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그린라이트1

그 여름, 난 배우를 꿈꾸던 관객이었다

by 양교리


근 7, 8 년간 꾸준히 해온 일이 있습니다. 카페에 가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 말이죠.

주로 한 곳을 정해 거기만 다닙니다. 그렇게 거의 날마다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놓고 몇 시간씩 뭔가를 끄적이는 것인데,

아주 가끔은 재밌는 일도 생기곤 합니다. 그리고 그건 친절한 그녀들의 호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여름)

오래된 일입니다. 그해 여름은 왜 그리 뜨거웠는지, 막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가슴속 열정 때문이었을까요.

어쨌든 저는 개인 카페치고는 널따란 곳에서 타는 듯한 한낮의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당시 그곳 직원분은 꼭 미국 하이틴 영화에 나오는 배우 같았어요.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산뜻한 포니테일 헤어 등 외모뿐 아니라 이따금 카페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까지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죠.

그곳만 다닌 이유를 알 것 같다고요? (쉿 …^^;;)


하루는 여느 때처럼 한창 책에 빠져있는데,


“이거 드세요.”


그분이 케이크를 가져다주셨어요. 너무 놀라서 제대로 대꾸조차 못했습니다. ‘뭐지? 뭐지…?’

식사도 거른 채 매일 뭔가 열중하는 제가 안쓰러워 보였을까요? 혹은 이런 게 말로만 듣던 그린라이트였을까요?

슬쩍 그녀의 기색을 살펴도 평소처럼 쾌활할 뿐, 그 어떤 해석의 단서조차 저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 후 그곳을 방문하는 일이 한층 즐거워졌음은 물론이죠. 우리는 한두 마디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매미들의 쥐어뜯는 울음이 꼭 오케스트라 같던 화창한 나날이었습니다.


그때 알았어야 했을까요? 매미는 꼭 일주일 동안만 운다는 거 말이죠.




저녁 무렵 카페로 기억합니다. 한참 전부터 계속 거슬리던 사람이 있었어요.

테이블 위에 장미 꽃다발을 올려둔 채, 카페에서 홀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였죠.

‘설마?…’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은 커져갔습니다. 시선은 책을 향해있었지만 글자는 읽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봐 버렸던 거죠.


어색하게, 그러나 분명 호감이 깔려있는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을요. 그야말로 하이틴 드라마의 완성…


그간 혼자만의 공상으로 쌓아 올린 높은 탑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태연히 저의 일을 했어야 했는데, 아니 급하게 자리라도 피해야 했는데 그만 실수를 하고 맙니다.

그녀와 눈이 마주쳐버렸어요.

그때 제 표정을 알 수 없지만, 분명 드라마를 즐기는 관객보다는 극 중 서브 남주의 눈빛에 가까웠을 겁니다.

관객으로 남는데 실패한 저는 도망을 선택했어요. 매미도 울지 않는 깊은 밤이었습니다.



(읽을만하신가요? 다음엔 겨울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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