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잘못된 선택만 내리고 살아오는 것 같지
5월 4일, 햇살이 기분 좋게 내리고 사람들이 사랑하는 연인들과 모여 어딜 가든 사람들의 미소를 볼 수 있는 날이다.
나는 지금 용산의 한 카페에서 billie eilish의 listen before i go라는 곡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어떤 성격 장애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고 한다.
1.'나 지금 힘들어, 내 말 좀 들어줘'라고 말하며 다른 이의 감정적 에너지를 갈취하는 유형
2. 자신이 거쳐온 그 절망의 골짜기를 사람들에게 현명하게 지나가는 법을 알려주는 유형, 다시 말하자면 다른 사람들에게 힘든 그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은 1번 유형인 것 같다.
오늘 아침에는 11이 정각에 눈을 뜨고, 눈을 뜨자마자 '시대를 초월한 마음'이라는 곡을 피아노로 치고, 샤워를 하고, 용산역을 향하는 버스를 탔다가 노트북을 놔두고 온 것을 집 앞에서 깨닫고 다시 집에 들렀다가 나왔다.
버스를 타고 오는 길에 '스턴트맨'이라는 영화를 예매했는데, 막상 카페에 오고 나니 보기가 싫어져서 취소하고 그 돈으로 이 앞에 있는 서브웨이에 가서 맛있는 빵이나 먹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유튜브에 billie eilish를 치면 소년심판의 한 장면이 나오는데, 한 소녀가 이런 말을 한다.
"왜 이렇게 내 인생은 x 같아요, 나도 정신 차리고 살고 싶은데, 벗어날 수가 없어요"
외부의 상황이 날 옥죄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내가 만든 감옥에 갇힌 느낌이다.
그 감옥은 지난 27년 동안 천천히 지어질 때도, 무너질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나니 나는 감옥밖에서 감옥을 지은게 아니고 감옥 안에서 감옥을 만들고 있었다.
내가 만들었기에, 불만 켜져 있으면 언제든지 감옥을 벗어날 수 있지만, 불이 꺼지면 나는 창살에 부딪히길 반복한다.
저 노래를 듣고 있으면... 다른 의미로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것.
나는 여러 가지 후회를 하며 살아가고, 그 후회는 나날이 쌓여간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날에는 후회가 더 많아지며, 혼자 사는 날에는 고독과 외로움으로 하루가 힘들지만, 잠자리에 들 때에는 크게 후회가 남지 않는다.
요새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youtube로 "결혼 나이, 32살 석사 취업, 해외 취업, 개발자 적성..."같은 여러 가지 검색어를 남발하다가 결국 ASMR을 들으며 잠자리에 든다.
한 친구는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결혼 나이 평균이 35살이고, 우리는 아직 30살이 되지도 않았는데 무슨 걱정을 그리 하냐, 너는 더하기를 알려주면 더하기를 하면 되는데 미적분, 거듭제곱 같은 것까지 생각하는 것 같다"
맞는 말이다. 나는 잔걱정이 많고, 일어나지 않은 일, 어쩌면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까지 상상하며 살아간다.
마음을 비우는 것이 나에게는 제일 어렵다.
내가 마음을 비우는 때는, 하루에 단 5분 정도가 되는 것 같다.
집 근처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큰 저수지가 하나 나오는데, 밤에 그 저수지를 보면 마음이 잔잔하고 차분해진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내가 왜 이런 글을 쓰고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른 일을 할 때보다 글을 쓸 때 내가 좀 더 행복하니까, 이다.
그래서 이번에 쓴 글은 정말 두서가 없고 내용이 이리가고 저리 가고 할 것이다.
마무리는,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생각을 나열하며 끝내볼까 한다.
나는, 지금은 불안하다.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석사진학을 목표로 살아가지만, 해당 분야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하며 불안해하며
남들은 지금 취업해서 잘 살고 있고, 어떤 친구는 결혼준비까지 해가는데 나는 통장에 있는 몇십만 원 잔고가 내 전부인 것이 불안하다.
내가 앞으로 연애를 못할 것 같아 불안하기도 하다. 아마 이 부분이 가장 큰 부분일지도?
나는 장기연애를 하다가 헤어졌으며, 헤어짐의 원인은 나라는 인간 그 자체였다.
이별을 맞이하고 나서, 나는 여러 번의 소개팅을 해봤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고,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은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했다.
나는 내 외모, 스펙 탓을 하기 시작했으며 다른 사람과 나의 벌어진 간극을 두 번 다시 못 따라잡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 불안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에는 이 불안함에 파묻혀서 살았다면 이제는 그 불안함이 내 감정의 일부임을 받아들이고 다른 감정과 어우려 저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된 것.
뭐 내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모든 감정을 다스릴 줄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이걸 버텨내는 방법은 영화를 보거나, 글을 쓰거나, 홀로 한강에 가서 멍을 때리거나, 그저 단순히 버텨내는 것이다.
이 글은 마치 일기처럼 내 감정을 전부 쏟아낸 글이니, 혹시 이 글을 보신다면 그저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하는구나, 해줬으면 한다.
아무 생각안해주면 오히려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