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친구들과 어울려 보내곤 하는데, 최근에 꽤 재미난 경험을 했습니다.
한 친구의 집에서 다 같이 티브이로 유튜브를 보던 중이었는데요.
화면에 피부가 까맣고 우락부락한 남자가 등장하길래 전에 몇 번 본 적이 있는 중고차 허위 매물 영상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습니다.
친구들의 반응을 보니 꽤 유명한 유튜버로 저만 모르고 있었어요.
어쨌든 이어지는 장면은 그 험상궂은 남자가 한 식당에서 그곳 사장님과 대화하는 모습이었는데,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가게 운영을 도와주는 콘텐츠라는 걸 알게 됐는데,
남자가 자기보다 연배가 높은 음식점 사장을 큰 소리로 질책하고 심지어 중간중간 욕설까지 하더라고요.
그런데도 맞은편에서 혼나고 있는 사장님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채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쩔쩔매기만 했죠.
“야… 저건 너무한 거 아니냐.”
보기 불편한 제가 한 마디 했는데 친구들의 반응은 전혀 의외였습니다.
“요청해서 도와주는데도 저 사장이 자꾸 게으르고 못 따라와서 저런 거야. 백종원 아저씨 입장인거지.”
“백종원은 저렇게 인격 모독은 안 하는데?”
“저건 유튜브잖어.”
대충 이런 대화가 오고 갔는데, 친구들의 입장은 대체로 능력자가 도움을 주는 것이니 저 정도로 사람을 혼내주는(?) 게 용납 가능하다는 것이었죠.
저도 모르게 순간 욱하게 되더군요.
“아니, 성공하고 돈 많으면 저래도 되는 거냐? 딴 거 틀자. 난 너무 불편하다.”
격앙된 저의 반응으로 분위기는 다소 경직됐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제 입장에선 저런 상황을 보고 아무렇지 않은 친구들이 이상했어요.
모두 보통의 상식과 보통의 교양을 가진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 놀라웠고, 저만 혼자만 이상한 건가 싶어서 혼란스럽기도 했죠.
서두에 재밌는 경험이라 했는데, 사실 무섭습니다.
잘난 사람은 못난 사람을 저렇게 대해도 된다는 생각이 보통의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여겨지고, 실제로 그런 일들이 만연하게 될 때 우리가 사는 곳은 어떤 모습이 될까요. 제가 유난스럽고 호들갑 떠는 걸까요? 혼자 깨끗한 척 위선을 부리는 걸까요?
물론, 저는 그리 훌륭한 인격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도 원래 악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성악설 쪽이 제 신념과도 일치하고요.
그러나 우리가 악한 존재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내재된 악을 다스리는 노력과 선을 추구하는 마음이 있기에
인간이, 비로소 인간다울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21세기의 포문을 여는 듯한 그 외침을 기억합니다.
한 카드사의 텔레비전 광고였죠. 그전만 해도 각자가 속으로 부자를 선망하는 것과는 달리, 자신의 부를 대놓고 드러내는 일에는 어쩐지 주저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더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거죠. 이런 겸양의 실종은 심지어 수단과 방법의 정당성마저 초월하는 듯합니다.
오늘날 서점과 유튜브엔 각종 부자가 되는 책과 영상이 즐비합니다. 그걸 보고 있으면 마치 성공이란 문은 누구나에게 열려있으며, 부자가 되지 못하는 것은 곧 인생의 실패를 의미하는 듯하죠. 이렇게 부와 성공에 관한 은밀한 공식이 사람들의 마음을 서서히 잠식하는 동안 우리는 분명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짓밟을 권리가 조금씩 허용되어 가는 사회를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씁쓸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