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세운 남대문, 그리고

알고리즘의 농락

by 양교리


저녁 6시, 집에서 간단히 밥을 차려놓고 모니터 앞에 앉았어요. 식사하면서 볼 유튜브 영상을 고르는 일을 꽤 신중하게 하는 편입니다. 한 번 틀어 놓으면 다시 수저를 내려놓을 일이 없도록 말이죠.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화면 속에는 최근 시작한 기타 연주를 비롯해 동기부여 영상들만 가득해서 영 마뜩잖습니다. 죽죽 마우스로 넘기기를 한참, 드디어 구미가 당기는 걸 찾았습니다.




2008년 2월, 방화로 인해 불타버린 국보 1호 숭례문의 복원에 관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600년을 굳건히 지켜온 누각이 단 몇 시간 만에 잿더미가 되어 무너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울컥하더군요. 영상 속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가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로에 대한 혐오로 얼룩진 오늘날, 우리가 흔히 잊고 사는 ‘한국인’이라는 추상적 굴레, 연대감 같은 것들이 새삼 느껴졌습니다.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데 일가견이 있는 민족답게, 희망찬 음악과 함께 분위기는 전환됩니다. 전국 각지에서 석공, 목공, 기와공, 단청공 등 각 분야의 장인들이 무너진 숭례문의 재건을 위해 서울의 복판으로 모여들었죠. 아직도 우리 전통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명인들이 저리도 많다는 것에 놀랐고, 그들이 공사에 임하는 각오나 마음가짐 등에 대해 하는 말을 들으니 참으로 든든하기도 했습니다.


“어명이요!”


새 누각의 대들보가 되어줄 100년 묵은 금강송을 베어내기 전 우렁찬 외침이었습니다. 목재뿐 아니라 성벽을 보수할 돌을 고르거나, 부서진 기와를 새로 굽는 모든 과정 하나하나는 정성스럽기 그지없어 보였죠. 복원에 참여한 사람들이 땀 흘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6.25 전후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키는 우리의 근대사를 축약해 놓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습니다.


마침내, 2009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약 1300일의 기간을 거쳐 새로운 숭례문이 그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일제가 훼손한 부분의 개선까지 더해져 더 웅장하고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식사를 마친 지 이미 오래지만, 긴 다큐멘터리 2편을 앉은자리에서 빠져든 채 보았습니다. 조만간 숭례문을 보러 서울에 가야겠다고 마음까지 먹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아래 벅찬 감동이 채 가시지도 않은 제 눈에 띈 추천 영상 하나!

바로, <숭례문의 수상한 복원>이라는 탐사보도였죠.




있잖아요, 때로는 너무 많은 것을 아는 게 상처가 되곤 합니다. 우리는 그럴 때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옳을까요? 아니면 눈먼 행복을 위해 판도라의 상자를 베일로 덮어두어야 하는 걸까요?


어쨌든 저는 상자를 열었고,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조금 전까지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받던 사람들이 악마로, 희대의 사기꾼으로 변질되어 있었죠. 우리의 전통 문화재를 복원하는 일에 무슨 사명이라도 받칠 것 같던 사람들이 실은, 사익을 추구하느라 공사비를 착복하고 자재를 빼돌리고 자격도 없는 친인척들을 현장에 투입했다는 사실들이 밝혀졌습니다. 물론 전부는 아니었을 겁니다만.


영상 아래 달린 덧글들을 보니 ‘이 무슨 알고리즘의 장난인가’ 하면서 저처럼 당혹스러운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는 어쩐지 그 장인 인상이 안 좋더라니, 하며 자신의 선견지명을 뽐내는 듯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평소 사람 볼 줄 안다고 조금 자만했던 저 역시, 사람의 표정과 말이란 믿을 수 없는 것이라는 씁쓸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고문화 복원이 문화재 관리라기보다는 아파트 건설 시공처럼 인식되는 국내 실정, 시공 기한에 대한 정권의 압력 등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습니다. 영상 말미에는 외국의 문화재 복원 사업에 대해 소개하면서 국내 실정을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로 흘러가요. 제 맘속에 자꾸만 드는 ‘우리나라는 이래서 안 돼’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키우지 않으려 무진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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