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인의 연애담 (1)
남편과는 예전 직장에서 만났다.
같은 부서이긴 했지만, 팀도 다르고 하는 업무도 달라 접점이 없어 친해질 계기가 없었다.
평소 그는 무뚝뚝해보였고, 유독 상사들의 꼰대스러움을 참지 못하는 성격인 것 같았다.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인상만으로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을 느꼈다.
그러다가 어느날,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둘 다 여행을 좋아하고 인문과 역사와 미술에 관심이 많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특히 그는 대학생 때 공부와 취업 준비만 해서 오히려 어릴 때 다양한 경험을 못해봤다고
첫 직장을 그만두고 유럽일주를 할 정도로 여행에 진심이었는데, 내 로망을 실현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나도 대학생 때 유럽 배낭여행을 해봐서 여행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가는줄 모르고
생각보다 재밌는 사람이었네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남편이 먼저 퇴사하고, 자격증 시험과 이직 준비를 한다고 몇개월 동안 연락이 끊긴 적이 있었다.
취향이나 취미가 잘 맞는 사람이었는데 새삼 아쉬웠지만 그냥 스쳐 지나갈 인연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그 해 겨울을 앞두고 그가 이직했다며 연락을 했고,
그렇게 나는 냉큼 미끼를 물어버렸고 우리는 연애를 하게 되었다.
우리의 연애도 보통 연인들과 다를 것 없이 평범했지만,
특이점을 한가지 꼽자면 연애 초기에는 목소리 크기 때문에 다툰 적이 많았다.
대화를 할 때마다 남편이 목소리를 낮춰달라고 몇 번 얘기했는데 기분이 상한 적이 많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조용한 카페에서 눈치없게 크게 떠든적도 없고,
집에서는 기본적으로 생활 방음이 될텐데 항상 목소리를 낮추라고 하는 것에 노이로제가 걸렸다.
평소 내 목소리가 크다고 생각을 해본적도 없고, 주변인들로부터 그런 말을 들어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변인과 가족들은 내가 기분이 상할까봐 배려하는 마음에서 오히려 말을 아낀 것 같다.
당연히 건청인들도 그렇겠지만, 흥분하면 특히나 목소리가 커지는 편인데,
난청인은 자기 목소리의 크기를 객관적으로 인지하기가 어려워 주변에 민폐가 된다는 것을 잘 모른다.
주변에서 나를 쳐다보거나 뭔가 눈치를 줄 때 그때서야 '아 지금 내 목소리가 크구나'라고 인지할 수 있다.
처음에는 나와의 대화에 집중하는 것 보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고
자유를 제한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단순 목소리가 커서가 아니라 어눌한 발음으로 인해 내가 말하는게 창피한건지 생각한 적도 있다.
남편은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주는 것은 아닌지 병적으로 의심하는 경향이 있고,
매사에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다.
남편은 매너에 대한 기준이 높은 편이라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했을 때 '이 정도면 괜찮은데? 피해 안가는데?' 할지라도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고민하며 걱정하는 편이다.
또한 청력이 예민해 주변에 의심스러운 소음이 있으면 항상 소음의 실체를 확인하고자 하고,
혹시 폭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것 같다.
내가 남편에게 '너무 예민한거 아니야?'라고 하면
남편은 '요즘 사람들은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라고 대꾸한다.
하여간 청력이 손상된 여자와 청력에 예민한 남자가 만나다 보니 초반에 이런 저런 다툼이 있었지만,
많은 싸움과 대화와 이해 끝에 서로의 기준을 인정하고 합의점을 찾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