,
형광등이 깜빡일 때마다
무언가가 그 찰나에 스며들었다.
처음엔 기척이었다.
시야 끄트머리에서 무언가가 툭… 툭…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윽고
희끄무레한 얼룩이 벽지에 맺혔다.
길고 얇은 다리 같은 선이 뻗어나가고,
내 시선이 다가가기 직전이면
몸을 틀어 움츠러들었다.
나는 자꾸 눈을 비볐다.
눈은 점점 더 건조해졌고,
충혈된 채 시커멓게 꺼져만 갔다.
그 어둠이 자꾸만 눈에 적셔지는 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 주말 아침,
나는 참지 못하고
주인 할아버지 집의 초인종을 거의 부수듯 두드렸다.
문이 열렸다.
잠에서 덜 깬 얼굴로 짜증을 머금은 노인이 나타났다.
“그래서 부서지겠어? 뭔 일인가, 아침부터.”
“하… 할아버지… 형… 형광등… 갈아야 할 것 같아요…”
“자네 눈이… 그래, 형광등이 문제라고??
같이 가봄세.”
숨을 헐떡이며 말까지 더듬는 내 모습을 보며
할아버지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내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