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스즈메의 문단속

동심이 필요한 어른들에게

by 양교리


토요일 늦은 저녁, 낮에 볼 일을 다 보고 집에 혼자 있는데 그야말로 좌불안석입니다. 주말이 속절없이 가버리는 와중에 꼭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데, 도무지 뭘 할지 딱히 떠오르지도 않고 말이죠.


이렇게 마음속으로 허무와 분주함 가운데 싸우고 있자니 언젠가 읽었던 한 문장이 떠올랐습니다.


‘인간은 그토록 자유를 바라지만, 막상 한없는 자유가 주어지면 그걸 쓸 줄 몰라 쩔쩔맨다.’


대충 이런 내용의 글귀였는데, 딱 제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말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날은 운이 무척 좋았습니다. 작은방 안 권태로운 정적을 깨는 전화벨 소리, 친구였습니다.


“뭐 하냐~ 영화나 보러 갈래?”

“오케이 콜!”


무슨 영화인지 묻지도 않았던 건 어떻게든 집을 탈출할 구실이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친구의 영화 취향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멋지게 맞아떨어졌죠.


“신카이 마코토? 대박!” 저는 쾌재를 불렀습니다.


그렇게 30대의 남자 둘이서 토요일 밤,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게 된 거죠.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힘에 부치기는 했지만 정말 좋았습니다. 재난, 시간 등의 소재를 다뤘다는 점에서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과 유사한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2011년, 동일본 지진이 작품의 모티브였다는 것과 극 중에서 자주 나오는 “다녀올게요”가 당시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남긴 말이었다는 것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됐어요.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사고가 떠올랐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알았다면 가슴이 먹먹할 뻔했죠.


그런 가슴 아픈 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로드무비 활극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가출 소녀 스즈메가 일본 열도 등지를 누비며 벌어지는 일화들은 소박하고 사람 냄새로 가득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만들어 줍니다.


최근 각종 OTT에서 쏟아지는 자극적인 내용의 드라마, 영화에 어느새 길들여져 있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동심이 가득한 애니메이션을 보니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어요.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만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2013년 작, <언어의 정원>을 추천드려요. 비 내리는 장면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아서, 저처럼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흠뻑 빠져서 보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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