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회사생각

팀장님의 안위

가자미 사원의 눈치보기 대작전

by 피넛

산책 메이트와 산책을 하며 직장 생활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천하제일 직장인 이라던가, 초능력자 회사원, 알고 보니 옆자리 동료가 외계인… 같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을 하며 수다를 떠는 게 요즘 내 낙이다.


한 번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나: 영화 ET말이야… 그거 사실 극단적으로 진화해 버린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거래. 컴퓨터 모니터를 너무 보다가 커다래진 눈, 타자를 치다 보니 발달한 긴 손가락, 퇴화한 두 다리와 묵직한 아랫배. 어때…? 맞는 말 같지 않아?

친구: 그럴듯하네.

나: ET처럼 말이야… 회사원도 진화하게 되면 뭐가 될지 생각해 봤거든. 왠지 가자미가 될 것 같아. 생선 있잖아. 눈이 몰린 생선. 하도 눈치를 봐가지고 이제 눈이 쏠려버리는 거지. 한쪽으로. 보통 위쪽이겠지만. 가만. 진화인가? 퇴화인가? 여하튼 그런 거지. ‘가자미 사원의 팀장님 눈치보기 대작전!’ 같은 거.

친구: 그건 별로 그럴듯하지가 않네.


’가자미 사원‘의 빌드업을 위해 열심히 ET이야기로 밑밥을 깔았지만 그닥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었는지 즉시 폐기처리 되어버렸다.


그렇게 잊혀지는 듯했던, 가자미 사원이었는데….

오늘 내가 바로 그 ‘가자미 사원’이 될 줄이야.


출근하자마자 팀장님의 출근 여부를 확인하고,

근무시간과 미팅일정을 체크한다.

금요일에 진행 중이던 일에 대해 월요일에 다시 얘기를 하기로 했는데…

어째서인지 팀장님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다.

일단 지금은 타이밍이 아닌 듯하다.

점심 식사 후에 다시 각을 재보겠다.

점심 식사를 하고 나니 조금 편안해 보이는 팀장님의 표정.

지금인가?

팀장님 없는 채팅방에 채팅을 날려본다.

팀장님, 오늘 기분 좀 괜찮아 보이시지 않아요?

다들 동의해 준다.

그렇다면 지금인 것 같다!!

팀장님! 금요일 건은 이렇게 진행 중입니다! 내일까지 업데이트 한번 더 드리겠습니다!

으응 그래그래.

휴…. 다행히 무사히 넘어간 듯하다.


오늘 나의 두 눈은 팀장님이 계신 쪽으로 완전히 쏠려버렸다.

가자미가 따로 없다.

가자미 사원, 그건 바로 나였다.


일기예보처럼, 팀장님 기분을 알려주는 일보가 나왔으면 좋겠다.

조금 덜 가자미가 될 수 있을 텐데.


팀장님의 안위를 살피느라 오늘도 가자미 사원의 눈은 더 몰려버렸다.

팀장님에게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행복하시고 하는 일 다 잘 되었으면….

가자미 사원은 소원을 빌며 잠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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