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지금은-.
비오는 날을 정말 싫어하는데. 예외적으로 경희궁, 광화문, 을지로에 있을 때는 허용!
물방울이 스치는 것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길이다.
이렇게 감사하게도 행복한 날에는,
꼭 필요한 고민과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취준생이 아닌 기술자"가 되기로 했다.
어떤 이들에게는 비현실적이기도 하고, 무책임한 다짐으로 들릴 수도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를 지원해주는 어른들이 있고, 안전한 환경에 머문다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니다.
하지만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것이 나에게 어떤 독이 되는지 깨달았다.
. . .
네이버 부스트캠프에 참여하며 실력은 자신 없어도, 몰입에 대한 자신감은 가득했다. 작년에 누구보다 소중한 경험과 태도를 얻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알던 나의 에너지와 추진력이 부스트캠프 동안에는 나오지 않았다. 무모하게 일을 질러놓고 그것을 해내는 도전이라든가, 새로운 것에 대해 일단 부딪히고 고통받고 다시 일어나는 묘한 짜릿함이라든가. 그런 순간들 속에서 빛나던 강점이 나오지 않았다.
환경이 문제인가, 내면의 문제인가?
후자로 결론 내렸다. 같은 환경에 있음에도 실천한 사람들이 있다.
부스트캠프가 취업의 한 단계이자 도구로 생각하니 나만의 고유한 시각보다는 타인을 따라가기에 바빴다.
꿈을 잃어버렸다. 왜 개발을 하고,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인지?
취업이 목적지가 되는 것은 위의 질문들을 잊게 한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꿈에 집중하자.
고통스러우면서도 나는 왜 이 과정을 버티고 있는가?
어떤 것들이 나를 설레게 하는가?
내가 들어가고 싶은 회사에 나를 맞춰서 가기보다, 이 사람 미친 거 아니야?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김종민 개발자님의 '일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읽어보면,
그가 구글에 입사했다는 사실보다는 일에 대한 그의 사랑이 드러난다.
취업은 내가 좋아하는 일과, 이것을 어떠한 성과로써 기여할 수 있는 교집합이 생겼을 때(그리고 몇 가지 여러 추가적인 조건들이 맞았을 때.. ㅋㅋ)
의 '현상'인 것이지, '목표'는 아니다.
이건 취업에는 조금 과한 공부인 것 같은데?
이건 당장은 안 배워도 되는 것인데? 같은 것은 생각 안할래.
그런 한계에 나를 가두고 싶지 않다.
그것이 너무 과해질 때, 또는 성장에 방해가 되는 수준에 이르렀을 때 제어할 수 있는 외적인 장치들이 부스트캠프에는 너무나도 잘 되어있다. 멘토님들과 피어들의 지속적인 피드백이 있으니까. 그전까지는 마음껏 헤엄치고 다녀도 된다.
중요한 건, 내가 정말 궁금한 것. 공부하고 싶은 것.
순수한 궁금증에 귀기울이고 미친 사람처럼 즐기며 파고드는 것이다.
. . .
'감자 선언문�'이라는 내 회고이자 다짐문을 올린 후에 부스트캠프 내부에 유행처럼 돌기도 했다.
막상 작성자인 나는 멤버십 과정 3주차 쯤에서야 스스로의 엄청난 거짓말을 잡아내고야 말았다.
감자 선언문은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것에만 집중하자. 배경이 다르고 실력의 출발점이 다른 이들과 비교하지 말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내가 힘들었던 원인은 화려한 실력을 가진 타인보다 기초적인 것을 하는 내 상황이 아니었다.
필요한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음에도 200% 온힘을 다해 실천하지 않는 내 태도였다.
'타인과의 비교'는 나의 태도를 탓하는 대신,
슬픈 내 감정을 조금은 덜 창피하게 포장할 수 있는 좋은 핑계가 되어주었다.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기도, 그것이 자신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를 잘 속이고 가두는. 외면하고픈 부분을 포장해주는. 방어 기제가 되기도 한다.
회고도 좋지만. 겉으로 드러나고 '평가할' 수 있는 부분들에도 집중해보자. 피드백도 소중하게 기억해보고.
거울만 보지 말고. 타인의 눈을 빌려서 나를 주기적으로 돌아보자.
언젠가 내 블로그에 이런 말을 쓴 적이 있는 것 같다.
"휴식과 안정은 중독이다..."
꽤 위험한 말이다. 누군가의 가치관을 의심하는 표현일 수도 있으니깐. 하지만 동시에 동의를 구하는 말은 아니다. 내가 지향하는 삶에서는 필요한 말이다.
난 변화를 추구한다. 내가 존경하는 학회 선배가 표현한 '벽돌 쌓기'처럼,
한 순간의 큰 무언가를 얻지 못해도. 매일 하나의 벽돌을 쌓고 발전해야 행복한 사람이다.
새로운 것에, 낯설고 불편한 것을 마주하는 것에 있어서
"쉽게" 놓아버리고 회피해버리는 것의 파급력이 나에게 꽤 크다.
"이건 다음에..."를 용인하는 1번이,
그 다음 10번의 포기를 쉽게 만들어 준다.
부스트캠프 멤버십에 와서는 그 1번이 참 많아진 것 같다.
그동안 너무 고생했으니까, 힘들만했으니까, 같은 말들이 나를 휴식과 안정에 중독되게 했다.
남은 기간에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하고, 찾아가는 그런 용기는 다 어디갔을까? 내 강점을 되찾아야 한다. 애매하게 약점이 적은 사람보다. 강점과 정체성이 확실한 사람이 되자.
그리고 취업을 생각하기 이전에,
진짜 내가 갖고 싶은 내 능력과 기술이 무엇인지 설명할 줄 알고,
갖추는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