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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인턴 일기(난 똥멍청이인가?)

데이터 전처리만 붙잡고 두 달 걸렸어요(심지어 아직도 ing....)

by 베드로

전국의 여러 대학원생 분들, 인턴 여러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의료영상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는 연구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는 xxx입니다.


처음 이 연구실에서 일을 하게 된 건 2월이었어요.


처음에는 다 좋았죠, 물론 지금도 썩 나쁘진 않아요..


처음에 교수님은 데이터 전처리 과정부터 차근차근 배워가보자,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데이터 전처리 파이프라인과 데이터에 대해서 공부했고 이제 남들보다 쪼금? 그 분야에 대해서 알게 되었네요. (근데 남들은 2주면 할 일은 저 혼자 2달 넘게 붙잡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쉘 스크립트로 데이터 전처리 명령어를 입력하고, 코드를 터미널로 실행시켰는데, 결과는 절망적이었어요.


데이터 전처리 소프트웨어의 공식문서에 의하면 램을 8GB 정도 할당하고, CPU는 8 코어로 실행하면 1~2시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했는데 웬걸, 3시간, 4시간... 심지어는 하루가 지나도 제 데이터전처리는 끝날 기미가 안보였어요.


얼마나 지났을까, 데이터전처리가 끝났다는 메시지가 뜨고 드디어 이 뻘짓 막일도 끝이다라는 생각을 할 무렵, 어림도 없지 역시 에러라는 새끼가 따라왔네요.


정말 입에서 온갖 욕이 다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연구실에 아무도 없었으면 정말 다 때려부셨을 것 같아요.


"X발 이 X같은 데이터는 왜 안돼는거야, 돌리는 데도 개오래걸리는데 하...tlqkf..."


교수님은 데이터 전처리 원리를 공부하고 여러 가지 옵션들을 공부해 보자고 하셨는데,


전 솔직히 지금 잘 모르겠어요.


그런 옵션들을 공부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실제로 그 옵션이 제 데이터에 잘 적용되는지를 봐야 하는데, 아무 옵션을 안 넣어도 빌어먹을 에러는 발생하고,


전 그래서 근 2~3주 동안 에러만 건드리고, 데이터 전처리만 돌리다가 시간이 다 지나갔어요.


저는 잘은 모르지만 연구의 과정은 데이터 전처리 -> 데이터 분석 -> feature를 추출하고 해당 feature로 학습하는 인공지능 모델 생성 -> 훈련 -> 검증 ->테스트라고 생각했는데, 데이터 전처리 과정에만 두 달 가까이 걸리는 모습을 보니 정말... 할 말이 없었어요.


여러 관련 논문들은 보면 데이터 전처리 과정은 아무것도 아니고, 데이터의 특성을 추출하고, 해당 특성이 의미가 있는 특성일지를 분석하고, 인공지능 모델을 만드는 것이 주목적인데, 전 데이터를 가공하는 데에만 이렇게 시간을 오래 쓰는 게 맞는가 하는 좌절감이 들더라고요.


지금도 글을 쓰는 와중에 터미널에서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혹시...? 이번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괜히 드네요.


스크린샷 2024-04-27 오후 6.33.02.png 제발 오류나지 마라....날거면 빨리 알려줘....


처음에는 교수님이 원망스러웠어요.


뭔가 정확하고 세세한 가이드라인을 주기를 바랬는데, 교수님은 웬만하면 저한테 모든걸 맡기는 느낌이었어요.


물론, 절 믿어서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관련 분야 전공자도 아닌데...그저 교수님은 얘가 뭘 어떻게 하나 지켜보자...라는 마인드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저는 여태까지 수능을 3번 보고(정확히는 4번), 대학교를 졸업하면서 남들이 시키는 일, 정말 세세하게 정해진 일들만 해왔는데, 이제 와서 제가 정말 끝도 없는 지식들 중 저한테 필요한 지식을 골라서 제 주도하에 하나의 연구(이걸 연구라고 할 수는 있을까요)를 하려고 하니, 정말 앞길이 캄캄했어요.


그래서 연구실에 출근하면 정말 괜히 있어 보이게 논문 읽는 척만 한 것 같네요.


엊그제도 주간보고서가 개판이라는 평을 받고 우울해서 지금은 한강공원에 와서 글을 작성하고 있는데, 이런 과정이 어쩌면 저한테 필요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렇게 혼나고, 깨지고, 힘들어해야 비로소 남들과 비슷하게라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다음주부터는 출근하면 시간은 좀 더 걸릴지언정 제 무지를 인정하고 정말 조금씩 나아가보려구요.


갑자기 글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는데, 이 브런치 책에는 제가 그주마다 느낀점과 소소한 성과(?) 그리고 대학원 생활에서 힘든 점과 제가 그 과정을 견뎌내는 과정을 적어볼까해요.


그럼, 다음주에 돌아올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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