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밤, 담배 한 대를 태우러 집 앞에 나왔다. 은행나무가 늘어선 거리는 가로등 불빛으로 젖어있었고, 아스팔트 바닥과 잎사귀를 두드리는 소리를 배경으로 별 쓸모도 없을 우산들과 배달 오토바이 몇 대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축제 같은 그 광경 속에서 나는 내뱉은 한숨이 비를 뚫고 저만치 올라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갑자기 기척이 느껴졌다. 건물 주차장 시동 꺼진 택시 아래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엎드려 뭔가를 먹고 있었다. 녀석은 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런 궂은 날 가족도 친구도 없이 혼자 썩은 음식을 주워 먹고 있는 녀석이 가여웠다. 하지만 뭔가를 해줄 것도 아니면서 품는 이런 연민은 얼마나 값싼 것일까.
가만, 내 처지가 고양이보다 낫다고 할 수나 있을까? 녀석에겐 아껴야 할 시간이나 돈이 없다. 후회할 과거가 없고 걱정할 미래가 없다. 운 좋게 사람 품에서 안온하게 살고 있을 다른 고양이와 제 처지를 비교하며 불행해하지도 않는다. 사랑? 행복? 성공? 그딴 게 다 뭐람, 쩝쩝쩝….
우리의 유일한 공통점은 원하지 않고도 이 세상에 던져졌다는 것뿐이다. 녀석의 생명이란 건 당장 오늘 밤에라도 꺼질 만큼 위태로운 것이겠지만, 올 때 그랬던 것처럼 갈 때 또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한단 말인가. 헌데도 난 그러질 못한다. 더없이 인간적인 죽음을 예비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고양이는 알지 못할 철저하게 인간적인 괴로움을 안고 행복이라는 허상을 좇으며 말이다.
주차장 센서등이 깜빡, 새끼 고양이는 홀연히 사라졌다. 차가운 밤거리를 헤매고 다닐 녀석을 뒤로한 채, 나는 따듯한 집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